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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향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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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1월10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1월11일 09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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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전문지 FT(파이낸셜 타임즈)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s trap)’을 선택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을 한눈에 설명 할 수 있는 단어이다. 하버드대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자신의 저서 ‘운명적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패권국과 도전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서로 의도하지 않는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FT는 "올해 미•중 양국은 무역 전쟁을 시작으로 여러 방면으로 분쟁이 확대되어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무역전쟁으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에서 매년 3,0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보고 있으며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불만으로 시작됐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였다. 내년 1월부터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 하겠다고 통보해놓은 상태이다. 중국의 시진핑도 미국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높이고 미국산 대두를 불매하는 등 ‘이에는 이’로 대응하였다. 이런 무역전쟁의 승패는 의외로 쉽게 가리는 상황이다. 중국의 상하이 인덱스가 20%이상 하락하고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더니 내년에는 6%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내부 의견도 미국의 심기를 더 이상 건드리지 말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G20회의에서 90일간 휴전하기에 합의하고 이기간 동안 양자가 원만한 해결을 도모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즉각 미국의 대두 수입을 재개하며 휴전에 호응하고,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해빙무드에 미국은 화웨이의 CFO를 체포하였다. 카나다에 요청해 뱅쿠버에 억류되어 있다. 화웨이가 이란과 북한과 거래를 하였다는 혐의이다. 양국은 이 사건이 무역분쟁과 관련이 없는 별개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세간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기술전선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의 감시망에 포착되어 있었다. 미 의회 하원 정보위가 2012년 10월 발간한 ‘화웨이·ZTE 관련 국가안보 문제 조사 보고서’는 화웨이는 ZTE와 함께 중국 정부, 공산당의 지령에 따라 미국 등지의 첨단기술을 도둑질하는 기업으로 묘사되고 있다.  기밀정보 수집 같은 정치 공작에 동원되고 있으며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고발하는 이 보고서는 미국 정계 및 재계에서 일치된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화웨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기업이다. 포춘이 선정하는 ‘100대기업’에 들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200 기업’에 언급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5세대 이동통신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고, 세계의 정보통신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의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 챔피언의 위상을 갖고 있다. 세계 기술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 정책을 가장 앞에서 실현시키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기술의 탈취는 화웨이에만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정가에서는 중국의 대표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미국 기술을 탈취한다고 보고 있다. 그 방법도 다양해서➀중국에 진출하는 조건으로 기술을 요구한다 ➁지적재산권을 인정 않으며 모조 상품을 양산한다 ➂사이버 해킹을 이용하여 기술을 빼낸다 ➃정부 보조금을 통하여 기술적으로 우월한 해외기업을 매수한다 ➄외국 인터넷 기업의 중국 진출을 봉쇄하고 중국 인터넷 기업을 육성한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기술 탈취 행동의 전면에는 기업이 나서지만 그 뒤에는 공산당과 중국정부가 목표를 제시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자국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자금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표 정보통신 기술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시작된 미·중간 분쟁이 관세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더니 산업기술 전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장비의 구입을 금지 시켜버렸다. 트럼프대통령이 서명한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은 ‘중국이 소유통제하거나 그렇다고 믿어지는 기업의 통신장비 및 서비스를 행정기관이 조달하거나 계약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이 조치는 2년 뒤에 행정기관들의 보조금을 수령하는 기관들 까지 확대 시행된다. 명백히 화웨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다.

 

또 미국은 동맹국들에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쓰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장비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우방국가 정부와 통신업체 경영진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사이버 보안에 취약할 것에 대해 설명했다. 카나다, 호주, 영국, 뉴질란드 등 동맹국들은 이미 화웨이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중국은 내년 3월1일까지 90일간 무역전쟁을 휴전하고 타협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기간 동안 미국은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기업들의 기술 탈취 행위를 금지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런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중국은 목표를 향해 모든 자원을 투입하는 목표 지향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중국제조 2025’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공산당이 시장과 정부를 관리하는 중국체제의 변화를 의미한다.

 

중국의 대표적 기업들은 공산당과 정부의 지령과 지원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화웨이와 경우 창업자는 인민 해방군 출신이며 성장이면에는 중국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역시 공산당원으로 최근 밝혀졌다. 중국기업들은 사내에 공산당위원회를 두도록 제도화 되어 있다. 중국은 공산당 정보의 통제와 지원을 통해 대표기업들을 육성해내는 체제를 성공 비결로 과신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이 중국의 성장 메커니즘을 구조조정하고 정부와 기업이 독립적으로 법과 질서에 의해 움직이도록 할 수 있을까? 이른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체제를 탈피하여 국제적 질서에 맞추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중국이 성장전략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고 시진핑의 중국몽 달성의 주요 수단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90일간의 휴전기간 중 미국과 중국이 어떤 수준의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합의에 실패한다면 한걸음 더 투키디데스 함정에 가까워진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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