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5년마다 지각변동 하는 교육정책, 그 속에서 혼란스러운 학생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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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4월17일 09시58분
  • 최종수정 2017년04월14일 16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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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특목고 폐지”

“5•5•2 학제개편”

“정시비중 확대”

 

쏟아지는 대권후보들의 교육공약에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럽다. 정권이 바뀌면 각종 교육정책도 함께 바뀐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근 몇 년간은 그 정도가 심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교과서가 개정된다. 2021학년도부터는 문이과통합교육을 진행한다. 수능도 통합형으로 바뀐다.

 

이명박 정부 때는 특목고 자사고로 대표되는 고교다양화 정책을 펼쳤다. 박근혜 정부 때는 학생부 중심 수시를 확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또 이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고 한다. 교육정책의 주인공은 학생이다. 교육정책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배제된 채 바뀔 때마다 휘둘리며 불안에 떨고 있는 주체 또한 학생이다.

 

수능이 확대될지 축소될지 등의 문제는 학생들에겐 매우 큰 문제다. 대입은 전략싸움이다. 지금같이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경우 나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수능을 엄청나게 잘 볼 자신은 없지만 학급분위기가 갖춰있지 않더라도 열심히 공부할 자신이 있으면 일반고를 가서 높은 내신점수를 받으면 수시에 유리하다. 

 

대입이 100% 정시로 이뤄진다 해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수능점수 한방으로 3년을 증명해야 한다. 내 특기는 코딩이나 토론이어도 특기를 강화하기보단 그 시간에 수능시험 잘 보는 ‘스킬’을 키워야 한다. 고등학교 진학도 중요하다. 좋은 대학을 잘 보내는 학교,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몰려있는 자사고나 특목고를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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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나에게 맞는 전략을 세우던 학생들은 점차 혼란이 가중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에는 단계적 흐름이 보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다. 전 대통령, 그리고 현 대선주자들 개개인은 ‘어떤’ 교육을 ‘왜’ 하는지에 대한 교육철학은 가지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국가가 지닌 교육철학은 뭔지 잘 모르겠다.

 

제왕적 대통령제인 한국에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나라의 온갖 정책이 들썩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주체들을 지명하는 것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정책만큼은 천재지변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왜’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튼튼한 뿌리로 둬야 한다. 학생들의 미래가 누군가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디딤돌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 왜 교육을 하는지, 그러한 교육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국민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논의하고 동의한 비전을 위해 무엇을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하는지 중단기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 

 

자신의 임기 안에 대단한 변화를 만들고 싶은 대선주자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교육정책만큼은 자신이 가진 철학보단 국민이 주인인 국가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철학에 맞는 일관된 변화를 꿈꿔야 한다.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로 이뤄진 국가교육위원회가 효과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역할만 제대로 수행해도 앞으로의 안정적인 국가 교육에 이바지한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의 컨트롤타워로서 관련 부처들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 관련 부처 뿐 아니라 국민합의로 만든 교육의 최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분야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고용노동부 등의 부처와도 논의를 함께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방법론으로는 대통령 소속 독립 행정기관으로 둬 각종 부처의 상위에 있는 기관이 돼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되도록 할 수도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에 독립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입법, 사법, 행정부에서 각각 3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10명 내외로 임명하면 초당적 성격을 띨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강력한 독립성을 위해 헌법기구로 설립하는 방안도 합의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내부에서는 교육계의 이해관계자들을 대표하는 국민심의기구를 만들어 교육정책 논의에 실질적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교육의 ‘소득계층 이동 사다리’역할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유효하긴 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의 대졸학력은 부자 간 소득계층 상향이동 확률을 최대 32% 까지 높인다. 모두 대입을 성공할 수 있는 길로 믿고 있기에, 교육정책의 안정화는 그들이 믿을만한 정책 아래 각자마다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교육 관련 부문에서 개혁해야할 부분은 많다. 그러나 이 부분은 국민적 합의에 따라 ‘왜’ 교육을 하는지가 도출된 후 할 일이다. 교육 카테고리에서만 진행돼서는 안 되며 컨트롤타워로서 관련된 모든 부서와 협력해 이뤄나가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교육정책 안정화가 이를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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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7년04월14일 16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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