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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문명의 결정적 요소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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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6월30일 17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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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총, 균, 쇠」by. 제레드 다이아몬드


오늘날의 문명들은 힘의 차이가 뚜렷하게 보이는 불평등한 위계질서 안에 놓여있다. 이미 문명 간 불평등이 큰 시대에 태어나 살아온 우리로서는 이러한 불평등을 ‘원래 그랬던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우주로 진출하는 문명과 아직도 석기시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문명이 공존하는 오늘날의 현실은 매우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렇게 오늘날 극명하게 다른 문명 간 삶의 양식은 곧 「총,균,쇠」가 던지는 근본적 물음, ‘문명 간의 불평등 구조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로 이어지게 된다. 

 

문명을 이루는 데에는 크게 환경과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장 눈에 잘 보이는 사람을 변수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현생 인류에서 인종 간 지능의 차이는 거의 없으며 실제로 서로 다른 문명의 사람일지라도 개인의 능력의 한계는 엇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 문명의 싹이 튼 환경의 차이를 모색해볼 수밖에 없다. 다이아몬드는 여기서 지배적 문명의 직접적인 요소로 총, 균, 쇠를 제시하고 이를 가능케 했던 궁극적 요인으로 식량생산을 지적한다. 즉, 간단히 도식화하자면 ‘식량 생산→정주형 사회, 대규모의 조밀한 사회→총, 균, 쇠의 등장(기술발전)→지배적 문명으로의 도약’의 공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 이러한 공식을 세운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역사의 흐름에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알기 어려운 수많은 요소들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까지 펼쳐진 역사의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가 과거를 돌이켜볼 때에는 자칫 자료를 결과에 끼워 맞추는 결과론적 해석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아몬드가 제시한 일련의 공식은 각 단계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높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해서 이해해야 하지 않나 싶다. 

 

또한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인간 사회의 초기 발전 단계에서는 환경이 문명 형성의 지배적 요소였다면, 후의 문명 발전 단계에서는 인간사회가 스스로 만들어낸 문화라는 요소 또한 역사의 흐름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이아몬드가 제시한 환경적 차이가 만들어낸 문명형성의 갈림길은 분명 역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후 1500년경까지의 문명의 발전 단계에서는 환경에서 기인한, 그러나 독립적인 관성으로 사회를 규율하는 인간사회의 문화 또한 커다란 갈림길을 형성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서론이 조금 길어졌지만 「총, 균, 쇠」에서 저자가 제시한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덧붙여 서론에서 제시한 필자의 견해를 조금 더 발전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범주를 나누어 책의 내용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먼저 저자가 책에서 비교분석 및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개념들이 적절한지를 따져본다. 예를 들어 비교대상을 주로 ‘대륙’으로 삼은 것은 참신한 발상이지만 매우 큰 영역을 단순화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저자의 핵심 논지인 ‘식량 생산→정주형 사회, 대규모의 조밀한 사회→총, 균, 쇠의 등장(기술발전)→지배적 문명으로의 도약’의 메커니즘의 내용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는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이로써 저자가 결론적으로 제시한 ‘다른 대륙의 사람들을 서로 바꾸어 배치해도 대륙 간 문명의 지배 양상이 그대로 나타났을 것’이라는 사고실험적 예측이 타당한 것인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전 세계를 분석 대상으로 삼으며 시간적으로도 만 년 이상의 역사를 다루는 방대한 책의 내용을 겨우 몇 장의 글로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저자의 핵심적인 분석 방법과 핵심적인 논지만을 추출하여 비평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보려 노력했다. 

 

