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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국적은 북한? SNS에 먹잇감을 제공한 언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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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3월10일 17시52분
  • 최종수정 2017년03월10일 20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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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재명의 국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지난 달 27일,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에는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국적이 북한으로 게재됐다. 현재는 정상으로 수정됐다.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 측은 “대선 과정에 심각한 문제 될 우려 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며 강력 대응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대선을 앞두고 특정인 당선이나 낙선 위해 의도적, 조직적으로 허위 사실이나 가짜 뉴스를 유포할 경우 강력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가짜뉴스는 작년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 전에도 가짜뉴스는 존재했다. 일부 집단 사이에서만 떠도는 루머에 불과했다.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가짜뉴스는 한 이슈의 중심에 선다. 정치적 이단아였던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로 가짜뉴스가 지목된 것이다. 사람들은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등 트럼프에게 유리한 가짜뉴스들을 무시하고 지나쳤던 과거를 후회하며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공격의 화살은 SNS로 향했다. 가짜뉴스 확산과 트럼프 당선에 대한 페이스북 책임론이 불거졌다. SNS는 빅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의 선호를 파악하고 그들이 좋아할만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이용자들은 걸러진 정보를 소비하며 비슷한 콘텐츠가 셀 수없이 존재하는 필터버블 안에서 그 세상이 전부인 양 살아가게 된다. 인간은 인지부조화 상태가 생기면 이를 못 견디고 자기의 휴리스틱에 세상을 끼워 맞추는 심리가 있다. SNS는 이 심리를 더 SNS을 통해 가짜정보를 담은 수많은 콘텐츠를 접한 사람들은 기성 언론의 정보를 믿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자신은 기득권층이 장악한 언론플레이에 놀아나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SNS라는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동시에 SNS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다. 부작용이 있다고 없앨 수 없고 피할 수 없다. 기술의 선악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가짜뉴스의 성행을 SNS, 페이스북에만 책임을 전가할 순 없다. SNS가 수없이 많은 가짜정보를 퍼뜨릴 때 이를 방조한 ‘언론’의 책임이 매우 크다. 

 

전통적 저널리즘, 즉 기성언론은 공론장에서 추방된 의심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 사이 언론의 견제망에서 벗어난 가짜정보는 삼각지대에서 그럴듯한 형식을 갖추며 가짜‘뉴스’로 거듭난다. ‘문재인은 종북, 탄핵 반대 응답이 47%로 찬성보다 더 높다, 위안부는 알면서도 돈 벌기 위해 간 것이다’ 등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짜정보를 기반으로 한 근거가 수없이 쏟아지고 특정 집단 내에서 동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진짜가 진짜인 이유를 설득시켜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당연히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믿지 않겠거니 하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저널리즘스쿨이 발간하는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는 인터넷 서비스업체 컴스코어의 100만명 인터넷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 1월 발표했다. 리뷰에 따르면 가짜뉴스를 본 사람 가운데 41%는 <뉴욕타임즈>를 찾아봤다. 다른 ‘진짜뉴스’를 보고 <뉴욕타임즈>를 찾아본 비율의 36%보다 더 높은 수치다. 가짜뉴스 소비자들은 실제 뉴스를 보면서도 가짜뉴스의 정보를 신뢰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기성언론에서 가짜뉴스가 다루는 내용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뉴스를 봐도 가짜뉴스의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다. 특정 이슈에 대해 개인이 진정한 의견 선택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와 측면을 볼 수 있게 하는 ‘사실’들이 필요하다. 진짜뉴스는 가짜뉴스의 거짓된 사실에 파묻힌 소비자들에게 가짜뉴스가 제공한 가짜사실과 다른 측면의 진짜 사실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사실을 판단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가질 기회를 상실한다. 이들은 가짜뉴스를 바탕으로 휴리스틱을 형성하며 그 이후에 소비한 가짜정보에 대해서도 동조하게 된다.

 

언론이 팩트체커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점도 가짜뉴스가 성행하는 원인이다. 트럼프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가 대선출마를 한 초기에 언론은 그의 출마를 그저 연예 가십거리로 다뤘다. 검증 대상이 아니었다.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딱 좋은 이슈거리일 뿐이었다. 트럼프에 대한 검증은 사라지고 그의 막말만이 보도됐다. 트럼프에 대한 시민들의 주목도는 높아졌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CNN은 후보 토론회와 트럼프 보도 덕에 작년 시청률이 그 전년에 비해 170% 상승했다. 검증 대상에서 벗어난 트럼프는 승승장구했다. 주력 대선 후보에 등극했다. 그제야 언론은 각성했다. 사과문을 잇달아 올리며 자신들이 한 실수에 대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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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괴물 트럼프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를 오락으로 다뤄 날개를 달아줬다” 풀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칼럼니스트 코니 슐츠가 온라인매체 ‘더 내셔널 메모’에 쓴 반성문의 일부다. 뉴욕타임즈 또한 칼럼을 통해 “우리의 첫 번째 실수는 트럼프 또는 그의 배경에 대한 적절한 사실확인(fact-checking)없이 그를 다뤘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미국언론이 트럼프를 보도했던 방식을 반성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보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짜뉴스였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보도전문채널 YTN에서 이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는 사실이다. 오보의 발단은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만든 게시물이었다. 트럼프 후보 얼굴에 “누가 여성대통령의 미래를 묻거든 한국을 보게하라”는 문구를 더해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트럼프가 이렇게 말하면 선거 이기지 않을까”라고 적은 후 이미지를 게시했다. 구글에 한번만 검색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기성언론이 얼마나 사실확인에 게으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언론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을 제재하고 사람들이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성 언론들은 기술발전으로 ‘설자리가 없다’는 등의 힘들다는 불평만 할뿐, 그 안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책임이 크다. 언론은 과거의 영광에 빠져 고귀한 말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공중의 깊숙한 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살펴봐야한다. 언론은 이슈에 대한 충분한 ‘팩트체크’를 통해 여론장의 정화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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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7년03월10일 20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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