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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판박이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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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3월10일 17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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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연일 뜨거운 감자였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올해에도 큰 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급하려 했지만 국민적 비판과 학부모와 학생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연구학교 지정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집단적 반발을 뒤로 하고 끝까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강행한 학교가 있다.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소재의 문명고등학교가 바로 논란의 주인공이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채택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문명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을 강당에 불러 황교안 권한대행의 국정교과서 관련 대국민 담화를 보여주며 대답을 대신했다.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기에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질문을 하며 답변을 요구했지만 문명고 교장은 “국정교과서가 싫으면 전학 가라”며 소통의 장을 닫아버렸다. 학교 측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였다.

 

  학생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2일 예정되었던 문명고 입학식에 ‘국정교과서 철회’라 쓰인 검은 리본을 달고 시위를 하였다. 반발하는 학생들에 맞서 학교 측은 입학식이 열릴 예정이었던 강당의 문을 닫으며 학생들을 막아섰다.

 

  문명고 입학식은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문명고 교장은 ‘병가’를 내며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퇴행하는 민주주의의 국정교과서

 

  배신감에 휩싸인 학생들은 이후에도 교내 시위를 이어왔으며, 개학을 한 지금도 방과 후에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학부모로 구성된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문명고 대책위도 학생들이 ‘온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경산 오거리에서 열고 있다. 대책위는 국정교과서 지정에 편법이 있었다며 법원에 효력 정지를 신청하는 등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외치고 있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국정교과서의 편향된 역사의식이다. 국정교과서란 국가의 시선으로 바라 본 역사교과서를 뜻하며 하나의 시각을 국가가 정해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상 하나의 역사관을 주입하는 국정교과서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역사란 본디 다각도의 측면에서 해석되고 연구되어야 하지만 교육부라는 시선에서 쓰인 국정교과서는 편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시선에 맞춰 역사를 왜곡 할 가능성이 다분한 국정교과서는 민주주의와는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다.

 

  문명고 학생회는 “역사는 한 가지의 절대적인 해석이 나오는 학문”이 아니라며 선택의 폭이 다양한 검정교과서를 채택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학생들도 알고 있는 편향된 역사관, 역사왜곡 가능성 등과 같은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학교 측만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편법을 동원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결정이다.

 

  경북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공모에 ‘교원동의율 80% 미만 학교는 연구학교에서 제외’라는 지침을 두었다. 교사들이 반발하여 문명고의 교원동의율이 73%에 그치자 경북도교육청은 문명고가 연구학교 공모에 무사히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을 삭제하였다.

 

  또한, 문명고 교장은 첫 번째 투표에서 학교운영위원회 다수가 반대하자 직접 학부모들을 모아 설득한 후 재투표를 실시했으며 학교 교사들에게도 찬성 서명을 강요하였다.

 

  학교 측은 학교의 구성원과 충분한 합의를 거쳐야만 했던 중대한 사안을 ‘날치기 통과’ 시켰다. 꼼수를 동원하여 연구학교 신청을 완료한 문명고 교장은 학생과 교사를 기만하였고 이는 분명 반교육적인 행태라고 볼 수 있다.

 

  학교는 교장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다. 학교는 본디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만 한다. 본인의 이해관계로 일방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행동은 분노와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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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와 빼닮은 불통의 문명고

 

  문명고 사태는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묵살한 문명고는 수많은 안건에서 국민적 반대를 무시한 박근혜 정부와 빼닮았고, 불통에 맞서 시위를 하는 문명고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선 국민들과 빼닮았다.

 

  박근혜 정부와 문명고 교장 모두 학생과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고 그들의 의견을 묵살하며 오직 ‘따르라’며 강요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기 위해 ‘편법’을 써 학교의 방침까지 제멋대로 바꾼 문명고는 학생회가 국정교과서 철회 서명 운동에 나서며 수차례 입장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국정교과서를 끝까지 고집했다.

 

  문명고는 국정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기존 역사 교사들이 수업을 거부하여 지난 4일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급하게 게시하였다. 제대로 된 시스템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학교도 학부모도 아닌 학생이다.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아이들은 학교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해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수업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학교가 학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교의 주인이 전도되고, 국가의 주인이 전도된 현 상황은 권력을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사용하는 자들이 내려와야 비로소 나아질 것이다.

 

본질을 흐리는 문명고의 ‘외부세력 프레임’

 

  문명고 교장과 일부 언론은 외부단체들의 개입으로 교육의 자율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명고 사태의 본질은 외부단체의 개입 유무가 아니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의 의견이 묵살 당했다는 점, 규칙을 지키며 학생들에 본보기가 되어야 할 학교가 편법을 동원하여 독자적으로 결정을 강행했다는 점이 문명고 사태의 진짜 본질이다.

 

  문명고 사태의 논점을 흐리며 외부세력 개입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학생들의 순수한 학문에 대한 열정이 정치적인 의도로 매도되고,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밤낮으로 고생하는 학부모의 노력 또한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들로 폄하된다.

 

  이러한 ‘외부세력 프레임’은 문명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연대를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만든다. 이러한 프레임은 그들의 연대를 약화시키고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킨다.

 

  학교 측이 외부세력 프레임을 계속해서 강조한다면 연대의 목소리는 결국 작아지게 될 것이고, 문명고는 온당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라는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문명고는 계속 되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는 권력을 쥔 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부디 문명고 교장은 외부세력 프레임에 의존해 본질을 흐리지 말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저항의 외침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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