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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의 정치적 부패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1월20일 17시11분
  • 최종수정 2019년01월20일 21시56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메타정보

  • 26

본문

집권여당의 정치적 조종(弔鐘)인가?

권력의 나무가 시들어 가고 있다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러시아 대사의 뇌물수수설, 대통령 부인의 친구이자 측근인 여당의원의 땅 투기설, 여당 고위당직자 의원의 사법농단설에 이르기까지 집권 여당의 잠복된 정치적 부패사슬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시간이 흐르고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하면 현재 드러나고 있는 집권세력의 권력부패 파편들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수면 하에 산처럼 가려져 있던 엄청난 부패의 빙산이 그 존재감과 위용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낼 것이며 빙산에서 떨어져 나간 부패의 빙판들은 마치 유영(游泳)하듯 둥둥 떠다니며 서로 충돌하면서 거친 부패의 파열음을 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100년 정당을 자신할 만큼 북극 빙하처럼 견고했던 집권 여당의 지지기반은 만년설이 녹아 흐르듯 갈라지고 깨지며 물이 되어 어디론가 흘러가게 될 것이다.

지금 집권 여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조차도 모르고 빠져버린 도덕불감증에 기반을 둔 '정치적 부패(political decay)'이다. 이 정치적 부패의 불감증에 걸리면 모든 정치적 기반이 부식되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우선 권력이라는 마약에 중독이 되어 자기 최면에 빠져들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실존적이고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가려서 보고 듣는 ‘쾌락과 유희’의 환각상태에 젖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업적을 내야한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면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고 정상적인 정책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리지 못하게 되어 연쇄적인 판단의 오류상태를 지속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정표류이다.

이 모든 상황의 발생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바로 정치적 부패 때문에 발생한다. 정치적 부패란 크게 정신적 정치 부패와 물질적 정치 부패로 나뉠 수 있다. 정신적 정치 부패란 공적 권력의 본질을 잃고 권력의 본질 그 자체에 취해서 권력을 자기만족의 도구로 삼는 것을 말한다. 물질적 정치 부패란 다름 아닌 권력을 갖고서 물질적 부와 금권을 축적하는데 공적권력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을 통칭하여 ‘권력의 사유화’로 정의할 수 있다. 지금 집권 여당에서 연쇄적으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는 부패의 파편들은 모두 권력의 사유화로부터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치권력의 부패는 그 부패의 양태가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은 개발도상국가의 정치 부패와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뤄진 발전국가에서의 정치 부패가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공적권력을 사유화, 사물화 하는데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후진국의 정치 부패는 국제기구나 선진국들로부터 제공되는 경제개발자금을 정치권력이 중간에서 착복(着服)하여 본래의 개발계획이나 취지에 맞게 투자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정치 부패는 이와는 조금 다른 양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정치권력을 갖고서 국가 예산을 남용하거나 착복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가 예산의 투입과정에 앞서 자신의 경제적 사유지 혹은 이익 물건(物件)을 국가의 공적 투자대상으로 설정하여 그 부동산 가격이나 동산의 가치를 몇 십 배 뛰게 만들어 자신의 사유 재산의 증식을 꾀하는데 국가의 예산과 공권력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국민이 부여한 공적 권력을 국민이나 국가의 발전을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선진국형 정치부패의 핵심이다.

이러한 권력부패의 추구과정에서 가장 타락한 부분은 권력자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공적권력의 남용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제도 하에서 서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삼권분립이라는 권력분립의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입법부는 행정부를 감시감독하고 행정부는 정책을 집행하며 사법부는 입법부나 행정부의 부패를 추적하고 감시해서 민주적 권력분립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하는데, 이 모든 권력기구들이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하여 먹통이 되고 마비현상을 일으켜 권력핵심부의 정치 부패에 눈을 감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은 자신의 사익추구를 위해서 국가의 제도적 통치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국가 존립자체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공적지위를 사적이익의 추구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또한 ‘공직의 사유화’ 혹은 ‘공직의 사직(社職)화’에 해당된다. 현재 집권 여당의 이 모든 부패 사슬의 출현에 눈을 감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의 경우가 바로 대표적인 ‘공직의 사직화’인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권력 부패이자 정치 부패의 전형인 것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표출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정치권력 부패는 그들의 권력 종말을 예고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 나라의 국가본체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붕괴시키고 있다.

바로 이 점과 관련하여 일찍이 정치질서와 정치부패에 대하여 심층적인 분석을 토대로 책을 낸 석학이 있다. 그가 바로 냉전종식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시작을 예고한 저명한 책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을 저술한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이다. 그는 우리에게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 대학교의 그 유명한 세계적인 정치학자인 사무엘 헌팅턴의 제자로서 어떤 상황에서 정치 부패가 발생하고 확산되며 정치부패를 어떻게 통제하고 막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매우 심층적인 대작을 내 놓았다. 그 책이 바로 그의 역작인 <정치 질서와 정치 부패(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이다. 이 책은 실로 오늘의 우리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 집권여당의 정치 부패 현상뿐만 아니라 권력 부패들까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진단해서 정치부패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처방전을 제시해 놓고 있는 보기 드문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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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후쿠야마 교수는 1970년대 민주화의 '제3의 물결' 이후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의 퇴조’ 현상을 사회경제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제도와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기술은 발전하고 사회는 더 복잡해지면서 국민들의 기대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데 정치 제도와 리더십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가장 위협하는 주범이 바로 ‘정치 부패’라고 지적한다.

후쿠야마 교수는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권력 창출 이후 권력을 견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등에 업은 권력이 견제 시스템을 없애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그것이 곧 부패가 만연하는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권력을 위임한 국민들에 대한 책임성(accountability)을 갖지 못한 국가의 무능(無能)도 민주주의의 쇠퇴 요인으로 지적한다. 국민은 책임감 있는 정부를 바라고,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지도자를 선출하지만 정부가 무능해 그 기대를 저버린다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후쿠야마 교수는 “국민은 안전, 교육, 복지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부를 바라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무능하거나 부패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최악의 적(敵)인 정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 법치주의, 권력분립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보장과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통한 권력 견제 및 감시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작금에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정치 부패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후쿠야마 교수는 결국 “자유민주주의체제는 내부의 부패를 방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혁신을 게을리 한다면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적 요인에 인해 쇠락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날카로운 진단을 내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작금의 집권 여당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정치 부패를 막으려면 우리는 어떤 공직자의 경우든 공적권력을 갖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그래서 만일 공적권력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 순간 공직자의 직위를 박탈해야 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집권 여당은 이들의 공직 박탈을 논의해야 할 것이며 스스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해서 정치적 부패로부터 자정능력을 잃었다면 외부로부터의 개입을 통해서라도 정치적 부패를 도려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 또한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에 입각하여 정치 부패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통해 공권력의 사유화를 막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집권여당이 자신들의 정치 부패를 스스로 자정해 낼 정치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검찰이 눈앞에 펼쳐진 정치 부패를 보고도 눈을 감는다면, 이 두 집단은 모두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적폐의 대상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러한 사실을 보고도 적폐청산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그의 집권 하의 한국의 민주주의는 회복불능의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도덕불감증에 빠져 자신들의 정치적 부패에 눈을 감는다면 이는 이미 살인적 가스가 가득 찼음에도 불구하고 막장 안에서 울지 않는 카나리아 정당이 된 것이다.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꽃은 이렇게 시들어가고 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 ‘ifs POST’의 견해와는 상관이 없음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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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1월20일 17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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