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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왜 답방 안 할까?-김정은을 움직이는 두 가지의 힘, ‘미국과 검은 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2월14일 11시54분
  • 최종수정 2018년12월14일 12시21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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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이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의 격의 없는 파격적 소통을 하는 가장 결정적인 숨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미스터리는 북한과 남북관계를 전공으로 연구하는 대다수의 학자들에게 가장 큰 호기심이자 의구심의 대상이다. 특히 ‘은둔의 왕국’ 북한이 움직인다는 것은 그 이면에 생각할 수 없는 체제생존과 관련된 깊은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북한 관찰자들이 오래전에 내린 공통된 학습의 결론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북한의 움직임을 체제문제와 결부시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김정은이 기존의 김일성, 김정일과는 달리 대외지향적인 개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자신의 체제유지 강화를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체제붕괴의 위기 상황을 맞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체제 분석적 접근방식으로 북한의 동적 상황을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한국이 아니다. 이 지구상에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도 미국이고, 관계개선을 가장 열망하는 나라도 미국이다. 북한은 겉으로는 반미를 주장하지만 내심으로는 친미국가가 되고 싶어 환장하는 나라이다. 그들의 속셈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미국이 지금 자신들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동맹국이다. 북한은 1960년대까지는 자신들이 남한보다 더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한미동맹 관계가 뿌리내리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원조, 군사지원, 기술지원이 전개되면서 남북한 간의 경제, 군사적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북한의 한국관’이다. 

그들은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면서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이 우리 민족의 우수한 자질에 기인한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남한의 발전은 미국의 식민지 상황에서의 반민족적이고 외세의존적 발전이라는 매우 혹독한, 부정적 평가를 내려왔다. 북한은 오늘의 한국경제는 미국의 자본과 기술지원이 없이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발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핵무기 보유와 한미동맹의 파괴는 ‘국가 제1의 목표’이다.

북한에게 미국이 철천지원수가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한국전쟁 때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가 거의 이룩한 적화통일의 기회를 놓친 것도 미국 때문이고,
둘째,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앞설 수 있는 북한의 산업 기반이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되어 경제회복이 불능상태에 빠진 것도 미국 때문이며, 

셋째, 날이 갈수록 남북 간의 경제적 격차가 너무 커진 나머지, 북한식 통일방식인 ‘고려연방제 통일’은 이제 꿈도 꿀 수 없게 된 절망적 상황을 맞이한 것도 바로 미국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북한의 미국관’이다. 북한의 미국관에는 증오와 선망이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북한의 모든 움직임은 미국과 연동되어 있는 것이지, 문재인 정권과 연동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게 한국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작은 기관실 부품 정도로 생각되어 왔다. 문재인 정권이 이 부분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문재인 정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보면서 김정은의 대남 답방을 결정할 것이다. 김정은의 답방에 대해서 미국이 긍정적으로 생각할까 아니면 부정적으로 생각할까를 보면서, 이 양자의 관계에서 ‘최적의 이익(Pareto optimal) 지점’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북한의 대남 외교전략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내년 신년사를 통해서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대미, 대남,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선포해 놓고 그 틀에서 자신의 대미, 대남, 대중, 대일 외교정책의 행보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그들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올해 남한을 깜짝 방문하는 것 보다 훨씬 큰 이익이 된다고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북한 문제 전문가들에게 김정은의 외교적 행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핵심 변수는 미국의 움직임이지 한국의 움직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의 움직임을 분석하는데 또 다른 군집단(群集團)은  정치인, 외교관, 외국 첩보기관의 정보요원들이다. 이들은 지금 북한이 왜 한국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자주하고 있을까에 극도의 호기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김정은을 움직이는 그 결정적 숨은 동기와 감춰진 이유로 ‘검은돈’을 꼽고 있다. 이미 상상할 수 없는 검은돈이 그의 주머니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앞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추적사항이다. 그들은 지금 그 돈의 흐름과 돈줄을 쫓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들에게는 만일 검은돈이 김정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얼마가 들어갔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얼마나 더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항이다.

이처럼 김정은의 답방을 우리는 남북정상이 합의한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말하지만, 한국 주재 해외 외교관들과 정보요원들은 김정은의 동선이 곧  ‘미국의 태도와 돈의 흐름’과 직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정은의 답방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은 결국 '미국의 태도와 검은돈(black money)'이라는 것이다. 지금 북한으로 들어가는 검은돈의 흐름에 가장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미국이다. 북한이 관계개선을 맺고 싶어 하는 가장 열망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그 또한 미국이다. 

김정은의 답방은 한국과 문 대통령의 요구가 아니라 미국과 검은돈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미국은 지금 김정은 답방에 얼마나 많은 검은돈이 움직이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추적 중에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힘이 지배하는 냉정한 약육강식의 사회라는 점을 현 정권은 알기나 할까?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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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8년12월14일 12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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