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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만큼은 ‘돈’의 논리 밖에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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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7월14일 17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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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이 배제된 자유는 소수만 독식한 자유다. 모두가 자유로워지기 위한 평등이 필요하다. 좋은 교육을 ‘돈’이라는 조건 없이도 받을 수 있는 평등,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2013년 학교별 연간 학비 현황에 따르면 외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등 이른바 ‘특권학교’를 다니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돈은 일반고의 8배 수준이다. 공부 잘 한다고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닌, 경제적 능력이 돼야 갈 수 있는 학교가 된 셈이다. 

 

문제는 특권학교가 비싼 값을 한다는 점에 있다. 교과과정은 물론이고 비교과 부문의 서비스가 일반고와 천지차이다. 비교과 과정을 중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대학입시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대의 경우 2019학년도 입학전형의 수시 78.4%로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진로와 직결된 동아리 활동, 풍부한 입시정보 등 일반고에서는 부재한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권학교를 마다할 부모와 학생은 없다. 경제적 조건에 따라 고등교육의 질이 바뀐다. 계층 간 사다리의 역할을 해야 할 교육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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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만큼은 ‘돈’의 조건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학생에게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 공교육이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공교육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일반고는 학생 개개인이 어떤 꿈을 가지고 있던 우선은 수능공부를 시킨다. <한겨레> ‘일반고 선택에 필요한 네 가지 기준’ 칼럼에서 안연근 교사는 “대입 환경이 이처럼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비교과 활동의 장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구태의연하게 수능 공부나 야간 자율 학습 위주로 학교를 운영하는 일반고가 많다.”고 밝혔다. 수원에서 일반고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컴퓨터 프로그레밍에 관심이 많아서 학교에서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지도해주는 선생님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 모여서 하는 거라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환경은 입력한 정보를 읊는 능력이 아닌 전문성, 문제해결능력 등 고차원적 능력을 요구한다. 새로운 환경의 요구는 대입전형에도 영향을 끼친다. 실제 2018년 대입 시행계획은 비교과활동을 위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확대를 예고했다. 일반고 교사들도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재교육이 필요하다. 또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 체계와 능력을 관리 감독할 로드맵이 필요하다.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수준의 편차가 너무 크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문제는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 시장경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교육이 한 쪽으로 치우쳐지고 있다. 한 쪽으로 기운 시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운 쪽을 덜어내는 것보다 가벼운 쪽을 더 무겁게 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특목고의 존재여부는 상관없다. 공교육이 현재의 특목고 수준만큼 역할을 해준다면 교육평등은 가능하다. <조선일보> ‘내신 비교과 유리 非강남 일반고 전학하는 학생 늘어’ 기사에서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잘 갖춘 비강남 일반고로 ‘전략적 전학’을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환경의 니즈는 기업을 움직이고 기업의 니즈는 대학을 움직인다. 일반고도 앞으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학생을 키워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만큼은 ‘돈’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은 사회를 위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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