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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종혁의 방남 목적과 숨겨진 임무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1월17일 16시11분
  • 최종수정 2018년11월17일 17시56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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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이 11월14일부터 17일까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그는 뭐 하러 이 시점에 남한에 들어왔을까? 그리고 무엇을 하고 다녔을까?  현재 그가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사명은 무엇이고 핵심 목적은 무엇일까? 그의 방남(訪南) 목적과 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태평화위는 형식상 '민간 대외활동 단체', 실제는 '대남활동이 특수목적'​​

리종혁이 방남하게 된 명목상의 목적은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주최하는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이다. 이런 회의참석을 통해 대외적인 교류협력 관계를 맺고 다니는 것이 북쪽에서의 그의 전문 직책이기 때문이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북한의 조선아태평화위원회는 어떤 조직인가? 아태평화위는 1994년 5월 조선노동당 통일선전부 산하 외곽단체로 설치된 민간 대외활동 단체이다. 주로 북한과 미수교국과의 교류협력을 주목적으로 세워진 단체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대남활동이 특수목적이다. 


즉, 북한의 아태평화위는 형식상 민간기구의 성격을 띤 대외정책기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선노동당 통전부의 통제 하에서 대남 당국 및 민간 협상을 전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부서이다. 이 단체가 얼마나 대남 사업에 중추적 역할을 해 왔는지는 과거 금강산 관광사업, 남북정상회담, 

개성공단 등 남북관계에서 정치적으로 비중이 큰 사업들을 모두 이끌어 온데서도 드러난다. 또한 이 단체의 조직체계를 이끌었던 인물들은 한결같이 북측 내의 최고가는 대남 거물급들로 평가 받았거나 받고 있다. 사망한 김양건 전 통전부장이나 원동혁, 리종원 부위원장, 전금률 서기장급 등이 모두 아태평화위 출신들이다. 그런 단체의 총괄책임자가 바로 리종혁이다.

​방남(訪南)목적은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 탐색'


그는 이 미묘한 시점에 왜 한국에 들어왔을까? 결론은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을 탐색하기 위해서이다. 리종혁은 현재 살아 있는 북한 최고의 대남통이다. 그만큼 북측에서는 지금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비중있게 생각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사실상 대남 총책인 리종혁을 내려 보낸 것이다. 리종혁은 북한 내의 현존하는 대남전문가로서는 최고위급이자 최상의 통달자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성정을 숨기는데 ‘귀재’이며, 속내를 감추는데 그만한 ‘은닉자’를 찾기란 쉽지 않을 정도의 인물이다.

그는 다른 북한의 대남통들처럼 딱딱하고 긴장된 표정을 짓는 인물이 아니라 항상 순하고 부드럽게 웃는 표정을 내세워 자신의 복심을 감추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소위 적진으로 하여금 그의 마음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를 전혀 노출하지 않고, 오히려 적진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거나 헷갈리게 만드는데 천부적 자질을 갖고 있는 변함없는 ‘일관된 표정관리자’이다.

 필자가 약 30년 동안 한반도를 연구해오면서 그리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재직 중일 때 발견한 가장 수수께끼에 가까운 북한의 대남문제 전문가들 중 한 사람이 바로 리종혁이다. 그는 대남심리전에 관한한 늙은 여우의 간교함과 혹한의 눈밭에서 굶을 대로 굶주려 본 배고픈 늑대의 교활함의 피가 함께 섞여 있을 정도의 노련함을 갖춘 대남 전문가이다.

리종혁, '늙은 여우의 간교함'과 '배고픈 늑대의 교활함' 겸비한 대남전문가​

그가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맡아 대남활동을 펼쳐 온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였다. 그 때부터 현재까지 그는 약 35년을 대남사업과 대남군중심리전만 연구해 온 대남심리전의 달인이다. 한마디로 평양 권력의 심층부에서 김정은의 방남을 놓고 그만큼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 리종혁의 방남인 것이다. 평양의 권부가 평생을 대남사업에만 전념해 온 현존하는 북측 최고의 대남통을 내려 보낸 것은 이제 그동안 펼쳐온 대남사업의 마지막 결실을 거둬내라는 의미이자 그의 평생의 대남활동이 이번 방문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애초에 리종혁과 함께 오기로 했던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은 왜 돌연 대표단 명단에서 빠졌을까? 그리고 그와 함께 오기로 했던 김춘순 조국통일연구원 연구원은 왜 입국하지 않았을까? 사실상 방한을 취소한 이 두 사람은 북한 내의 대남과 대미 정책에서 각각 실무 총책과 실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전문통 들이다.

