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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019년은 위기의 해인가? 침체의 해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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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1월28일 17시00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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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베를린 장벽'붕괴 30년, 단일통화인 '유로'화 출범 20주년의 역사적인 해

 

2019년 유로지역의 경제성장은 수출 증가세 둔화, 브렉시트에 의한 불확실성 등이 하방압력요인으로 작용하면서 2018년의 경제성장률 1.8%보다 다소 둔화된 1.6%의 성장률을 나타낼 전망이다(IMF 1월 전망치). 전반적인 경제지표가 2018년에 비해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시장은 유럽의 경제상황에 대한 관심보다는 2019년 한 해 동안 유럽에서 어떤 위험 요인이 표면화될 것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U는 2019년이 '베를린 장벽'붕괴 30년, 단일통화인 '유로'화 출범 2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미셀 알베르는 체제간의 대결에서 자본주의가 승리하였음을 선언하고, 자본주의 안에서의 경쟁을 설파하였다(Michel Albert, Capitalism Against Capitalism, 1991). 이후 EU는 동유럽으로의 확대(widening)를 거듭하여 오늘날 영국을 포함한 28개 회원국 체제를 확립하였으며, 유로화(Euro)의 도입 등 단일시장을 완성하는 통합의 심화(deepening) 과정을 거쳐 왔다. 또한 EU는 통합과정에 위기가 닥칠 때 마다, 독일과 프랑스간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럽통합을 견인하는 기관차가 되어 위기를 극복하여 왔다.

 

이와 같은 EU의 통합역사에서 볼 때, EU는 2019년을 전후로 혼미한 정세 아래에서의 강한 포퓰리즘으로의 편향, 다양한 수준에서의 분출되는 대립 등으로 분열의 위기에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는 그동안 EU통합의 흐름과는 다른 모양새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대의 위기는 3월 29일로 다가온 영국의 EU탈퇴(Brexit)이다. 이어 EU의 핵심인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여당 당수를 퇴임하고 빠르게 구심력을 잃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노란 조끼'에 의한 反마크롱 정권 시위가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포퓰리스트 정부가 들어와 선심성 재정확대 등 EU의 재정규율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자 한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영국 등 주요국 정상들이 궁지에 몰리는 이상사태에서 정책수행 능력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EU차원에서도 리더십 부재에 따른 EU개혁의 정체와 조직의 기능약화가 예상된다. EU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분열 위험도 강해져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2019년 EU의 문제는 이안 브레머가 ‘2019년 10대 리스크’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비상사태는 아니지만, (유로존 공동예산 및 EU재무장관의 존치 등) 유럽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동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한다(Ian Bremmer and Cliff Kupmann,Top Risks 2019, Eurasia Group, 2019년 1월 참조). 하지만 2019년 EU는 예상을 벗어나는 다양한 정치·경제적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 요인이 많아 우리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1.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첨예화, 구조개혁은 정체

 

