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개혁 <3> 10가지 제언 ⑤ 시장경합성 제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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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느 때와 달리 이 시점에서 진입규제에 나서고자 할 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전에는 동종 업계의 시장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이종 업계나 이종 분야의 시장진입에 대한 장애를 제거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융합 신기술로 무장된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진입과 시장창출 기회를 확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시장 출시에 나서는 개발자나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뿐 아니라, 더 근본적인 또 다른 고민거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과연 제도적으로 장애물이 견고해 보이는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인가, 새로운 시장 수요는 기대만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시장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기존사업자와의 경쟁 구도는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들보다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 외부에 존재하다가 새롭게 진입을 꾀하는 잠재적인 경쟁자들(Potential Competitors)의 입장에서는 경쟁 구도 못지않게 시장진입 자체를 더 크게 우려한다. 시장 외부에 존재하는 신기술로 무장된 잠재적 경쟁자들의 시장 참여가 수월해지도록 진입규제의 개혁이 중요한 이유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이전에 시장 창출 그 자체가 차단된다면 더 큰 문제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공정경쟁(fair competition) 못지않게 시장경합성(market contestability) 을 높여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산업융합의 영역을 포괄적으로 관할하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시장에서의 경합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규제의 개선을 통해 시장경합성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 신규로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사업자들이 기존의 기업이나 사업자에 비해 불리함이 없을 때 시장은 경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수가 반드시 다수일 필요는 없고, 비록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독과점적으로 지배하는 상태에 있다고 해도 진입과 퇴출 시 기존 기업에 비해 배타적 불이익이 부과되지 않는다면 일정한 조건 하에서 시장은 경합적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Baumol, W. J., Panzar, J. C. and Willig, R. D(1982) 등의 시장경합성(market contestability) 개념에 따르면, 시장에 진입하는 데에 필요한 고정비용의 부담이 없거나 시장에서 퇴출할 때 발생하는 매몰비용(sunk cost)의 부담이 없을수록 경쟁시장의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이러한 논리라고 하면 단일 기술과 단일 산업이 지배하는 시장보다는 특히 기술과 산업의 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시장경합성의 개념이 더 유력하게 적용될 수 있다. 융합이 활성화될수록 그 과정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되므로 고정비용과 매몰비용의 부담이 단일 기술이나 단일 산업이 우위인 시장보다 훨씬 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시장이 경합적이지 못하면 기술개발 단계부터 개발자와 사업자는 장애를 겪어야만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시장이 얼마나 경합적이냐 하는 정도에 따라 융・복합 신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구상이 실현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진입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 잠재적인 경쟁자의 시장진입 가능성을 제고하는 환경의 조성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규율되던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가자는 접근 방식도 이런 맥락에서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4차 산업혁명기에 출현하는 융・복합 신산업의 특성상 주로 종사하는 업종이나 분야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실체를 기준으로 보는 Entity base 방식은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규제의 사각 지대를 확장시킬 우려가 있다. 그보다 기업의 업종 개념과는 별도로 융・복합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하여 Active base로 규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다. 이들의 활용도는 업종의 구분을 넘어설 때가 다반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각 업종 별로 조직화된 협회나 이익단체의 활동도 때로는 시장경합성을 제고시키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들 협회와 단체의 활동이 업종이나 사업마다 엄격한 영역과 경계를 설정하고 잠재적인 외부경쟁자의 진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업종 별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허물어지는 융・복합 시기에는 칸막이식으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진입장벽을 쌓아올리는 데 주력하는 업종 별 협회의 개념을 재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존 시장참여자들의 방해 없이 신기술로 무장된 시장 외부의 잠재적 경쟁자들의 진입이 용이해져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때 이해관계가 상충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느냐 이다. 

 

법과 제도를 통한 규제의 개혁 못지않게 실제 시장에서 실행되는 관행을 바꾸는 일 또한 창의와 융합을 활성화시키고 시장경합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시방서(示方書, specification)의 경우다. 

 

시방서란 공사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관련 규정 및 과업지시사항 등을 기입한 것을 말한다. 시공 상의 방법, 특정 재료, 재질, 제조공법 등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시방서의 내용은 법으로 정해진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강제 규정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곤 한다. 문제는 같은 성능이거나 더 나은 성능을 지닌 제품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시방서에 굳이 이미 검증된 제품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신기술 제품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사실상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시장경합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잠재적인 시장참여자의 진입 가능성을 가능한 넓혀 놓는 방향으로 규제개혁이 바람직하다는 차원에서 시장에서의 관행은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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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27 17: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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