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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내리면 안 되는 열한 가지 이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3월09일 15시00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09일 15시32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 5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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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릴 때 마다 주변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둥 올려야 한다는 둥 말들이 많다. 지난 번 금통위회의(2월 16일)가 ‘금리동결’로 결정되자마자 시장에서는 오는 3월, 적어도 상반기 중에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2월 금통위보고서에서 분명히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중국 금융·경제상황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 자본유출입 동향, 지정학적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금통위원의 소수 반대의견이 있었으면 다음 번 회의에서는 ‘반드시(?)’ 내렸다”는 듣보논(듣지도 보지도 못한 논리)을 들이대며 인하 쪽에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현재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내려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면 안 되는 이유야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지만 열한 가지만 나열해 보도록 하자.
 
① 여태껏 기준금리를 너무 많이 내렸다.

김대중 정부를 포함한 네 번의 정부 중에서 아직 3년밖에 안 된 박근혜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제일 컸다. 김대중정부 (4.75%에서 4.25%로 10.5%인하), 노무현 정부(4.25%에서 5.0%로 17.6% 인상), 이명박정부(5.0%에서2.75%로 45% 인하)에 비해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이미 45.5%(2.75%에서 1.5%)나 인하되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정책금리 인하폭이 크다. 다른 정부와는 달리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데도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했다(2013년Q2). 최근 소비재 중심으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보면 디플레라고하기도 어렵고 또 대통령의 말대로 그렇게 경제가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면 더더욱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②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별로 입증되지 않는다.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나 투자나 경제성장에 미친 효과는 별로 뚜렷하지가 않다. 특히 2003년 이후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효과 (impact effect)및 1분기 직후 성장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2003년 Q2-Q3의 0.5%P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당기에 오히려 2.2%P하락했고 1분기 뒤에도 인하 전 성장률 수준을 회복되지 못했다. 그것은 2004년 Q3-Q4의 0.5%P 인하나 2008Q4-2009Q1의 3.0%P 인하, 그리고 이명박 정부인 2012Q3-Q4의 0.5%P 인하 때에도 마찬가지였고 다섯 번에 걸친 박근혜 정부의 기준금리도 마찬가지다. 예금 잔액이 대출 잔액보다 두 배 가까이 크고 기준금리 인하 시 대출금리 인하폭보다 예금금리 인하폭이 두 배 가까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자의 금리부담을 줄이는 효과보다 이자수입의 감소가 네 배만큼 크기 때문에 내수를 위축시킬 것이 뻔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를 더 낮추자는 논리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③ 지금의 경제침체는 그동안 금리가 높았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의 경기악화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성질의 경기악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이 월별로는 14개월 연속, 분기별로는 7분기 연속 ‘감소(전년동기비)’하고 있는 것이 경기침체의 핵심 원인이라면 어떻게 기준금리 인하로 수출을 살릴 수가 있겠는가. ‘금리인하->환율절하‘효과를 기대한다고 하지만 환율변동은 외환시장을 통해 일어나야지 금리를 가지고 조정했다가는 소 잡는 칼로 닭 잡는(우도할계) 격이 되고 말 것이다.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이 가계소득 침체라고 한다면 더욱 금리인하로 접근해서 풀릴 문제는 아니다.

 

④ 이미 외국자본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 중 외국인투자가들의 투자회수가 533억 달러나 빠져나갔다. 이규모는 2008년 서브프라임 당시 빠져나간 돈과 거의 비슷하다. 경상수지가 1000억 달러 흑자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적자였다면 외환위기가 발생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금리를 내려서 미국과 우리나라 수익률(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거나 거기에다 환차손의 위험까지 더 해 진다면 자본의 해외유출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외환보유액이 3600억 달라 정도 된다지만 하루 외환시장 거래량이 400억 달러임을 감안한다면 며칠이면 동이나고 말 것이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결코 안심할 수준이 못됨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⑤ 국내자본의 해외유출 규모도 커서 걱정된다.

2015년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대외투자규모는 외국인의 투자회수보다도 더 많은 535억 달러에 달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 회수보다 더 큰 금액이다. 국내금융기관 혹은 기업이 대외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는 국내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국내금리가 더 떨어진다면 더 많은 국내자본이 해외투자로 빠져 나갈 것은 거의 분명하다. 외환위기의 잠재적 발단원인은 외국투자가는 물론 국내금융기관이나 기업에게도 있다.


⑥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 약세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외국자본의 회수와 국내자본의 과도한 대외투자로 인해서 원화환율의 약세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더 낮추면 원화약세는 가속화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투기적인 자본유출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하루 등락폭이 10원을 넘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도 지속적으로 순유출 되는 등 불안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⑦ 가계부채를 급격히 확대시킬 우려가 높다.

현재 가계부채 1200조는 이미 포화점을 넘어섰다는 것이 정설이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침몰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경제의 자생적 회복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과도하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임계점의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금리를 더 내린다면 가계부채가 축소되기는커녕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⑧ 은행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다.
은행산업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적정수준의 차이, 즉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하여 성장되어왔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가 오래 지속되면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은행산업이 심각한 생존의 위험에 처해지게 되었다. 독일의 도이치은행의 도산 소문도 그렇고 유럽과 미국의 은행산업 영업부진도 예대금리차 축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수익성이 지난해에 크게 떨어진 적이 있고 당분가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더 내려간다면 전체 금융 산업의 가장 근본적인 기반이 되는 은행산업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
  
⑨ 기업의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이 상당히 지연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쁜 가운데 지나치게 낮은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혁신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손쉬운 차입을 통해 연명해 나가게 될 것이며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1997년 위기를 발생시킨 것과 같이 기업의 부채비율을 심각하게 상승시킬 것이다.
 
⑩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리 금리를 낮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갑자기 높아진 이면에는 중국경제 침체의 기조 위에 2월 초반 도이치은행의 부실 소문과 함께 유럽 은행산업의 부실문제가 대두되고 게다가 미국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볼 때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이치 은행과 유럽의 은행산업의 위기도 잦아들고 미국의 실물경제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미국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새삼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겠는가.   

 

⑪ 한국의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한층 커졌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인하여 한반도 긴장관계는 전에 없을 정도로 고조되고 이는 그대로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면 아래에서는 남북관계의 긴장악화가 상당히 실질적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시점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금융시장의 불안정에 불을 댕기는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성장정책의 수단이 아니라 금융안정의 수단이다. 다른 기관이라면 몰라도 한국의 중앙은행은 첫째, 한국경제에 대한 최고의 전문성이라는 소신을 갖고, 둘째, 책임 없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요구를 묵묵히 배제하여 중심을 잡으며 셋째, 오로지 긴 안목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하고 성숙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흔들리면 한국경제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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