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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마치의 노인복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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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8월11일 17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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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고려장?

 집에서 부양하기가 힘들자 노인을 요양 병원에 사회적 입원시키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한 번 사회적 입원을 하게 되면 다시 자녀들과 살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회적 입원이 신 고려장을 야기한다고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령화, 이제는 ‘대비’가 아닌 ‘수습’이라 할 정도로 가까이에 와 있는 사회적 과제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0일 한국은행은 ‘보건 영역은 고령화 영향으로 매년 평균 5조 6천억원 지출 증가가 발생할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과 비 수도권의 의료자원 공급 격차가 커서 지방의 노인들이 복지수혜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여기 고령화 문제를 더 일찍 접한 일본의 한 시골마을 ‘야마토마치’가 있다. 이 마을이 어떻게 지방의 노인의료 문제를 해결했는지 살펴보자. 

 

청년의사 삼총사의 고민

1960년대 말 동경대 의대를 졸업한 청년의사 3명은 시골벽지의 진료소에서 의료봉사를 하게 된다. 와상 노인, 치매노인을 수발하는 가정의 불화를 보며 사회와 가정의 노인부양 융합을 고심하게 된다. 

야마토마치 마을은 23%가 노인일 정도로 고령화가 상당히 많이 진행된 곳이다. 이 지역은 농업이 주업인지라 농사철의 노인 부양은 자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가족들 사이의 분열이 잦아졌고 노인부양에 대한 효(孝)의 의미 역시 많이 퇴색되었다. 노인의 인권보호 및 존엄유지에도 위기가 닥쳤다.

 

야마토마치 마을의 노인부양 시스템 (야이로엔 데이케어)을 고민하던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노인들이 병원에 가길 꺼려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에 맞추어 방문서비스 및 주간보호를 실행하게 되었다. 데이 서비스를 2일, 방문간호를 2일, 가사지원서비스를 1일 지원하자 가족들의 시간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재가복지 제도가 정착하면서 1인당 병원 비용이 전국적으로 늘어날 때에도 야마토마치 마을만 33%p의 감소율을 보였다. 

재가복지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곳은 유키구니 병원. 이 병원은 야이로엔 데이케어 서비스센터의 심장 역할을 맡아 재가의료복지의 질을 보장하고 매년 지역주민들의 종합검진을 실시하여 예방적 역할을 크게 하였다.

 

노인 복지 시스템의 선 순환

특히 치매노인이나 와상노인의 수발을 드는 것은 중노동이라 할 정도로 하루 종일 매달려야 한다. 자녀의 부양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현실. 이를 지역공동체와 융합하고 행정 기관에서 적절히 매칭을 해주면서 인간적인 노년이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 노인복지가 가장 잘 된 마을로 성장하자, 보건 의료과를 중심으로 한 간호대학이 유치되어 전문 간호복지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이 노인 복지현장을 직접 체험하면서 다가올 고령화 사회의 전문의료진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지역 내 젊은 연령층 또한 확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냈다.

 

실버토피아

야마토마치의 의료복지는 가정에서 부담할 수 있는 노인 부양의 장점을 살릴 때 복지의 효과를 더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가복지를 무조건 기피하기보다 정서적인 지원은 가정이, 의료적 지원은 가정을 방문하는 전문가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 진정 인간다운 노년의 삶을 보장하기 때문. 

이를 한국에도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역간 의료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 비수도권에서 공급이 부족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수도권을 찾아가 관외이용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 현실. 노인복지를 서포트해 줄 의료공급이 확실해야 한다. 야마토마치가 노인 복지 마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는 의료기관과 가정을 이어주는 행정기관의 사다리 역할이 컸다. 현 관료제 및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일반가정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행정 간편화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시설에 대한 신뢰도 향상이다. 요양병원에서 일어나는 학대 혹은 불량한 급식 상태 등이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이를 우려하는 노인과 자녀도 많은 편이다. 재정 및 의료 복지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신뢰를 높였던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부양의 사회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간다운 노년, 유토피아에서 현실로

여전히, 야마토마치 마을의 노인복지를 우리나라 농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들을 고려하면서 일본의 노인복지 시스템을 각색해야만 한다. 데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더 양성하고 복지 재정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세우는 것이 복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지역공동체, 가족, 의료기관이 협력해 우리나라에도 인간다운 노년의 삶이 보장되는 시대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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