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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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대한민국에는 아직 설익은 논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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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0월28일 17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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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학에서 정치는 ‘자원배분을 위한 도구’로 통용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 즉, ‘국민에 의한 정치’를 뜻한다. 이를 조합해보면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2015년 OECD 불평등지수 4위의 국가다. ‘양극화’라는 단어는 유행마냥 자주 거론된다. 자원배분이 99%의 국민이 아닌 소수 1%를 위해 이루어졌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이처럼 ‘양극화’ 문제는 ‘민주주의 오작동’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각에서는 민주주의 후퇴의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는다. 행정권, 입법권, 예산권이 모두 대통령에게 집중된 정치구조의 비민주성이 현실에 그대로 작용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대안으로는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 옷에 불과하다.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 모두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 옷

 

 이원집정부제 찬성론자들은 국정 운영의 권력을 나누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외교, 안보 등 외치는 대통령에, 그 외 내치는 내각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제왕적 대통령을 낳는 ‘대통령제’와 제왕적 국회를 낳을 ‘의원내각제’의 위험성을 모두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의 골자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으로만 완벽한 주장에 가깝다. 한 국가의 외치와 내치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누기 어려운 까닭이다. 북한의 핵 실험이 내수시장을 위축시키고, 천문학적인 외교 예산은 응당 여타 예산의 감축을 대가로 하는 것이 국정이다. 외치와 내치의 구분이 어렵다는 문제는 어디까지를 대통령이, 어디까지를 총리가 담당하는 지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손꼽히는 오스트리와 프랑스도 오스트리아는 사실상 의원내각제 국가, 프랑스는 사실상 대통령제 국가로 분류되는 것 역시 ‘외치/내치’ 구분의 난망함을 이유로 한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인만큼 외교, 안보, 국방이 국정운영의 중차대한 부분을 차지한다. 설익은 이원집정부제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심각한 ‘국정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원내각제는 또 어떤가. 하루가 멀다하고 정쟁을 일삼는 정당을 거론하며 이 역시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양보와 합의가 미덕인 곳이 국회임에도, 양보를 곧 ‘패배’로 인식하는 국회수준을 불신하는 탓이다. 사소한 사안 앞에서도 양보하기 싫어 ‘국감파행’이라는 초강수를 두거나, 대승적 합의정신을 ‘법안 거래’로 변질시키는 곳이 국회다.

 

 섣불리 내각제를 도입했다가는, 상대당의 집권을 방해하려 ‘내각해산권’만 남용하는 국회풍경을 목도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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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유지’, 하지만 이대론 안된다

 

 결국 답은 ‘대통령제 유지’다. 하지만 현행 대통령제의 ‘제왕적’ 성격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 행정권, 입법권, 예산권을 모두 가지는 대통령의 권한이 비대해서다. 특히 대통령의 입법권은 종종 의회를 ‘그리드락’ 상태에 빠뜨리는 위력을 보이기도 한다. 국정 마비를 낳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시행령으로는 누리과정, 지방재정개편안, 국정교과서, 성과연봉제 등이 있다.

 

 그리고 해당 시행령들은 하나같이 ‘정쟁’으로 이어져 입법부를 마비시켰다. 시행령은 기실 법률의 하위법에 속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이 강력한 만큼 입법부 중 일부는 종종 행정부의 2중대처럼 행동하게 되고 이런 문제가 결국 국정 마비로 이어지는 탓이다. 대통령이 보유한 입법권을 점차 국회에 전속시키는 방향으로의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는 요란한 개헌 없이 국회법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영역의 일이다.

 

‘대통령제 국가는 민주적이지 않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이렇게 일갈한다. OECD 국가 중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가 대한민국, 미국, 멕시코, 칠레 4국가에 불과하며, 그 중 민주주의지수 상위 20개국 내에 안착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과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프랑스 역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여겨지는 20위 내에 안착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의 문제는 통치구조와 별개라는 방증이다.

 

 미국은 입법권을 의회에 오롯이 예속시킨 대표적인 나라다. 행정부는 행정을, 입법부는 입법을, 사법부는 사법만을 담당하는 이상적인 ‘삼권분립’의 형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시행령을 견제하는 법률개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행정·입법부와 사법부로 구성된 ‘이권분립’ 국가가 아닌 정상적인 삼권분립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 이는 필수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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