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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가져온 ‘나쁜’ 결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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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11일 13시13분
  • 최종수정 2018년12월11일 15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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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직면해 있는 저성장, 일자리 부족,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 등 모두가 ‘더불어 성장하는 전략’이 필요.

더불어 성장의 핵심과제는 ‘좋은 일자리가 마련된 대한민국’으로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확대하여 내수 활성화 및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이 가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 7, p.42).  

 

  과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더불어 성장’을 통하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룩했는가?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착한 정책은 소기의 결과를 거두었는가?

  유감스럽게도 통계(<표 1>, <표 2>, <표 3> 참조)가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착한 의도와는 달리 일자리가 가장 불안정하고 소득이 낮은 계층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었으며, 일자리가 줄어 든 결과 취업 기회의 감소로 인하여 근로소득이 감소하고, 정부의 이전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처분가능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그 결과로 분배구조는 더 악화되었다.

 

저소득층, 정부 이전소득 증가에도 처분가능소득은 오히려 감소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고용 통계를 보면, 1~10월간 월 평균 취업자 증가 규모는 2017년 32만8000명에서 2018년 9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0%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규모가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10월간의 월 평균 상용 근로자 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정책의 혜택을 받아 작년 동기보다 21% 증가했다. 반면에 가장 소득이 낮고 취업이 불안정한 일용근로자의 취업은 월 평균 지난해 4만7000명 증가에서 올해는 8만 명 감소로 악화되었다. 한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월평균 5만8000명 증가에서 올해 8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러한 고용 동향의 양상은 가계소득 동향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올해 1~3분기 평균으로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의 가계소득 중 이전소득은 정부의 지원으로 월 10만6000원 증가했다. 반면에 근로소득은 10만3000원, 그리고 사업소득은 5만1000원이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감소한 이유는 사업주들이 인상된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고용을 줄인 결과, 근로자들의 취업 기회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편 사업소득의 감소는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정부의 '착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1분위 가구에 월평균 10만6000원을 지원해 줬으나,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시장의 반작용을 초래하여 오히려 월평균 15만4000원의 수입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저소득층에 ‘약 주고 병을 준’소득주도 성장정책

 

 요약하면 최저소득계층은 정부 지원 소득보다 더 큰 소득을 시장에서 잃었다. 그 결과로 올해 1~3분기 평균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100만3000원)보다 2만1000원 높을 뿐이다. 따라서 처분가능소득이 평균보다 월 2만 1000 원 낮은 가구의 소득은 최저생계비에 미달한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월평균 가처분소득이 전년 동기대비 10%가 감소한 것은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 가처분소득이 평균 이하인 가구들은 상당수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저소득 계층에 ‘약 주고 병을 준’꼴이 되었다. 이전소득은 늘려 주었으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일자리를 얻기가 더 힘들어졌고, 그 결과 정부 지원을 받아도 수입은 줄었다. 최저소득계층의 10% 수입 감소는 한계선상에 있는 소득계층을 이른바 '경제 난민'으로 만드는 충격을 가져왔을 수 있다. 물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이러한 결과의 전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따른 노동시장의 밀어내기 효과(구축효과)로 저소득층의 취업이 더 어려워져 소득이 감소하고 분배구조가 악화되었다는 결과는 정부가 외면했을 뿐 이미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착한 정책이 나쁜 결과를 가져온 사례에 해당한다.

 

왜 좋은 의도의 정책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가? 

 

  어떤 경우에도 의도가 나쁜 정책은 없다. 결과가 나쁜 정책이 있을 뿐이다. 또한 의도의 정당성이 국민에게 고통을 가져온 정책의 실패를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선의(善意)를 가지고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의도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왜 좋은 의도의 정책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가? 미국 연준(Fed) 부총재를 역임한 프린스턴대 앨런 브라인더 교수는 다음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Alen S. Blinder, 『Hard Heads, Soft Hearts』, 1987., p.28.).

 

   "소득재배분 정책은 흔히 불안정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하고자 하는 의도와는 반대방향으로 작용하기 쉽다. 왜냐하면 소득 재배분 정책은 소득불균등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시장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정책은 보수주의자든 진보주의자든 반대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은 특정한 의도가 지배하는 시스템에 의해 흔히 채택된다." 

 

  마치 우리 경제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포용적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나타나고 있는 ‘착한 정책의 나쁜 결과’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장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저해함으로써 시장의 역풍을 자초하여 분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높다. 따라서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의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좋은 약도 부작용을 잘 알지 못하면 ‘조심스럽게’ 먹는 것이 정답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약(藥)으로 비유하자면, 이 약의 효능은 적극 복용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복용 후 부작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약을 먹는 것과 같다. 부작용을 잘 알지 못하는 약은 조심스럽게 먹는 것이 답이다. 더구나 이미 ‘나쁜 결과’로 부작용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기존의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더 이상 ‘착한 정책’이 아닌 것은 물론 민생의 고통을 이념의 희생물로 삼는 정부 또한 더 이상 ‘착한 정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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