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프랑스: 제 3지대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 젊은이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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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국가의 지도자가 바뀌는 시기를 맞이하여 국제정세에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닥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반세계화주의, 보호무역주의,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었고 영국은 국민의 의지로 EU의 탈퇴를 결정했다. 2000년대 초반의 세계화주의 열풍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들해졌고 서서히 반세계화주의, 자국우선주의의 유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 세를 불려나가고 있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EU의 한 축인 프랑스의 이번 대선은 전 세계의 큰 관심거리였다. 나이가 어린데다가 선출직 경험도 없는 마크롱이 신생정당을 이끌고 결선에 올라간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거기다 상대인 마린 르펜은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전선’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프랑스가 반세계화주의, 자국우선주의 노선으로 들어서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였다.

 결과는 마크롱의 승리였다. BBC는 대선 직후 마크롱의 승리 원인을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의 ‘세비 횡령’ 스캔들, 사회당 후보 브누아 아몽의 낮은 인지도, 그리고 극우 세력 르펜에 맞선 긍정적 이미지 전파 등으로 분석했다.

 

분명 이런 외적, 운적 요인들도 분명 마크롱의 당선에 일조한 바 있지만 더욱더 주목해야 할 점은 마크롱 스스로 어떤 정치적 지향을 보여주었느냐이다. BBC는 마크롱이 중도를 지향하는 ‘앙 마르슈(전진)’정당을 창당하고 사회당과 공화당의 양당 싸움에 치여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했다고 전한다. 전국의 유권자 30만 명을 찾아가고 2만 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정책과 공약을 구상한 점이 기존 정당들과 차별화되었다. 마크롱은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한창 일어나고 있던, 기존의 좌파와 우파라는 고정관념을 흔드는 ‘제 3지대 정치운동’을 도입하여 영리하게 운영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가질 수 있게끔 하였다.

 

물론 마크롱이 이끈 중도성향 정당 ‘앙 마르슈’는 아직 실험중인 정치운동이다. 이번 대선에서 마크롱의 승리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정치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실질적,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데가지즘(Degagism)’ 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마크롱은 기성 정치와는 다른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새로운 정치’를 제시하여 국민들의 기대에 부흥해야 하는 막대한 짐을 안고 있다.

 

특히 정치사회적으로는 평등을 중시하는 좌파적 성향을, 경제적으로는 친기업적인 정책으로 우파적 성향을 취하고 있는 ‘앙 마르슈’정당이 앞으로 어떻게 균형 잡힌 정책을 취해 나가며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공공부문 일자리 감축과 노동 유연성 강화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반감은 여전한 상태에서 프랑스의 경제를 얼마만큼 회복시키느냐에 마크롱 정권 실험의 성공이 달려있다.

 

프랑스의 이번 대선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좌우파 개념의 정당에서 벗어난 새로운 ‘제 3지대 정치세력’이 실권을 잡아 정치적 개혁의 모멘텀을 얻은 데에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반세계화주의,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하며 각자도생하는 길로 접어드는 세계적 추세를 조금이나마 완화시켰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라서 앞으로 마크롱 정권이 좌우파 정책을 어떻게 취사선택하고 의회의 협의를 이끌어낼지는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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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 3지대 정치’ 현주소는?]

한국에서도 이번 대선은 제 3지대 정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함의가 있는 대선이었다. 민주화 이후 김대중 정권부터 진보, 보수 정권이 두 번씩 집권한 이후 치러진 대선인데다가, 탄핵 이후 치러진 급박한 대선이었기에 국민들의 관심도나 참여가 매우 높았다.

 

특히 기존의 보수vs진보의 양당 경쟁 체제가 조금은 완화되어 5인 다자구도에서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가 나왔다는 큰 의의가 있었다. 기득권 정치 세력을 국민의 힘으로 심판한 데에서 나아가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여론의 평가와 검증이 굉장히 활발히 일어난 데에서 정치적 개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후보들 간의 정책이 전통적 우파를 자처하는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서는 상당부분 이념적 지형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치사회적 개혁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기성 정치와는 다른 대안적 정치모델이 만들어질 공간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 한국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 정치 세력이 뚜렷하게 나타나 힘을 키우진 못하고 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귀국 이후 그를 둘러싼 정치 세력을 ‘제 3지대 빅텐트’로 부르며 잠깐 제 3지대의 이야기가 나왔으나, 이는 밑으로부터의 구체적, 실질적인 대안적 정치모델을 구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국민의 당은 대선에서 ‘새정치’를 내세우는 대안 정당이라는 기치 아래 안철수와 마크롱과의 유사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밑으로부터의 요구를 충실히 담아 새정치에 대한 선명한 비전을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각각 개혁적 보수, 진보를 자처하는 유승민과 심상정의 막판 인지도 상승은 대안적 정치 모델을 모색하는 입장에서 주목할 만하나 여전히 실제 투표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획득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안적 정치의 실험은 시작되었다]

프랑스의 ‘앙 마르슈’ 정당은 놀랍게도 현재 의회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다가오는 프랑스 총선은 마크롱 정권의 향배를 결정짓는 중요한 이벤트이다. 냉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패기로 무장한 젊은 대통령이 어떻게 자신의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실현해나갈지 눈길이 간다. 마크롱의 정치가 실패하면 프랑스 또한 르펜의 극우주의로 넘어갈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젊은 대통령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것이다.

 

한국의 정치지형도 탄핵 이후 대선을 통해 큰 변화를 겪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긍정적인 면과 한계점 모두 존재하지만 어찌 되었든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와 참여가 한 단계 발전하고 앞으로의 한국 정치가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역사에 남을 만하다. 무엇보다도 국민 한 명 한 명이 대선을 계기로 ‘좋은 국가란 무엇인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능동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들이 모두 모여 앞으로 한국에서 더더욱 민생에 기초한 풀뿌리 정치와 기성 정치권을 견제하고 대안적 정치를 모색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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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12 18:11:47 최종수정 2017-05-12 18: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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