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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화끈한 돈 풀기, 우려되는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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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13일 19시52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14일 04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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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권(Eurozone) 중앙은행 ECB는 10일, 시장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포괄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결정했다. ECB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해 오던 중, 지난 2월 말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제도 도입에 이어서, 선제적 ‘종합 세트형’ 추가 완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ECB가, 유로권 특유의 금융 • 재정 분리 시스템 하에서, 겉으로는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과감한 정책을 단행한 것은 아주 담대한 결단이다. 시장의 최초 반응은 일시 환영하는 분위기가 떠올랐으나, 점차 우려하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는 양상이다. 더구나, 최근, 회원국 간에 다양한 정치, 사회적 이해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높아가는 상황에서, 이번 ECB의 고심에 찬 회심의 한 수가 앞으로 어떤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국제 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일제(一齊) 포격’ 

ECB가 이번에 단행한 추가 금융완화 조치는, 말하자면 ‘3종 정책 수단의 패키지’ 형식이다. 혹자는 거대한 포격 작전(‘The Big Bazooka Plan’)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요 내역은, ①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0.05%에서 0.00%로 인하 3월 16일부터 시행), ② 채권매입 규모 확대(월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증액, 4월부터 시행), ③ 목표형 장기대출(TLTRO; 금년 6월부터 4회 실시)의 시행 등이다. 

첫째; 기준금리 인하에 관해서는, 향후 수 개월 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어, 물가수준을 시급히 끌어 올려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 Draghi 총재가 설명하는 금리인하 결정의 배경이다. 이에 따라, 한계 대출금리는 현행 +0.30%에서 +0.25%로 인하되고, 예치금 금리는 -0.30%에서 -0.40%로 하향 조정된다. 한 마디로, 기존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더욱 심화하는 조치다. 

둘째; 중앙은행이 실시하는 전형적인 시장 조작 수단인 채권 매입 한도를, 현행 월 600억 유로 규모에 200억 유로를 추가로 설정했다. ECB의 정책회의에 앞서 시장에서 예상되어 오던 수준(100~150억 유로)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매입 대상 채권도 유럽 기관채(ESM, EIB) 및 비은행 기업 발행 유로화 표시 회사채 등을 포함시키는 등, 대폭 확대한 것도 대단히 의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셋째; 목표성 장기대출(TLTRO; Targeted Longer-Term Refinancing Operations)은,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제공하는 여신 수단은 단기 대출이 기본(Main) 금융시장 조작(MRO) 수단 임에 비해, 장기 대출을 제공하는 조작(LTRO)의 변형 수단이다. 이번에 채택한 TLTRO 2는 4년 만기 물 대출 형태로 실시할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궁극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제도 시행으로 인해, 은행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것에 대한 안정책(당근책)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현 유로권(Eurozone)경제는 ‘성장 모멘텀’은 유지되는 상황 

유로권의 GDP 성장률은 작년 Q3, Q4 연속 0.3%를 기록하여, 2015년 연율로는 1.5% 성장률을 기록했다. 각 요인 별로는, 개인소비는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정투자 및 정부 소비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해외 부문에서는,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은 Q3, Q4 모두 0.2% 증가에 그쳤고, 수입 증가세는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수출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어, 순수출은 유로권 경제 성장에 마이너스의 기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유로권 경제 회복세는 작년 Q4 동안 ‘완만한 순항 속도’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추세는 2016년 Q1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해외 수요, 특히 신흥국들의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유럽 제조업의 취약성은 하방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유로권 전체로 유휴 경제력은 축소되고 있어, 실업률은 작년 1월 11.3%에서 2016년 1월에는 10.3%로 하락했으나, 국가 별로 편차가 큰 편이다(독일; 6.2%, 프랑스 10.3%, 이탈리아 11.5%, 그리스 24.0%). 다른 경기 지표인 공장 가동률은 80.0%에서 81.9%로 상승했다. ECB는 작년 12월 말에 유로권 경제가 2016년도에 1.7%, 2017년에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여, 성장 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금년 들어 일부 실물 지표들은 견조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문제는 기업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물가상승률은 연초부터 시작된 원유 가격의 급락이 CPI 하락을 견인하고 있고(예; 전년대비 유가 10% 하락 시, 6개월 후 물가 0.44% 하락), 최근 2월 들어서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여전

