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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 투자인가 투기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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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1월24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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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대중
  •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사)대한부동산학회장명예회장,(사)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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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손혜원 국회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 일대에 사들인 건물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SBS가 최초로 보도했을 당시에는 9채의 주택을 소유했다고 했는데 불과 4일 만에 최소 20채는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손 의원이 매입한 건물은 몇 채인가 그리고 매입목적이 투자인가, 투기인가? 왜 차명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것일까?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동산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고 애매하다. 부동산학 교과서인 원론이나 개론에서도 부동산투자란 “장래의 수익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불확실하다. 따라서 장래의 불확실한 수익을 위해서 현재의 확실한 소비를 희생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투기란 “부동산을 이용, 관리할 의사가 없이 단기간에 가격상승에 의한 양도차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투자는 장기적이고 투기는 단기적이며, 투자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로 부동산을 매입하지만 투기는 대부분 위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위는 개발가능성이 있는 신도시 등 택지개발사업지구나 도로, 철도 등 공공시설이 계획되어 보상금액을 노리고 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도심지의 경우 도시재생사업지구(재개발ㆍ재건축사업 등)에도 성행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이 투자했다는 목포 건물들은 장기보유 목적인지, 아니면 단기보유 목적인지, 그리고 수익성을 보고 투자 했는지, 아니면 매각차익을 보고 투자했는지, 또 아니면 박물관을 짓겠다고 한 것이 개인이 짓는 것인지, 아니면 공공이 짓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부동산 매입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만약 손 의원 말처럼 향후 개인 비용으로 박물관을 짓겠다면 그 목적은 차치하더라도 투기는 아닐 수 있지만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위법한 행위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는 있다. 

 

그런데 박물관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하여 개인이 아닌 정부나 공공기관이 짓는다면 문제는 다르다. 박물관을 건립하는 사업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시비는 크게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공이 사업을 추진한다면 당연히 개인의 재산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하고 부동산을 매입해야하기 때문에 손 의원은 보상금을 노리고 투기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한 두 채도 아닌 20여 채의 주택을 구입했다는 것은 분명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것도 타인명의로 말이다. 그래서 개인이 박물관을 짓겠다면 부동산 매입단계에서부터 차명이 아닌 법인 명의나 별도의 박물관 건립을 위한 단체를 설립하거나 본인 명의로 매입했어야 했다.  

 

그런데 손 의원의 말에 의하면 매입 동기는 간단하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낙후된 목포 구도심 건물 중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건물을 손 의원의 배우자 재단명의, 친척, 보좌관과 그 가족 명의로 매입했는데 이지역이 지난해 1월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 역사문화 공간 재생활성화사업 구역’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문제는 손 의원은 지난 2016년부터 금년 1월 20일 기자회견(더불어 민주당 탈당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직을 내려놓는다고 한 기자회견)을 하기 전까지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므로 언제든지 문화재청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미 손 의원은 그 전에 부동산을 매입했기 때문에 지금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손 의원 논란 등과 관련해서 진상조사에 나섰던 지난 1월 18일 긴급최고위원회에서 지금까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투기 목적은 없었다’는 손 의원 입장을 수용했다. 국민권익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이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논란을 뒤로 한 채 당장 증명하기 어려운 ‘투기 여부’로 사안을 축소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질타는 피할 수 없다. 

더불어 민주당이 받아들인 손 의원 해명 요지는 간단하다. 손 의원은 “목포가 역사적 가치를 살린 새로운 도시재생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문화적 가치에 기반 한 도시재생 성공사례가 거의 없고, 지역 개발업자들 반발 또한 심각하여 마구잡이식 재개발을 막고 역사적 가치를 지키고자 지인들을 설득해 건물을 매입하도록 추천했다는 것이다. 도시재생 목적의 순수한 의도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도시재생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왜 타인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했는지 의문이 간다. 타인 명의로 본인의 부동산을 등기하는 것을 명의신탁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난 1995년 7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어떠한 명목의 명의신탁도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손 의원의 명의신탁은 따져볼 일이다. 

문제는 또 있다. 문화재 등 구역설정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지속적으로 건물 매입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역주민이나 보통사람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먹고 살겠다는 생각으로 건물을 매입했다면 바람직한 것인데 국회의원이 직접 매입하다 보니 문제가 더 커지고 의혹이 더 커진 것이다. 만약에 좋은 의도로 개인 돈을 출자해 재단을 만든 상태에서 투명하게 건물을 매입하고 사업 계획을 세웠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것 만은 해명되어야 한다. 

첫째, 손 의원은 문화재의 지구 지정을 사전에 알고 부동산 투자를 했는가? 그랬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이 된다. 손 의원이 단지 목포를 살리기 위한 순수한 의도였다면 굳이 조카 등 타인의 명의로 건물을 매입한 게 납득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손 의원이 실제로 재산상의 이득을 봤거나 이득이 예상 가능했는지 여부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목포 주민들의 말을 빌려 문화재 지정 이후 건물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정부가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향후 거리가 관광 자원으로 개발될 수도 있어 최소한의 재산상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셋째, 손 의원은 여당 간사로서 문화재청이 압력을 느꼈다면 직권남용이다. 손 의원은 건물매입 이후인 2017년 11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결 소위에서 문화재청측에 목포의 목조주택 등을 언급하며 지원 검토를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에는 문화재청 국정감사 당시 손 의원은 목포 건물에 대한 현장 답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니 오해를 받을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초기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주택자를 비롯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많은 대책들을 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20여 채의 주택을 매입했다는 것이 과연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지난 1월 20일도 청와대의 김수현 실장은 아직도 서울의 주택가격이 높다고 더 고강도 규제대책을 내 놓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손 의원은 어떤 목적으로든 한 지역에 주택을 여러 채 매입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려고 했다는 것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개인이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은 한계가 있으며 유독 목포에 1,000억 원이 넘는 도시재생 기금이 배정되었다는 것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주민과 소통 속에서 추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어느 개인이 부동산을 매입해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이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인지 먼저 생각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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