2017년 5월14일 출범한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전방위 개혁(les réforms tous azimuts)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짧은 기간 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양하였다. 첫째, 노동시장개혁과 이어 국철개혁, 교육개혁, 그리고 세제개혁을 단행하였다. 대표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둘째,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마인드 개선에 기여하였다. 경제부문뿐만 아니라 교육부문의 개혁 등을 고려할 때, 개혁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지만, 기업 친화적인 경제개혁은 단기적으로도 기업의 마인드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즉, 경기의 순환적 요인도 있지만, 마크롱 정부 출범이후 친기업적인 정책추진으로 낙관론이 확산되어 기업심리가 개선되는 측면이 강하다. 스타트 업(start-up) 기업들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프랑스 내 투자계획이 잇따라서 발표되고 있다(취임 2년차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개혁 분야별 내용과 전망,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 2018년 6월 16일자 참고).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 사회에서 금기시 하는 개혁과제들을 도전적으로 추진하여 강한 프랑스와 유럽의 재생을 목표한다. 이와 같은 개혁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마크롱 정부는 전후(戰後) 유산으로 남아있는 ‘사회적 파트너’로서의 노동조합이 주창하는 자주관리라는 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마크롱 정부는 특히 지난 30년 동안 역대정부들이 추진하려던 개혁과제들을 막아온 벽이 모든 사회분야에 존재하는 ‘기득권’이라 보고 이를 타파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프랑스 전역에 퍼진 "노란 조끼(gilets jaunes)"의 반정부 항의시위 확산으로 세제부문에서 개혁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추진해 온 구조개혁의 재검토(단계적인 철수)를 피할 수 없게 되어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자유화 및 혁신의 이미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서 대통령 취임 이후 과감하게 추진해왔던 성장 중시·친기업적인 개혁의 추진력이 2019년에는 크게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전기·가스요금을 현실화 계획 철회,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 계획 유예, 그리고 동결하기로 했던 최저임금 인상 및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동결 등으로 정부의 세출 증가와 세수 감소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2019년 재정적자를 EU의 재정안정협정에서 요구하는 GDP 대비 3% 이내로 억제하는 계획이 3.2%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건전화를 위해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인터넷 대기업(GAFA)에 대해 2019년부터 프랑스에서 발생한 이익창출에 대한 과세계획이 구체화 되고 있다. 프랑스 구조개혁의 정체는 유로존 공통예산 등 마크롱 대통령이 주창해온 EU개혁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부유층·대도시 우대"라는 마크롱의 '엘리트주의 정치'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점차 마크롱式의 정치통치를 혐오하는 대중의 反정부(anti-establishment) 시위로 확산되었고, 시위는 새해에 와서 다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작년 연말에 발표한 일련의 저소득층 지원책과 대토론회 등으로 대중의 불만이 누그러들지 여부는 극히 불투명하다. 마크롱 정부를 향한 반정부 시위의 진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지고, 정권 기반에도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연합'(구 국민전선) 등 극우·극좌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2022년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에도 황색 신호가 켜질 수 있다. 마크롱 정부는 출범이후 각 분야에서의 개혁성과를 동력으로 하여, 2019년에도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 갈 의지를 보인다. 다만, 프랑스 국내개혁을 통한 경제의 활성화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EU개혁을 국민들의 눈높이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추진할지 주목된다. 

 

2.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부, 높은 지지율로 EU집행위원회와 반목 

 

2018년 6월에 포퓰리스트 정당의 극우 '동맹(League)'과 좌파 '오성 운동(M5S, Movimento 5 Stelle)'의 연립정권이 탄생한 이탈리아는 前정부가 계획한 재정적자 규모보다 늘어난 2019년 예산안을 EU집행위원회에 제출하였다(이탈리아의 확장적 재정정책, 유럽재정위기의 도화선 되나, News Insight 2018년 11월 11일자 참조). 예산안은 선거공약인 최저 소득보장 등을 포함시켜, 재정적자 규모가 GDP대비 2.4%로 EU재정규칙인 3%이내를 유지하였지만, 이전 정부가 EU와의 합의한 GDP대비 0.8%보다 적자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EU집행위가 예산안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이탈리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예산 수정 요구에 따라 재정적자목표를 당초의 2.4%에서 2.04%로 인하하여 EU집행위의 제재절차 발동은 보류되었지만, 이탈리아와 EU집행위 사이에는 응어리가 남아있다. 이는 프랑스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마크롱 정부의 ‘노란 조끼’ 시위진정을 위한 재정확대에는 EU집행위가, 이탈리아 경우와는 달리, 강경 자세에서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타협에 의해 일단 사태가 수습되었지만, 그 대가로 장기적으로는 유럽 각국의 재정규율에 대한 시장의 믿음에 큰 상실감을 주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확대재정을 통해서 연금수급 개시연령 단축과 최저소득보장 등 선심성 색깔이 강한 포퓰리스트 정권의 핵심 정책을 추진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포퓰리스트 정권의 지지율이 60%에 이른다. 따라서 EU집행위원회가 프랑스 정부의 상황을 "이탈리아와는 전혀 다르다"고 옹호하고, 이탈리아에만 엄격한 태도를 보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EU의 이민·난민 수용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부가 EU역내의 "反EU" 정서를 앞세워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지지세세를 확장을 위해 바람몰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동맹'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 부총리는 "프랑스인에게 마크롱은 폭력이다"라고 발언하고,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를 기회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전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EU개혁에도 매우 비판적이다. 유럽의회 선거를 겨냥한 전략적 발언으로 보인다.