ECB가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에 앞서, 일찍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으나, 도입 당시부터 유로권 내외에서 많은 우려와 반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근본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오히려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금융 버블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저축하는 사람들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전통적인 경제 사회적 규범에 비춰 보아 근본적인 불일치를 낳는다는 것이다. 즉,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양적완화(QE) 정책과 아울러 금리를 전반적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겨냥함과 동시에, 금리차를 축소시켜 은행에 타격을 주는 부작용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한 베테랑 금융 전문가는, 『ECB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과거 몇 년 동안 유례가 드문 초(超)금융완화정책을 취해 오면서도, 물가상승률을 ECB가 목표로 하는 소위 “2%에 근접하나 넘지는 않는다” 는 목표 수준의 언저리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한다. 유럽 지역의 저축자들이 상당히 리스크 회피적(risk averse)이고, 자본시장의 역할도 대단히 탁월한 것도 아니어서, 금리 인하가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극히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유로권)경제 성장이 미미한 탓으로 임금 상승이 미약한 시기에, 금리마저 낮아지면 (마이너스가 확대되면) 개인들의 소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은행 현장의 반발과 우려가 거세  

당국이 결정하는 금융정책의 실행자 역할을 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현 상태로도 어려운데 마이너스 폭을 더욱 확대하면, 은행들은 견디기 힘든 타격을 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 예금을 운용할 방도를 찾기 어려워 점점 리스크가 높은 자산으로 운용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 전문가는, ECB가 기준금리를 10bp(0.10%) 인하하면 다음 한 해 동안 은행 수익이 5% 사라질 것으로 추산한다. 한 마디로, 마이너스 금리는 위험한 실험이며, 은행 수익에 결정적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여신 활동 위축을 가져오고, 국가 간 여신을 어렵게 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도 방해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유럽 최대 규모 은행의 하나인 Santander 은행 Cantera 경영책임자는, 수익의 큰 부분을 수수료 수입이 아니라 금리차에서 얻는 은행일수록, 비용과 수익 차이가 큰 은행일수록, 또한 자산의 질(質)이 떨어지는 은행일수록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 또 다른 은행 경영자는 “이것(마이너스 금리의 확대)은 정말 큰 일이다. 마이너스 금리에 맞춰 개인 예금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은행 수익을 맞추기 위해, 거꾸로 기업대출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여신 창출은 기대할 수도 없어,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를 보게 될 것” 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금융 현장에서는, 경제 회복을 목적으로 성장 촉진을 위한 은행 여신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은행의 여신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ECB가 이번 대책 중에,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은행들에게 마이너스 금리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한 것(TLTRO 2)도 은행 수익 악화 우려를 배려하여, 폐해를 보완하는 당근 책으로 보인다. 물론, ECB 정책위원 중에는 근본적으로 중앙은행이 여신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을 관리해 주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견해도 상당하다. 


진정한 정책 목적 및 기대 효과의 설득도 중요 

영국 Financial Times의 표현을 빌리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한 때 글로벌 경제에 기적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라고 칭송을 받았으나, 이제는 이러한 기적의 힘을 잃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내는 데에는 역할을 했으나, 초강력 금융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 및 물가상승에 대처하는 데에는 나약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이다. 

시장의 평가로는, 이번에 ECB가 내놓은 종합 대책은, 그 간 ECB가 취해온 환율 및 해외 수요에 치중된 정책 초점을, 이제 지역내 은행들로 하여금 여신을 확대하도록 부추겨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을 꾀하는 방향으로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ECB가 이번 조치로 금융 시스템을 통한 실물경제로의 전가(pass-through) 효과를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실물 경제에 대해 소기하는 영향을 얼마나 미칠 것인지는, Draghi 총재가 시장의 회의론자들에게 얼마만큼 확신을 심어 주느냐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내놓은 정책 내용보다도, Draghi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으로, 향후의 금융완화 스탠스 지속이 불확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이 발언은 현행 마이너스 금리 정책 자체에 일정한 한계를 두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책 만으로는 경제 회생이 불가하다는 판단은 당연 

이미 유로권 전체 실업률은 10%대의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개혁도 시급히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그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은행 여신이 늘지 않는 이면에는, 이탈리아 • 그리스 등에서 불량채권 처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사정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각국은 자국 은행들에게 자산 실사를 통해 자기자본 증강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등 재정이 건전한 나라들은 공공투자를 확대할 여지도 있다. 유로권 전체가 잠재성장률의 저하라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거시적으로 풀어 가야야 할 난제 중의 난제이다. 이렇게 금융정책 이외에도 어쩌면 더 중대하고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ECB가 금융정책 측면에서 담대한 자세로 임한다고 해도, 정책 자체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유로권이 안고 있는 이러한 거시 구조적 난제들을 감안하면 이번 마이너스 금리 폭의 조정 수준의 정책 수단은 단지 시간 벌기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할 것이다. 한 마디로, 현 상황에서, ECB의 금융정책만으로는 도저히 유로권 경제를 재생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짙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유로권을 주축으로 한 EU 경제는 GDP 규모 면에서 미국보다 커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권을 이루고 있다(The World Factbook, 미 CIA, 2015년 추계, PPP 기준). 마땅히 유로권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심대할 수 밖에 없다. 유로권 경제가 경제 체질을 발본적으로 강화하는 구조개혁을 착실하게 추진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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