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입대할 땐 '조국의 아들', 다치면 '남의 아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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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23일 18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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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조국수호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 및 추위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고생하는 60만 군 장병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2015년 TV조선에서 한 설문을 소개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으로 50대 이상에선 “즉시 참전하거나 군을 돕겠다.” 고 답했지만 10, 20대는 60% 이상이 “안전한 곳으로 피난 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은 군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전쟁 휴전 후 지난 63년간 1·21 사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판문점 도끼 만행,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DMZ 지뢰 도발 사건 등 끊임없는 북한의 도발로 인해 안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청년들이 군을 기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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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할 땐 “조국의 아들”, 다치면 “남의 아들” 

 

 2015년 한 특전사 중사는 훈련 도중 어깨에 상처를 입었다. 피가 통하지 않아 어깨뼈가 괴사하는 ‘상완골 무혈성 괴사’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국군 수도병원에서는 전문 군의관이 없다며 치료해 주지 않았다. 또한, 군 규정상 대퇴부는 장애가 인정되지만, 어깨뼈는 규정에 나와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의병전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만기 전역 2개월 결국 장애에 대한 보상은커녕 향후 보훈 대상자로 지정조차 되지 못했다. 

 

 2016년 7월 28일 강원도 철원 인근 GOP에서 김모 일병이 폭발물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김모 일병은 국군 수도병원으로부터 장애 보상금 800만 원을 단 1회 지급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국군 수도병원 측은 김 일병 가족들에게 “군인이라서 국가배상법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사병은 직업군인이 아니라서 군인연금법 대상도 아니며 법적으로 더는 줄 게 없다”라고 전했다. 

 

 필자가 입대를 위한 면접 때 당시 면접관은 “입대하게 되면 학생은 국가의 몸이니깐 그전까지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고 말했다. 군 복무 21개월 내내 국가에 소속이기에 지켜야 할 규정들이 많았다. 지켜야 할 규정은 많은데 정작 규정상의 문제로 적절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이런 시스템에서 어느 누가 책임감을 가질 것인지 의문이 든다. 

 

방산비리, 줄줄 새는 혈세 

 

 2015년 뉴스에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방산비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러난 방산비리의 규모는 1조 원에 가깝다. 방탄복, 소총, 피복류, 군함, 헬기, 잠수함, 전투기, 심지어 군사기밀 누설 등 비리의 항목도 다양하다. 육·해·공 기무사까지 비리 없는 곳을 찾는 게 쉬울 정도로 군 깊숙이에는 비리가 만연해 있다. 

 

 방산비리에 대해서 엄중한 처벌은 하겠다고 했지만 1,100억 원대 혐의로 수사를 받은 무기중개상은 방산비리 무죄로 판결을 받았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정책결정자를 수사대상에서 배제해버리니 책임자를 찾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죄는 있지만 잘못한 사람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생계형 비리”라는 발언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2016년 미 해군 최대의 방산비리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규모는 한화로 약 410억 원이 다. 대한민국 국방비의 16.8배인 미국에서 410억 원의 비리를 최악이라고 말하는데 비해 1조 원의 비리를 장관이라는 사람이 생계형 비리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이는 현 군대가 뿌리부터 곪아있음을 볼 수 있다. 군 수뇌부들은 모범적이지 못하고 비리가 만연한데 장병들은 모범이 되라고 강요받고 있다. 과연 누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신뢰를 회복하는 軍이 되려면…? 

 

 필자는 한국 사회 속에서 국민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배워왔다. 특히 국방의 의무는 큰 대가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어왔다. 안보위기 상황 시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하는 장병들을 보며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군은 그저 “신성한 의무” 라고 포장하며 조건 없는 의무만 지키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울산 예비군훈련장 폭발사건에서 군은 관계자들끼리 서로서로 덮어주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서로 숨겨주기에 급급한 현 군대 시스템을 보며 언제까지 군 복무를 신성하다고 아름답게 포장할지 한탄스러울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라는 속담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군은 소를 잃고도 전혀 고치지 않고 있다.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 관행으로 숨기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친 장병들은 합당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군 수뇌부들부터 모범을 보이고 군 구성원 모두가 국가에 헌신하며 만약 다칠 경우 충분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식”이다. 부정한 관행을 버리고 부족한 제도는 더 구축해 나가는 것. 이렇게 된다면 군에 대한 신뢰는 쌓이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안보 또한 튼튼해 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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