 

3. 영국: 심각한 분열로 브렉시트 협상의 정체와 합의 정치 표류

 

2019년 3월 29일 영국의 EU탈퇴 기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메이 총리가 EU 측과 합의한 탈퇴 협정안(2018년 11월)을 마련하였다(EU와 합의한 협정안에 대해서는 “영국의 EU탈퇴 협정안이 몰고 온 정치적 위험”, News Insight 2018년 11월 18일자 참조). 이 협정안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해서 영국이 EU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backstop) 관련내용이다’(보수당내 강경 탈퇴파의 반대). 이 협정안은 지난 1월 15일 영국 의회에서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되어 영국 정부에 역사적인 패배를 안겼다. 이어 최대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수는 다음날인 1월 16일 의회에 제출한 내각 불신임안이 부결되어, 메이 총리는 ‘합의 없는 탈퇴’를 피할 대안(Plan B)을 마련에 고민하고 있지만, 총리의 주도력은 크게 상실되었다. 

 

메이 총리는 협정의 의회부결이후 법절차에 따라, 1월 21일 ‘플랜 B’를 제시하였다. EU와의 협상에서 의회발언권 확대. 안전장치(backstop) 관련 재협상, 노동권 및 환경관련기준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였다. 그러나 노동당은 플랜 B를 미국영화 ‘Groundhog Day’를 빗대면서 이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였다. 메이 총리의 대안은 1월 29일에 의회에서 표결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코빈 노동당 당수가 "정부가 '합의 없는 탈퇴'의 가능성을 배제해야한다"며 정부와의 협의에 응하려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회와의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3월 29일의 탈퇴 기일의 연기도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영국에서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대안은 '노 딜‘은 피해야한다는 것뿐이다.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현재의 상태에서 영국 의회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로는 ①의회 나름대로의 대안을 채택, ②3월 29일 합의 없이 탈퇴, ③탈퇴 기한 연장을 전제로 메이 정부에 새로운 탈퇴 방안을 EU와 재협상토록 요구, ④2차 국민투표의 실시를 결정하는 등 크게 4개 시나리오를 들 수 있다. 현재 메이 총리는 협정안의 미세 수정으로 극복하고자하는 데서 의회와의 격차가 크다. 1월 29일 표결에서도 다시 부결되면 상황은 더욱 불투명하게 되어, 시민생활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합의 없는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메이 총리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메이 정부와 영국의회가 합의한 대안이 만들어 지더라고 "합의 없는 탈퇴" 이외는 EU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EU측이 영국과 합의한 탈퇴 협정안의 수정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재협상은 난항이 불가피하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이 EU로부터의 탈퇴를 결정하고 나서 영국 사회의 분열은 심각한 상황에 있고, 영국이 자랑하는 합의정치가 작동되지 않고 점점 혼미해지는 상태에 있다. 오는 3월 29일의 탈퇴일까지 엄격하면서도 "질서 있는 탈퇴"가 될 것인지, 아니면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혼란을 일으킬 "합의 없는 탈퇴"가 될 것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EU탈퇴가 영국경제에 미치는 후유증은 크고 길 것이다. 영국 정부는 "합의 없는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①영국의 GDP(국내 총생산)가 향후 8.0~10.7% 하락, ②영국의 무역은 13~18% 감소(수출 10~13% 감소, 수입 16~21% 감소), ③대EU무역은 32~42% 감소(대EU 수출 30~40% 감소, 대EU 수입 34~43% 감소)하여 1970년대의 석유위기와 2008년의 리먼 쇼크를 웃도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국은 1973년 EU가입 이후 최대의 역사적 선택을 강요받는 가혹한 1년이 다가 오고 있다.

