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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개정,더는 미뤄선 안 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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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2월24일 19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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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SBS ‘TV 동물농장’에서 ‘강아지 공장’의 실체가 전파를 탔다. ‘강아지 공장’은 불법 개 번식장으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어미 개를 강제 교배하여 낳은 새끼를 판매하는 곳이다. TV 속 장면은 충격적이었다.강아지 공장의 업주는 불법 마약류를 사용하여 자가진료 행위를 했으며 공장 내부는 각종 오물로 가득했다. 

 

 업주에게 개는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었으며,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강아지공장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켰다.하지만 문제가 공론화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동물보호법 개정은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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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개정, 왜 더딘 것일까?

 

 동물보호법 개정이 더딘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가장 먼저 동물보호법 개정을 다루는 상임위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인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농해수위는 동물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에 축산업 쪽에 관심이 많다.농민,축산인,어민들의 이해관계를 살펴야하기에축산업과 대립되는 부분이 있는 동물보호법을 농해수위에서관장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헌법이 동물을바라보는 시각을 동물보호법 개정이 더딘 이유로 들 수 있다.예부터 헌법은 살아있는 생명을 ‘인간’으로 국한하였다.그렇기에 헌법 상 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동물보호법에서도동물을 개인의 ‘소유물’ 취급을 하기에 동물학대범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강아지 ‘순대’ 사건과 같이 타인의 반려견을 납치해 도축해 먹어도절도죄만이 성립되며,학대 받고 있는 타인의 반려견을 구해도 절도죄가 적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헌법 상 동물은 물건이기에 동물보호법 그 자체도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없다.동물보호법은‘사람이 동물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법률’이다.동물의 생명권을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기 보다는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제정된 것이다.

 

 이러한 그릇된 방향성은 동물을 생명으로 여겨 보호하자는 국제적 분위기에 맞지 않으며,동물의 권리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지 못한다.법의 기준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동물보호법 개정,더는 미룰 수 없다

 

 동물보호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강아지공장 업주와 같이 동물을 사고파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그들은 ‘생존권’을 앞세우며동물보호법 개정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그들의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여기는 농해수위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여동물보호법 개정을 지금까지 유예하여왔다.

 

 하지만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반려동물로서 그들을 학대하는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미 형성이 되었기에 동물보호법 개정을 더는미룰 수 없다.동물보호 인식이 점점 더 높아지고있기에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잘못된 부분은 시정해 나가야 한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었다.동물 학대 처벌 강화 방안이 지난 21일 국회의 첫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이번 개정안 심사에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었다. 

 

 물론 이러한 처벌 강화 방안이 온전한 동물 복지를 이뤄낼 수는 없겠지만 국회가 동물을 ‘생명’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작은 성과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동물농장에 방영 돼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강아지공장과 같은 동물생산업이 ‘허가제’로 바뀌었다.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이기에 이제는 수면 위에서 동물 생산 시설에 대해 직접적인 규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를 해보아야겠지만,열악한 동물생산 시설에 대해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게 되었기에 동물들은 최소한의 동물 복지 기준으로 안전한 사업장에서 자랄 수 있게 되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끝까지 지켜보아야한다

 

 하지만 여전히동물보호법이 진정한 동물복지법으로 발돋움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처벌이 강화되었다고 해 동물 학대 범죄가 끝나는 것이 아니며기존의 반려동물 산업은 정부의 규제 아래 계속될 것이다.

 

 또한, 동물보호법은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동물보호법은인간이 이용하는 모든 동물에적용되어야만 한다. 이번 AI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인간의 이기심은 해마다 발생하는 AI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공장식 축산을 고집하다 이번에도 대량 살처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동물보호법이 본연의 목적을 되찾아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기까지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하지만 동물학대 범죄 처벌 강화와 같이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간다면동물보호법은 시나브로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잡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지금까지 동물보호법은 늘 뒷전이었기에 첫 관문을 통과한 지금이 동물보호법이 개정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다.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개정안이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지켜보아야만 비로소동물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인간이 가져야만 하는 도덕성이자 본성이다.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는 인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동물에게 해당된다.따라서 인간의 그릇된 이기심으로 동물을 학대하거나 그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인간의 이윤 추구 목적으로 태어나고 다뤄지고 있는 그들의 생명과 삶이 이제는 존중되도록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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