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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사랑 싸움’ 아닌 엄연한 ‘범죄 행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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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30일 15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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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에서 데이트 폭력을 로맨스로 포장하는 사례가 시간이 지날수록 잦아지고 있다. SBS 주말 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극 중 남자 주인공이 헤어지자는 여자 주인공을 강제로 벽에 밀치고 키스 하는 장면을 사랑싸움의 일종으로 그렸다. 엄연한 데이트 폭력을 연인 간의 사랑으로 왜곡시킨 것이다.

 

 극 중 장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었지만, 방통심의위는 해당 장면을 ‘문제없다’고 보았다. 데이트 폭력 장면을 미화했다고 문제 삼는다면 작가의 표현 범위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듯 오늘 날의 미디어는 데이트 폭력을 낭만적인 것으로 포장하며 로맨스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이는 데이트 폭력을 범죄로 인지하지 못하고 둔감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데이트 폭력이란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언어적·성적·경제적 폭력을 일컫는다. 데이트 폭력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그에 따른 처벌 빈도와 수위는 미미하다. 또한, 여러 미디어 매체가 보여주듯 우리 사회는 데이트 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며 단지 ‘사랑싸움’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데이트 폭력이 하나의 사회적 범죄 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다. 처음에는 다정했던 연인이 점차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많은 피해자들은 폭력의 위험신호를 사랑의 표현으로 착각하여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많은 피해자들은 상대방의 집착이 데이트 폭력의 일종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또한, 데이트 폭력의 수위가 점점 더 높아져도 사랑으로 감싸려고 하다 감정적으로 상대에게 동화되어 더더욱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데이트 폭력의 특성 상 상대방이 피해자의 신상과 사생활 정보를 깊게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보복이 무서워 신고하지 못하는 예도 있다. 혼자의 힘만으로는 데이트 폭력의 굴레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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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사건이 매년 평균 7,000건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해 기준 폭행 사건은 3,600건, 상해 2,300건, 살해 100건이다. 통계로 잡힌 것만 평균 7,000건이기에 신고 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통계에서 볼 수 있듯 데이트 폭력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다. 그렇기에 데이트 폭력을 단순한 개인 간의 ‘사랑싸움’이라고 보기보다는 심각한 ‘범죄 행위’임을 인지하고 사회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찰청은 연일 증가하는 데이트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 ‘연인 간 폭력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자의 90% 이상은 여성이었고 여성 피해자에 대한 폭력의 방법은 다양했다고 한다. 연인의 얼굴에 염산을 붓거나 흉기로 공격을 하는 사례에서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 데이트 폭력의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에서 T/F를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현행 형사법 체계로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형사법 체계를 데이트 폭력 범죄에 적용하는데 한계를 인지하여 ‘데이트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특례법은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데이트 폭력 범죄자의 조사와 수사 그리고 성행 교정에 관한 특례를 담고 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데이트 폭력 특례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되었다.

 

 수석전문위원은 ‘성인 남녀의 애정관계 회복’이라는 영역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없기에 법안을 폐기한다고 하였다. 데이트 폭력을 성인 남녀의 애정관계 ‘회복’의 영역으로 인식한 것이다.

 

 법원에서 ‘관계의 친밀도’를 근거로 데이트 폭력을 정당화한 것인데, 폭력은 절대 ‘관계의 친밀도’로 정당화될 수 없다. 사랑하기에 물리적 폭력을 가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을 뿐더러 폭력의 유무와 애정은 별개의 일이다.

 

 누군가에게 물리적으로 해를 가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이며 수사기관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야만 한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데이트 폭력 방지법을 재추진 할 예정이지만 심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데이트 폭력을 초기에 근절할 수 있는 법안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데이트 폭력은 절대 미연에 방지될 수 없다.

 

 국회에서 지지부진하게 특례법 도입을 미루고 있을 때 경찰은 데이트 폭력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클레어 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데이트 폭력의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고, 가해자의 재범률이 76.5%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을 클레어 법 도입 근거로 들었다.

 

 클레어 법은 연인 사이에서 애인의 폭력 전과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데이트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그 의의를 둔다.

 

 하지만 클레어 법 도입이 데이트 폭력을 방지할지에 대해 의문의 관점이 있다. 실상 상대방의 전과를 조회하는 것은 근본적인 데이트 폭력의 원인을 근절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아니며, 폭력을 사전에 차단하지는 못한다. 또한, 데이트 폭력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부족한 법안이다.

 

 또한, 사생활 침해 문제와 연인 사이를 정의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클레어 법 도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기에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 특례법처럼 데이트 폭력을 명백한 범죄 행위로 법적으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처벌 조항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회는 데이트 폭력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범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 집착으로 그리고 폭력으로 변질되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긴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닌 엄연한 범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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