 

4. 독일: 메르켈式 정치에 역풍, 구심력 저하 진행

 

유럽의 리더로서 주도적 위치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도력이 크게 낮아 졌다.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추진하여 온 인도적 차원의 난민정책의 역풍으로 지방 선거에서 연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 18년간 맡아 온 여당인 기독교민주동맹(CDU) 당수에서 사임하였다. 후임 당수로는 CDU사무총장인 안네그레이트 크람프-카렌바우어(Annegret Kramp-Karrenbauer)가 선출되었다. 새로운 당수는 실용적이고 절제적인 통치 스타일로 "작은 메르켈"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메르켈 총리와 가장 닮았고, 또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유주의의자로 메르켈의 중도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의 당수 선거에서 反메르켈 보수파의 프리드리치 메르츠 전직 연방의회 원내 대표에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기록했던 만큼, 메르켈과 크람프-카렌바우어 투톱 체제가 당수 선거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을 완화하고 결속을 다져 당세를 회복하고 정권을 재창출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메르켈이 2021년에 정계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레임덕'이 진행되어, 2019년 독일 정치는 세대교체기에 들어가 "포스트 메르켈 시대'로 이행하게 된다.

 

메르켈에 정치적 위기를 몰고 온 계기가 된 것은 2015년 9월 난민 위기이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유입을 "인도주의적 위기"로 파악하고 상당수의 난민 수용을 결정했지만, 독일에서 비판이 높아져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는 단초가 되었다. 정권이 취약한 가운데 2018년 10월 바이에른 주와 헤센 주 의회 선거에서 연패를 계기로 당수 퇴임에 몰렸다. 여당인 CDU안에서도 많은 反메르켈파가 형성되었고, 바이에른 자매정당·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CSU)의 호르스트 제호퍼(Horst Seehofer) 당수(당시)와의 난민 정책을 둘러싼 불화, 연립 상대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측에서 "메르켈式의 정치"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문제로 안정적인 정부운영이 어려운 처지에 이르렀다.

 

한편 EU차원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구심력 약화는 EU통합의 추진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 왔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의욕적인 EU개혁안에도 독일 정부가 신중함을 나타낸 것도 이와 같은 독일의 국내 정치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전통적인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관계에 의한 적극적인 EU통합 프로그램에 추진은 2019년에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5. 유럽의회 선거: 포퓰리즘 정당의 연계 강화로 약진 예상

 

EU는 영국의 EU탈퇴 2개월 후인 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된다. 

 

첫째, 기존 보수정당 체제의 붕괴와 포퓰리스트 정당의 약진 가능성이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 反EU 정서가 강한 분위기 속에서, 기존의 보수정당과 극우·극좌의 反이민·EU회의주의 포퓰리즘 정당 사이의 치열한 대결이 될 것이다. 극우·극좌 정당의 의석이 크게 늘고 포퓰리즘 세력이 더 확장되는 반면, 중도 우파·좌파를 중심으로 하는 양당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이안 브레머는 올해 ‘10대 리스크’의 4번째로 ‘유럽의 포퓰리즘’을 꼽았다. 보수정당과 포퓰리즘 정당의 득표 비율이 지난 2014년에는 ‘72 : 28’이었지만, 이번에는 ‘63 : 37’로 포퓰리즘 정당이 크게 의석을 늘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둘째, EU 역내 포퓰리스트 정당간의 연대 가능성이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의 당수이기도한 살비니 부총리는 "反이민" 등의 주장에 공명하는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구 국민전선)과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다른 EU회원국의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의 가치관을 흔드는 헝가리와 폴란드의 강권적인 정권도 이와 같은 연대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느 르펜 당수는 1월 13일 같은 당 회의에서 후보자를 발표하는 등 유럽의회 선거를 향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연합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24%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공화국 전진'의 18%를 웃돌고 있다.