먼저 논의 대상 설정에서는 ‘대륙’ 간 비교가 아닌, ‘문명권’끼리의 비교가 책의 분석방법에 더 정교하게 부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크게 유라시아,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로 대륙을 나누어 각각의 발전 속도를 비교한다. 그러나 대륙 내의 상이한 지리적 환경에 따라 발전 속도나 양상도 상이한 경우가 있고, 일단 최초의 문명이 각지에서 발달한 이후에는 각 문명권들의 발전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가장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은 그 안에 독특한 문명권을 많이 담고 있다. 서쪽에는 유럽 문명권과 중동 문명권이 있었고 동쪽에는 중국을 필두로 한 중화 문명권과 동남아시아 문명권, 중앙아시아 문명권 등이 있었다. 문명권 간의 교류도 유라시아 내에서는 비교적 활발한 편이었지만 각 문명권은 공유된 문화, 중화권을 예로 들면 유교, 한자 등을  바탕으로 발전의 방향이나 속도에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다이아몬드의 견해대로 유라시아에서 작물화, 가축화되기 쉬운 야생 동식물이 많았던 것은 유라시아 대륙 내에 일찍이 많은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지만 이는 적어도 최초의 문명이 형성될 시기 정도에만 유라시아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 광대한 영역에 걸쳐 존재하는 많은 문명권들은 일단 문명이 형성된 뒤에는 독자적으로 다양한 특성을 갖고 발전해왔으므로 다이아몬드가 문명 형성 이후 1500년경까지의 발전상을 분석할 때까지도 이러한 문명권들을 하나의 대륙으로 뭉뚱그려 설명하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대륙 간 전파 개념을 설명할 때에도 대륙별 축의 개념뿐만 아니라, 각 대륙의 지리, 생태, 고도, 기후 등 더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할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대부분의 문명은 최초의 식량생산과 기술발전의 발상지에서 식량생산 방법 및 새로운 기술 등을 받아들였고, 이러한 전파 과정에서는 대륙별로 존재하는 ‘교역의 축’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륙의 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실증적 증거를 크게 내놓지 않는다. 그저 지도에서 대륙의 모양이 유라시아는 동서로 길게 뻗어 있고, 남북아메리카나 아프리카는 남북 모양으로 뻗어있다고 제시하는 점 말고는 이렇다 할 ‘축’의 실증적 증거가 없다. 이는 저자가 제시한 대륙별 ‘축’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정말로 대륙별로 주요 교역로가 되었던 축의 방향이 존재한다면 이에 대한 조금 더 실증적인 데이터, 이를테면 주 교역로의 개수나 교역빈도 등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대륙의 축의 존재에 대한 의심에 이어서 애초에 저자가 제시한 ‘축’이 정말 전파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검증해볼 필요 또한 존재한다. 저자는 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가진 남북축이 가축화, 작물화된 동식물의 전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거대 산맥, 사막 등의 지리적 어려움이 이들 대륙에서의 전파가 잘 일어나지 못한 원인이라 지적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그러한 축이 식량생산의 전파에는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도 후에 일어나는 기술의 전파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점이다. 식량생산에는 동서로 길게 뻗어있어 위도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유라시아 대륙이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확장시켜 식량생산과 달리 위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기술 전파 또한 축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대륙별 전파의 축 부분에서도 문명의 초기 발달 단계에서의 식량생산 전파와 문명이 발전하는 단계에서의 기술 전파로 나누어 생각해봐야 한다. 

 

두 번째로는 대륙의 축 뿐만 아니라 기후, 고도, 생태 등 대륙별 전파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사실 저자가 제시한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이나 남북아메리카의 로키 산맥 등의 큰 사막과 높은 산맥은 고비 사막, 히말라야 산맥 등 유라시아 대륙 내에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즉, 크게 봤을 때 유라시아 대륙과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및 기타 대륙 간의 지리적 특이점의 분산은 크지 않다. 따라서 단순히 대륙의 축의 방향이나, 지리적 특이점으로 인한 단절뿐만 아니라 각 문명권 사이 지역의 기후, 고도, 나아가 문화까지 매우 다양한 요소를 더 고려해야 전파의 양상을 더 정확히 포착해낼 수 있다. 

 

