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이 탄생하려면 <4> 열린 산업생태계가 열쇠다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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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반기에 두 가지 중요한 미래산업 분야 회의에 참석하는 기회를 가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와 보건복지부 주관의 헬스케어 분야의 회의였다. 두 분야 모두 우리나라가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하기에는 미흡하지만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해 온 연관 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신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로 손꼽히는 분야들이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 기업들은 미래 신산업을 마련하는 일에 상당한 수준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에서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대기업은 물론 미래 핵심기술로 손꼽히는 이차전지 분야의 대기업, 이들과 연관된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들 그리고 IT 분야의 선두주자까지 각자가 자신들과 연관된 특정기술들을 개발하고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수준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대표적인 대형병원은 물론 최근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제약회사들 그리고 이들에게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업체까지 나름대로 헬스케어의 중요 기술들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이들 회의에서 우리나라 신산업 개발 노력과 관련하여 의문인 점은 이렇게 각자가 나름대로 열심히 기술개발에 노력하면서도 이들 연관된 기업들 사이에 서로 협력하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여한 기업들 혹은 단체들이 각자 혼자 힘만으로는 미래 유망 신산업 분야의 모든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에는 벅차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국내 기업들 사이에 서로가 발전한 기술들을 결합하여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신산업 탄생의 세계적인 요람이 되고 있는 실리콘밸리에서의 기업들의 행태적 특징은 기업 서로들 사이에 그리고 그 수준을 넘어서 기업들과 주변의 뛰어난 대학들 나아가 이들의 기술개발, 창업 등을 돕는 엑셀러레이터를 비롯한 각종 지원기관들 사이에 활발한 협업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창의적인 스타트업들이 탄생하여 엑셀러레이터들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면 결국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 자이언트들과의 협업을 하면서 (주로 후자들이 스타트업들을 M&A하는 형태로) 새로운 산업들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를 뒤따라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의 중관춘, 화창베이 등에서도 이러한 실리콘밸리의 협업의 특성이 그eo로 발현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킬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그들의 성장과 사업화를 돕는 이러한 열린 생태계가 없이는 기술개발에 성공하지 못하여 실패하고 마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 빠져버리거나, 이 계곡에서 겨우 헤쳐 나오더라도 사업화라는 험난한 항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마는 소위 다윈의 바다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알려져 있다. 기술개발의 고비를 넘는 데는 액셀러레이터들이 도움을 주고 있고, 마지막 다윈의 바다는 대부분 기존 테크 자이언트들과 손잡으면서 순조로운 항해를 마치며 신산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신산업 탄생에 참여하는 모든 수준의 이해관계자들이 협업이라는 공동의 노력을 하는 공간을 오픈 플랫폼이라고 부르고 이러한 오픈 플랫폼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가는 방식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일컬으며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하려 수없는 노력을 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산업 탄생에서 우리나라가 그다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여 비슷한 공간, 비슷한 기관 등을 만들려는 노력은 참으로 많이 이루어져 왔다. 그래서 이제는 스타트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많은 공간들이 마련되었고, 그곳에서 제대로 역할하기 시작한 공공, 민간 설립의 창업 인큐베이터들이 활동하고 있고 창업의 열기도 제법 뜨겁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부분에서도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재빠르게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고비인 죽음의 계곡, 다윈의 바다를 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업들의 협업의 문화는 아직 베껴오지 못하고 있다. 위의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등의 예에서 언급하였듯이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신생기업 등 모든 수준의 기업들이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각자도생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며 서로를 돕는 문화는 도저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융합과 협업을 강조해 온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진정한 기업 간 협업의 문화는 요원한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우리 대기업들은 모든 것을 이른바 인하우스화(化)하려 하는 자세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열린 산업 생태계에서와 같이 다른 기업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 협업을 추진해 나가는 방식과는 매우 다른 태도인 것이다. 즉, 우리 대기업들은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파트너를 만날 경우 자신들이 형성한 기업집단 혹은 협력기업 네트워크 안으로 끌어들여 (즉, 자신들이 형성한 닫힌 산업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식구(?)로 만들어 함께 일하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과 협업을 시도했던 모든 파트너들이 이런 대기업들의 닫힌 기업문화 특성 때문에 이들이 형성한 생태계 속으로 흡수되든지 아니면 그 생태계와 절연하고 바깥세상에서 독립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든지 해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스타트업들의 행태도 살펴보면 그다지 협업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이 내놓은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그것을 발전시킨 기술개발의 결과에 지나치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초기의 기술개발, 비즈니스 형성을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나 궁극적으로 사업화를 이끌어줄 선배기업들의 도움을 도외시하고 홀로 모든 것을 꾸려나가려 하다가 결국 큰 산업으로 키우는 데 실패하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 같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법, 공정거래법 등의 우리나라 법률 환경도 이런 기업들의 협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기업들 사이의 만남을 담합, 기업결합 등의 강한 규제로 막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에서 기업들 사이의 협업의 궁극적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M&A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보이는 대기업들도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려고 하는 재능 있는 스타트업들도 적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가 서로 닫혀 있으면서 진정한 협업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부도 기업들도 협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열린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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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09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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