 

셋째, 2015년부터 심화된 이민·난민 문제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민·난민 문제는 EU회원국의 내정을 뒤흔들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경우 외에도, 벨기에서도 이민문제를 둘러싼 노선대립으로 연립정권이 붕괴되었다. 이민자 보호에 관한 유엔협정에 동참했던 불어권계 자유당(MR) 출신의 샤를 미셸 총리에 반발하고 우파의 여당 제1당인 신플랑드르동맹(N-VA)이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EU집행위원회는 유엔협정의 채택을 추진하여 왔으나, 폴란드, 헝가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포퓰리스트 정권은 잇달아 불참을 표명하여 EU의 결속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포퓰리스트 정당이 지금까지의 중도 우파·좌파 정당과 대치하고 지지확대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만일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포퓰리스트 정당이 상당한 의석을 획득하여 약진하게 된다면, EU의 향후 통합 프로그램 추진의 방향에 큰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6. EU: 리더십 부재로 EU통합 프로그램 후퇴 위험 높아

 

회원국들이 6개월 단위의 윤번제로 행사하는 EU의장국을 2019년 1월부터 6개월간 루마니아가 맡는다. 루마니아는 부패가 심각하여 EU의 특별한 감시아래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현재의 사회민주당 정권은 부패문제의 대처에 소극적이고, EU집행위원회는 2018년 11월 "개혁이 퇴보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루마니아가 의장국으로서 임박한 영국의 EU탈퇴 문제에 조정능력을 어디까지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경제, 다당제 민주주의에 의한 법의 지배와 시민사회의 관용을 중시하는 EU의 가치관에 반하는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의 정권이 反EU·EU회의주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가을에는 도날드 투스크 유럽이사회 의장(EU 대통령),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회 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 정상들과 외무·안보정책을 담당하는 수석대표의 교체시기가 겹치는 것도 유로존 개혁의 후퇴에 대한 우려가 한층 높아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선거를 치르는 유럽의회에서는 차기 EU집행위원장이 지명되어 6개월 후 취임하여 5년 임기를 맡게 된다. 현재 기독교계 보수의 유럽인민당(EPP)의 승리를 전제로 독일의 베버 당수의 위원장 취임이 예상되고 있지만, 유럽의회 선거결과에 영향을 받게 된다. 융커 현 EU집행위원장은 정치적으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여 브렉시트 협상 등에서 역량을 발휘했지만, 베버가 취임했을 경우의 정치수완이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시기에 EU통합과 개혁에 견인차 역할을 할 독일과 프랑스의 지도자가 함께 정치적 어려움에 빠져있는 것은 타격이다. EU가 안고 있는 현안보다 국내 대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두 정상의 리더십 약화로 EU역내 회원국의 이해를 조정하고 결정을 내리기에 역부족이 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주창한 유로존 공동예산이나 EU재무장관의 존치 등 EU개혁도 리더 부재로 추진되지 못하고 표류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EU의 개혁을 주도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유대도 흔들리고 있다. 영국의 EU탈퇴를 전에 마크롱 대통령이 제창하는 EU개혁에 대해 독일 측은 국내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EU차원의 개혁에는 소극적인 자세이다. 분명히 독일 정권의 안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브뤼셀 EU집행위 관계자는 "2019년은 (EU가) 브렉시트, 메르켈 퇴임, 反정부 운동의 고조와 포퓰리즘의 대두 등의 중요한 도전에 직면하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유로화 출범 20주년을 맞이하였지만, 새삼 EU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한해가 될 것이다. 2019년 EU는 영국의 EU탈퇴 후유증을 털어내고, 27개 회원국이 결속을 다져 통합의 확대와 심화를 위한 새판 짜기를 어떻게 추진해 갈지 주목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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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1월28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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