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안희정의 네거티브, 불안한 민심을 흔드는 치졸한 싸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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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3월31일 17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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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드디어 만장일치로 파면되었다. 지난 한 해 우리 국민들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정부를 바꾸기 위하여 삼삼오오 광화문으로 모여들었고, 간절히 바라던 조기대선을 약 40여일 앞두고 있다. 그토록 바라던 장미대선을 현실화시킨 이 시점, 각 정당에서는 ‘부패된 정권교체’를 외치며 최종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경선을 펼치고 있다.

 

  경선 날이 다가올수록 여러 경선후보들은 토론회에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는 설전을 벌인다. 토론회에서의 합리적 정책 경쟁은 유권자들이 각 후보들의 가치관을 검증하도록 도와주지만, 요즘의 경쟁은 ‘합리적 정책경쟁’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언성을 높이며 ‘네거티브 공방’으로 번진 경쟁을 보자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네거티브 (negative)’란 ‘부정적’이라는 뜻의 영어단어로 정치판에서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일컫는다. 네거티브 전략은 상대 후보의 정책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실수 또는 약점을 비난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해 사용된다.

 

  많은 국민들은 조기대선으로 인해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우려하며 각 후보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내세워 선의의 경쟁을 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후보들은 이러한 국민들의 바램을 뒤로한 채 정책 토론을 하기 보다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무책임한 비난에 주력하고 있다.

 

문재인-안희정의 ‘네거티브 공방’

 

  경선 때의 적절한 ‘네거티브’는 상대 후보의 청렴함과 도덕성을 검증하기에 알게 모르게 용인되어왔지만, 문재인-안희정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이 최고치에 이르러 더 이상 눈 감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분란의 시작은 지난 3월 19일 열린 제 5차 민주당 경선토론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후보는 토론회장에서 “제1공수여단 여단장인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말해 네거티브 공방을 점화했다. 

 

  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두고 안희정 캠프 측 박수현 대변인은 “문 후보는 오늘 토론회에서 공수부대 시절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자랑하듯 밝혔다”며 “과거의 일일지라도 결코 자랑스럽지 않고, 자랑해서도 안 되는 일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안 캠프 측 박수현 대변인뿐만 아니라 안 후보의 멘토단장으로 활동 중인 박영선 의원도 ‘네거티브 설전’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문 후보가 ‘전두환 표창’을 자랑하듯 이야기하며 놀랐다며 “호남인들의 억울함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하였다.

 

전두환 표창 발언, 팩트는 무엇인가?

 

  팩트는 이렇다. ‘전두환 표창 발언’의 요점은 특전사 복무 시절 표창장을 받았다는 것이며 그 때 당시의 여단장이 전두환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군 복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표창’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을 뿐, ‘전두환 표창’을 자랑하지는 않았다. 

 

  만약 문 후보가 전두환 표창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표창 발언은 안보관을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안보관을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군 생활에 관한 발언 중 일부만 짜깁기하여 지역감정까지 끌어 와 그를 공격하는 것은 국민들의 반감만 사는 알맹이 없는 비난이다.

 

  안희정 캠프 측의 날 선 비난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문 캠프 측은 “경쟁을 한다고 해도 최소한 넘어선 안 되는 선이 있다”며 논란을 일축하려 했다. 하지만 ‘전두환 표창 발언’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음에도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자 두 후보는 직접 입장을 밝히며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 후보 진영의 비뚤 어진 태도에 대해’란 글을 게시하였다. 그는 문 후보에 대해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며 “문 후보와 문 캠프의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원색적인 비판을 하였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강도 높은 비판에 대해 “후보든 후보 주변의 인물이든 네거티브만은 하지 말자”며 “한 팀이기에 내부적으로 균열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네거티브 책임론에 관한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희정 후보는 문 캠프 측이 전두환 표창 발언과 관련해 자신의  “침묵까지 공격했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안 후보는 분명 표창 발언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입장처럼 겉으로만 보면 침묵을 지키는 그에게 문 캠프 측이 일방적으로 네거티브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 후보가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설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대선 후보인 그가 자신의 캠프 측 인사들의 네거티브 공방을 묵인한 것이기에 그도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기를 원하면서 정작 중요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올바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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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콘 강’ 건넌 안희정과 문재인

 

  정책 비판이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그리고 마침내 네거티브로 번졌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두 후보를 보자면 네거티브만이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후보가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며 아름다워야 하는 경쟁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사실 안희정 후보의 이러한 작심 발언은 ‘대연정’과 ‘선한의지’ 발언으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억울함이 묻어난다. 그의 입장에서 ‘대연정’은 국가를 개혁하기 위해 필요한 협력이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대연정’은 시기상조다. 문 후보는 한 팀으로써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하였다.

 

  서운함이 묻어나는 안 후보의 네거티브 설전은 문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서 볼 수 있듯 문 후보 흠집 내기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네거티브 공격을 할 때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을 흠집내는 만큼 자신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안 캠프 측의 네거티브 공세는 안 후보의 선한 정치 이미지에 분명한 오점을 남겼으며 그의 ‘선함’을 믿고 있던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네거티브 공방, 불안한 민심을 흔드는 전략

 

  점점 더 치열해지는 네거티브 설전은 유권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것을 보며 실망하게 되고, 치졸한 감정싸움을 보며 당혹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일각에서는 “준비된 후보가 없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대선 후보 측에서 침체되어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제대로 된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경선 후보를 검증할 시간마저 제약됐다.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어도 모자랄 판에 네거티브 공방을 펼치고 있으니 그들의 근시안적 판단이 안타깝기만 하다.

 

  민주당의 후보들은 모두 하나의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바로 부패된 정권교체이다. 그들이 바라는 바를 진짜 이루기 위해서 후보들은 네거티브로는 국민의 마음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 나아가, 네거티브 설전은 불안한 민심을 더 흔드는 행동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흔들고 말꼬리를 잡아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네거티브는 오로지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품격있는 경선을 위하여

 

  안희정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였을 때, 두 후보는 분명 ‘아름다운 경선’을 만들어나가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 그들은 자신의 분명한 철학을 내세오기보다는 ‘전두환 표창’, ‘선의’ 등의 발언을 두고 도를 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는 겉으로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며 점잖은 모습을 보이지만 계속해서 네거티브에 빠져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그들은 이제 초심을 되찾고 ‘성공적인 정권교체’를 위하여 구체적인 공약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었던 평화적인 촛불 시위처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선의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들이 보여주는 정정당당함만큼 국민의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모든 경선 후보들이 원하는 진정한 국민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과 자신을 흠집 내는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아름다운 정책 대결로 경선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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