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진실한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세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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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04일 18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12월26일 22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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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숨이 막힌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비리와 이를 자신과 무관한 일인 마냥 대하는 ‘식물대통령’으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앞날은 상식으로 이해 불가해 보인다.

 

 마크 트웨인인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각운은 맞춘다”고 말했다. 1979년 10월 26일은 아버지가 신임하던 부하의 총탄에 쓰러져 18년 독재를 마감한 날이고, 37년이 지난 2016년 10월 26일은, 그의 딸인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폭 하락한 날이다. 암묵적으로 지키고자했고 그렇게 지켜져 왔던 30%의 지지율은 이 날 비선실세들과의 국정농단으로 17%대로 추락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분노와 함께 신뢰를 잃었다. 지금은 두 자리 숫자조차 아니지만 말이다.

 

 사태가 커지자 단상에 올라 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불 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붙는 꼴이었다. 그의 사과에서 국민은 진정성보다는 괴리감을 느꼈고 이해보다는 목까지 차오르는 답답함을 맛보았다. 자신의 입장을 진솔하게 말하겠다는 이야기는 수박 겉핥기식에 그쳤고 사태에 대한 명백한 책임을 회피했다. 

 신임 총리를 지명한 것 역시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자 불통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대국민 담화에서조차 정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발언을 하며 최순실을 개인의 비리로 선을 그음으로써 이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최순실 파문의 진상은 검찰이 밝히고 국정 공백을 메우고 수습해 가는 것은 대통령인 본인이 하겠다는 말은 최순실 사태를 전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담화문을 발표한 이후 청와대가 여야 영수회담을 제한 한 것 역시 정치적 소통을 증진하겠다는 의도 뒤에 대통령이 분명한 국정 주체임을 공공연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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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릿수 대통령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5%대까지 떨어졌다. 이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뇌사상태다. ‘식물 대통령’이 된 박 대통령이 계속 숨을 유지할 수 있는 산소호흡기는 자신의 잘못을 다시 진심으로 인정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통령의 잘못은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것 같이 ‘개인적 인연을 믿고 경계의 벽을 허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능과 비리가 가능케 한 구조를 만드는데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대국민 담화에서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분개한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는 못했다. 국정권을 계속 쥐고 공백을 메워 나가겠다는 표명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모든 문제의 근본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바람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산소호흡기를 떼어내고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진심과 정면 돌파밖에 없는 상황에서 계속 되는 꼼수는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박 대통령을 밀어낼 것이다. 최순실과 직거래 의혹이 제기된 박근혜 대통령 조사에 대한 의견이 각종 청와대 인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검찰 조사를 통해 사건의 윤곽은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으며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 또한 거세졌다.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자신 역시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여줄 지는 의문이다. 검찰의 수사 진행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은 앞으로 국민의 의문과 각종 음모론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0%가량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는 등 국민들로부터 ‘마음의 탄핵’을 당한 상황에서 검찰 조사를 회피할 경우 정국 상황이 꼬이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 개인도 지금보다 더 가시밭을 걷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오지 않았다

 

 시시각각 터져 나오는 뉴스에 국민들은 더 이상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 넘쳐 나오는 수많은 의혹과 비리는 우리를 피로하게 하고 비상식이 상식을 지배했던 사회에서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라는 무기력함까지 온다. 혼자 힘으로는 진정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던 ‘식물대통령’을 국가의 대표라는 위치에 뽑아 놓았다는 것에 대한 심각한 자괴감과 수치심은 말할 것도 없다.

 

 여느 기업인이나 대통령의 친인척의 비리보다 대통령의 농락과 잘못이 우리에게 이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가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무의식에서 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몰랐나 하는 의문이 든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운 반응과 대처, 혼이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국정 교과서를 강행하는 모습에서 오늘의 사태가 예측 불가능 했다고 할 수 없다.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국민의 정치적 수준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국회이고 대통령이 아닌가라는 반성도 하게 된다.

 

 무당에 농락당했다며 분개하고 무능한 대통령을 비난하기에 앞서 한 개인이 권력을 사유화하는 놀이와 비리를 행하는 것이 가능했던 한국의 사회를 들여다 봐야한다. 특종을 전신에 달며 언론이 떠들썩하게 매일같이 내보내는 최순실 관련 단독 보도들도 이제는 사실상 효용이 없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박 대통령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힘으로써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해진다. 최순실의 영향력에 편승해 국정 농단의 조연을 자처한 전·현직 청와대 참모와 정부 각료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 없이는 ‘정의의 회복’과 ‘민주주의 실현’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떠했는지 앞으로는 어떤 체계와 형식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검찰은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다. 집단과 기관이 부재하고, 존재하는 기관마저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선진국’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너무나도 먼 단어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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