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생태학 > 젊은이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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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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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이데올로기들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내놓으려 노력한다면, 녹색정치의 이데올로기는 바로 ‘삶’ 그 자체를 지탱하는 환경에 주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아무리 고매한 이상향을 꿈꾸며 살아간다 해도 모두가 지구에 발을 딛고 살아간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지구라는 닫힌 생태계에서는 모든 것이 무한하지 않다.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하듯이, 인간이 삶과 문명을 위해 지구를 이용할수록 지구의 유한한 자원은 끊임없이 소모된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론자들은 점점 빨라지는 자원의 소모와 그로 인한 환경문제를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지금의 환경위기 추세가 계속되면 인류 전체 종의 지속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짐을 증명하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인류의 기술 그 자체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의식, 사고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전 지구적 환경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유주의, 보수주의 등의 이데올로기와는 달리 녹색정치에 관한 이데올로기는 그리 역사가 길지도 않고 체계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환경위기가 급속하게 커지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태의 급박함이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환경이데올로기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녹색이데올로기의 개념과 그 배경을 간략히 살펴보고 녹색정치가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해보려 한다.

 

녹색정치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녹색’ 정치를 탄생시킨 것은 환경위기이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에 따르면 환경문제는 단순히 기술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을 자연보다 우월한 존재로 혹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로 간주하는 관념이나 이데올로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은 기존의 다른 주요 근대 이데올로기들, 예컨대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 보수주의자들은 자연에 관해 유사한 태도를 견지한다고 비판한다. 그 태도는 날로 증가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정복’ 혹은 ‘지배’를 찬양하는 것으로서, 이들은 모두 자연이라는 대상을 정복해야 하는 적대적 힘이나, ‘성장’과 ‘경제발전’이라는 인간의 목적을 위해 통제해야 하는 자원 기반 중의 하나로만 간주한다고 말한다. 즉, 근대의 주요 이데올로기들은 모두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녹색주의자들은 이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로서,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골자로 하는 ‘생명중심적 윤리’를 내세운다. 이들이 윤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생태중심적 명제들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마땅히 그 자체로서 당위성을 갖는 명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윤리’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과정에는 ‘시간 지평의 문제’, ‘집합 행동의 문제’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녹색주의자들은 ‘강제된 합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시간지평의 문제’는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할 때 과연 얼마만큼 앞을 내다보고 행위를 해야 하는지에 관련된 문제를 가리킨다. 녹색정치는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의 이익을 위해 현재 세대의 사람들에게 일정량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간지평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서, 당장의 희생을 요구하는 녹색정치는 곧바로 사람들의 행위를 바꾸기 어렵다.

 

  ‘집합행동의 문제’는 비 경합적이고 배제 불가능한 공공재를 다룰 때 발생하는 문제이다. 공공재는 그 특성상 공공재를 지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전체의 이익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대표적인 공공재의 예는 공기이다. 누구도 공기를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이 공기 질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노력은 다른 대다수의 사람들의 동시적인 노력 없이는 성과를 얻기 힘들다.   

  그러나 공기 질이 개선될 때에는 마찬가지로 자신이 기여한 바에 상관없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개인들은 언제나 무임승차를 할 유인을 느끼게 된다. 녹색정치는 이렇게 시간지평과 집합행동의 해결하기 어려운 두 가지 문제점을 현실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아직 녹색정치 자체가 잘 정립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보니 그 내부에서도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 녹색정치의 이데올로기가 종국엔 인간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원’파, ‘표층 녹색주의자’들이 있는 한편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존재가치가 있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야생’파, ‘심층 녹색주의자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해결되지 않은 간극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주의자들은 모두 자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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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치의 현실에의 적용: 현실의 벽을 넘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현대사회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슬로건이지만 이를 직접 현실에 적용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근시안적인 이익을 더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과 연관된 ‘시간의 지평’ 문제와 공공재를 보호하는 데에서 나오는 ‘집합행동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녹색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합의한 강제’가 필요하다. 이는 밑에서부터의 풀뿌리 운동과 위에서부터의 강제를 모두 요하는 일이다. 녹색정치가 현실로 넘어올 때 맞닥뜨리는 두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먼저 ‘시간의 지평’과 ‘집합행동의 문제’는 모두 녹색정치가 지향하는 행위가 인간의 본성과 직관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물론 인간의 본성은 다양하다. 그러나 많은 본성 중에서 우위를 가린다면 ‘자신의 바로 눈앞에 있는 이익을 챙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가장 강력한 본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의 실험에서도 이러한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려 했던 점은 하나의 실패 요인이 되었다.

  

  따라서 녹색정치가 정말로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녹색정치의 정책 자체를 인간 본성에 맞추어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현실에 가장 잘 적용한 사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이 기업별로 분배되고, 그보다 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할당량의 나머지를 팔고 다른 기업은 이를 살 수 있는 제도다. 이는 현실에서 녹색정치를 실현할 때 그 행위에 경제적 이익을 결부시킴으로써 이기적인 인간 본성을 활용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EU와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전국적 또는 지역적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중인 것을 보면 배출권 거래제도는 어느 정도 ‘시간지평’ 과 ‘집합행동’이라는 녹색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생명에 대한 진지한 존중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통해 사람들의 행위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야생’파, ‘심층 생태주의자’들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환경위기를 생각해보면 당장 생명에 대한 진지한 존중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 전에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행위를 바꾸고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는 방법부터 취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녹색정치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의 강력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녹색주의 운동이 각 국가 내부에서 강력한 녹색정치의 동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대부분이 전 세계적 문제이고 국제사회에서도 언제나 국가 간 ‘집합행동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기후변화협약 같이 거의 모든 국가가 동의하여 위로부터 강제하는 환경정책의 중요성 또한 크다.

 

실험중인, 그러나 앞으로 꼭 필요하게 될 녹색정치

 

  지금까지 녹색정치의 이데올로기의 내용과 배경을 간략히 살펴보고 현실에의 적용방법까지 살펴보았다. 우리 모두는 자연 환경 밖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가 먹고 입는 것과 사는 곳은 모두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하기 때문에 녹색정치는 다가오는 환경위기에 맞추어 더욱더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녹색정치는 여전히 그 논리가 뿌리부터 현실의 정책까지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현실 정책에의 적용에 어려운 점이 많다. 이는 정치에 참여하는 많은 국민들이 함께 녹색정치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그 방법론에 대해 토론하며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우리 모두 앞으로의 녹색정치가 더욱더 삶을 바꾸는 사상으로 자리잡아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테렌스 볼, 리처드 대거(2006). 현대 정치사상의 파노라마.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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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02 17: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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