지금까지 논의 대상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 지적했던 점을 조금 정리해봤을 때, 비교대상을 대륙 단위가 아닌 문명권 단위로 설정하고 각 문명권 간의 교류 및 전파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에 있어서 대륙의 축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저자의 주요 논지인 ‘식량생산→정주형 사회, 대규모로 조밀한 인구→총, 균, 쇠 기술발전→지배적 문명’에 대해 내용적으로 접근해볼 차례다. 가장 먼저 지적할 점은 저자의 논지에서 각 단계는 다음 단계를 위한 ‘원인’이 아닌 ‘조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저자는 사실 책에서는 식량생산이 다음 단계를 위한 ‘원인’인지 ‘조건’인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에 혼동을 주고 있다. 책의 제 4장에서는 ‘식량 생산은 간접적으로 총기, 병원균, 쇠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선행 조건이었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러나 책의 뒷부분에서는 ‘이상에서 본 것처럼 정복의 궁극적인 원인은 식량 생산과 각 사회 사이의 경쟁 및 확산이었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원인과 조건에 대한 정확한 용어 정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생각을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판단해보면 저자는 식량생산을 지배적 문명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즉 식량 생산을 시작하기만 하면 저자가 제시한 인과관계에 따라 지배적 문명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책의 에필로그에서 제시한 중국의 경우는 저자 자신의 논지를 위협하는 중요한 사례다. 중국은 책의 앞부분에서 밝혔듯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발적으로 식량 생산을 일찍이 시작한 국가다. 물론 중국 또한 동아시아 내에서 강한 세력을 갖고 있었지만 원래의 생활 터전을 넘어 다른 문명을 정복하지 못하고 후에는 유럽 문명에게 거의 정복당하고 마는 수치를 당한다. 일찍이 식량 생산의 본거지로 번성하였던 중국이 정복하는 문명으로까지 크지 못했다는 점은 저자가 제시한 메커니즘의 각 단계는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조건’을 담고 있을 뿐이며 메커니즘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앞서 제시한 문제점에 덧붙여 각 단계가 어느 정도로 심하게 일어나야 다음 단계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도 또한 미흡하게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저자 스스로도 책에서 밝히고 있지만 세계 각지의 식량생산의 양상은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수렵채집과 혼합된 식량생산의 형태도 매우 많았고 식량생산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단계의 진화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한 원주민들도 있었다. 저자의 메커니즘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만들려면 이렇게 다양한 식량생산의 양상 중 어느 정도의 강도와 모습으로까지 식량생산이 발전해야 다음 단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고 이 점은 메커니즘 속 다른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새로운 주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제시한 메커니즘 속 화살표 방향에 역행하는 반례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고구려나 몽골 등 유목민족을 보면 식량생산의 정도가 낮고 인구 밀집도 낮았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술이던 기마술과 철제 무기류를 이용하여 강한 국력을 형성한 사례가 있다. 물론 국가의 지속가능성은 다른 문제이지만 지배한 자원을 바탕으로 오히려 화살표의 방향을 역행하는 발전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 지적할 점은 인간사의 발달에 있어서 ‘문화’가 갖는 크나큰 영향력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의 ‘문화’란 인간사회가 자연환경을 다루는 방식에서 나온 관습과 전통이 그 사회 고유의 생활양식과 이념으로서 굳어지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문화의 영향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큰 역사의 흐름을 보았을 때 자연환경이 역사에 끼치는 필연적 영향력에 비해 문화적 영향력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다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 또한 인간사를 움직이는 요소로서 문화를 떠올리긴 하지만 그 영향력을 크게 축소해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문화도 자연환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문화는 일단 사회에서 만들어지면 스스로 발전하고 그 사회의 특정한 생활양식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요소다. 문명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문화가 아직 많이 발전하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연환경이 문명의 성격을 규정짓는 가장 큰 요소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문명이 형성되어 발전하기 시작하면 사회가 스스로 만든 문화의 사회 발전 형태를 규정짓는 역할이 더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대로 중국은 매우 드넓은 평야와 이 평야를 관통하는 큰 강 등의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통일적 정치체를 유지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자연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이 문화는 그러나 이후 자율적으로 중국 사회를 매우 오랫동안 유지시키고 중국이 다른 곳으로 팽창할 이유를 못 느끼게 한 원인이 되었다. 

 

유럽의 경우도 자잘하게 흩어져 있는 평야가 통일되지 않은 정치체 문화를 만들게 했고 이는 경쟁하는 사회의 각축장이 된 유럽 문화로 발전했다. 자연환경이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함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한 번 만들어진 이후 사회가 자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문화에 따라 같은 유라시아 대륙 내에서도 유럽과 중국 문명의 미래가 바뀌었듯이, 문화가 각 문명을 어떻게 이끌어 갔는지를 좀 더 주의 깊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실제로 역사의 갈림길에서 많은 문명이 문화적 영향을 받은 선택을 함으로써 저자가 제시한 메커니즘에 역행하여 사회가 정체되거나 퇴보했던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책에서 제시된 일본과 같은 경우에도 정복하는 문명의 직접적 원인인 총을 스스로 포기한 사례가 있다. 사실상 자연환경이 총을 포기한 데에 끼친 영향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일본의 사례는 한 문명의 발전 방향에 그 나라의 문화가 굉장히 큰 방향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문화’라는 인간사를 굴려온 또 다른 요소가 사회의 초기 단계 이후부터 발전에 개입함으로써 저자가 제시한 자동화된 메커니즘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까지 ‘문명 간의 불평등은 어디서 기인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핵심적인 분석방법과 논지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거나 보완되면 좋을 것 같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환경이 문명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다이아몬드의 견해는 부인하기 어려운 강력한 근거를 다수 보유한 주장이다. 분명 인간 사회의 초기 발전 단계에는 환경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특히 대륙별 가축화, 작물화의 후보군이 되는 식물, 동물의 분포 차이는 매우 인상적인 비교다. 그러나 최초의 발원지에서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식량 생산이 퍼져나간 이후에는 대륙별로 각각의 문명이 스스로의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발전의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식량 생산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아 대규모 문명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환경과 문화 양측의 관점에서 추적해야 문명 발달 과정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즉, 서론에서 언급한 저자의 궁극적 질문인 ‘지금 사람들을 다른 대륙에 둔다고 해서 오늘날과 같은 지배구조가 이루어질지의 여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저자의 직업인 자연과학자로서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역사에는 너무나도 많은 요소가 있고 문화와 같이 문명 형성 이후 독립되어 활동하는 큰 변수들도 많기 때문에 역사에서 저자가 제시한 메커니즘과 같은 특정한 법칙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문명 간 불평등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환경적 요소가 가장 큰 중요성을 차지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며 문화와 같은 인간사회가 자율적으로 만들어내는 요소들도 크게 고려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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