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대의 예술, 미디어아트 [1] 피카소만큼 자유롭게, 르누아르만큼 다채롭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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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19일 17시36분
  • 최종수정 2017년05월20일 20시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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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을 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예술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기도 했다. 동굴의 벽에 사냥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종이에 인물을 모사하고, 석고상에 신의 세계를 조각하고, 컴퓨터로 아바타 세계를 창조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을 표현하는 도구와 공간 역시 진화해왔다. 조각상과 이젤이 세워져 있던 전통적인 화실의 모습에서 건물에 빛을 쏘아 작품을 전시하고 전기회로로 예술작품을 조종하는 시대가 왔다. 

 

  ‘뉴미디어 아트’라는 말은 ‘미디어 아트’로 대체되고 있다. 뉴미디어로 사용되었던 기술들이 예술에 활용되는 것도 다반사, 심지어 일상에도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60년대에는 비디오와 TV, 컴퓨터가 뉴미디어 아트의 주요 도구였지만 이제 TV와 컴퓨터는 일상적인 미디어로 인식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뉴 미디어가 미디어 아트로 편입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고, 뉴 미디어의 ‘뉴(NEW)’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지금, 어떤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 뉴미디어 아트를 대표할 수 있을까. 생명과학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아트, 인공지능이 수집한 하늘 사진들, 관람자의 참여로 작품이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아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 피그말리온을 꿈꾸다, 바이오 아트

  “소녀는 피그말리온의 입맞춤을 느끼고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면서 눈망울을 들어 올려 하늘과 햇살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그말리온 이야기의 한 대목으로, 그가 만든 조각상 갈라테이아가 살아 움직이게 되는 장면이다. 이처럼 인간은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 그림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화로 예술의 영역이 넓어지게 되었다. 이제 현대 예술가는 작품에 생동감 이상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예술, 바이오 아트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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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 2015 BioArt Competition 우승작, Mehmet Berkmen and Maria Penil

아름다운 꽃의 실체는 박테리아이다. 세균이 증식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이 작품은 꽃이 만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바이오 아트는 박테리아나 DNA 등의 유기체를 재료로 한다. 바이오 아트라 하면, 생명이 가지는 역동성만 다룰 것 같지만, 소멸하는 과정 역시 바이오아트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포르투갈 예술가 마르타 드 메네제스는 몬드리안의 대표색이 채워진 박스에 박테리아를 투입했다. 박테리아가 염료를 분해하면서, 작품은 서서히 색을 잃어간다. 기존의 명작을 말 그대로 ‘갉아 먹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 인간의 기억을 뛰어넘다, AI 아트

  어릴 적, 파란 하늘을 보며 “저 구름, 코끼리처럼 생겼다!”고 한 번쯤은 말해보았을 것이다. 인공지능 역시 이런 동심을 가지고 있는 걸까? 지난 1월, 국내 미디어아트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에서 <Cloud Face> 전시회가 열렸다. 〈Cloud Face>는 인공지능이 구름을 사람의 얼굴로 인식한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다. 인간의 시각과 기억력을 뛰어넘음과 동시에 구름을 사람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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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 〈Cloud Face - Real Time〉, 신승훈, 김용백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라고 말한 맥클루언, 인공지능이야말로 인간의 시각, 기억, 계산력의 확장을 나타내는 미디어일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예술에서 어떻게 활용이 될지 기대되는 한편, 창의성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인공지능과 미디어 아트에 대한 얘기는 2부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 예술과 대중의 호흡, 인터랙티브 아트

  뉴미디어 아트가 기존 미디어 아트로부터 구별될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1순위로 꼽는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변하고,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인터랙티브 아트에서 관객의 참여는 화룡정점이다. 작가의 의도가 축소되는 결과를 낳는 것일까? 유원준 글로벌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관람객의 참여에 의해서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이 작가의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축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의도의 정도가 변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역할이 변한 것이다. 작가의 역할이 단순히 작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환경 자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고 봐야 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인 예술지상주의에 반발하여 관람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인터랙티브 아트는 뉴미디어 아트의 중추이자 예술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비디오 아트 창시자 백남준 작가는 “레오나르도만큼 정확하게, 피카소만큼 자유롭게, 르누아르만큼 다채롭게” 라는 말을 남겼다. 과거 예술가들이 가졌던 특징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 만큼 미디어 아트는 다양한 형태로 예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기술과의 융합을 더하고 관람객과의 호흡이 담겨있는 미디어 아트의 다채로운 변주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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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7년05월20일 20시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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