당초 이들이 방남하기로 한 것은 남한 내부의 통일여론과 반미여론을 각각 파악하는 작업에도 북측이 심혈을 기울였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조금 과도한 액션으로 비춰지면 자신들의 대남전략이 모두 노출될 것을 걱정해서 이들을 갑작스럽게 방남 명단에서 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대남전략을 숨긴 것이다.

김정은의 연내 서울답방에 대한 '남한 여론 파악'이 핵심 목적

평양의 권력 심층부에서 대남문제 실무자인 김성혜를 단독으로 내려 보내거나, 아니면 김성혜를 리종혁과 동행하지 않게 한 전략적 배경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연내에 김정은이 서울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노동당 총서기실의 입장에서는 사전 현장답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대남문제에 총책임을 지고 있는 리종혁을 파견해서 남한 내의 모든 동정과 여론을 현장에서 철저히 파악하여 보고하라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사명인 것이다.

 만일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할 경우, 태극기 부대가 김정은 일행을 공격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문재인 정권이 그들을 안전하게 막아내어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가 가능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여론에서부터 김정은의 체포조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남한내 동정을 파악해서 보고하는 것이 리종혁 방남의 핵심 목적인 것이다. 만일 김정은이 서울을 방문했는데 태극기 부대가 김정은 체포조를 조직하여 불상사를 일으키고 이런 상황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될 경우에는 지금까지 그들이 쌓아온 외교선전전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지금 이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그리고 김정은이 만일 서울을 방문할 수 없다면 과연 제주도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에서부터 남한을 연내에 답방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일체의 남한내 여론파악이 리종혁의 방남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평양은 지금 만일 연내에 김정은이 답방을 하지 못하게 되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갖고 있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추락하면 현 정권에서 얻게 될 경제적 지원은 모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북미관계도 헝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공 상태로 유지해 놓으려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울을 방문해야 한다는 내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단 떨어지게 되면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평양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저런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평양의 권부는 지금 평생을 남한 문제에만 천착해 온 리종혁을 내려 보내 이에 대한 총괄적인 동정을 정확히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사명을 던져 준 것이다. 김정은의 연내 남한 답방이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는 리종혁의 보고서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행 예고됐던 김성혜 노동당 통일선전부 실장이 돌연 대표단에서 빠진 이유​

둘째, 여기에 김성혜를 수행단에 넣지 않고 제외한 것은 이런 중대한 사업을 목표로 하고 방남길에 오른 리종혁의 어깨에 김성혜가 끼게 되면 자칫 북측의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인 리종혁의 눈에 현 정권의 운동권 출신 대북접촉자들이나 경기지사와 같은 사람들은 ‘귀여운 강아지’ 혹은 ‘애완견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원래 리종혁이 김성혜 등을 데리고 함께 방남하기로 한 핵심 목적이 경기도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리종혁은 알 듯 모를 듯 우리의 대북 먹통사회를 향해 슬쩍 일갈(一喝)한다. 14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리종혁은 기자들에게 “아직 행사 일정도 잘 모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 면담은 토론을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방남 목적으로 “기본이 회의 참가라서 모든 노력을 다해서 회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방남의 주목적으로 내세운 행사의 일정조차도 잘 모를 만큼 이번 행사는 그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북한 대표단의 단장인 리종혁이 도착 일성(一聲)으로 그것도 언론이 앞 다퉈 취재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행사일정조차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초대받은 손님으로서 행사 주최 측에게는 매우 큰 결례중의 결례이다. 물론 리종혁은 이번 자신이 참석한 행사에 관한 일정부터 내용까지 모든 것을 샅샅이 파악하고 숙지해서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치미를 뚝 잡아떼면서 이번 행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고 능청을 부렸다. 그러면서도 또 말을 슬쩍 바꿔서 자신이 방남한 외형적인 목적이 경기도가 주최한 회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인 만큼 회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겉치레로 자신의 본 목적과 의중을 노출하지 않으려 위장 변술을 부린 것이다. 그리고 나선 또 다시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을 향해 자신이 방남하게 된 주요 미션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키는 멘트를 던진다. “정부관계자 면담은 토론을 해 봐야 겠다”는 말이 그의 핵심 메시지이다.

리종혁이 왜 김성혜 일행과 함께 오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매우 흥미롭다. 그는 김성혜의 방남 취소 이유로 “여의치 않은 개인적 사정으로 못 오게 됐다”고만 짤막하게 이유를 밝혔다. 개인적 사정이 있어서 못 오게 되었다는 리종혁의 이 말은 북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변명이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남한에서는 일반적으로 잘 통하고 넘어갈 수 있는 말이다. 그만큼 그는 남한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리종혁은 김성혜가 못 오게 된 그 엄청난 배경 설명을 특별히 고심할 필요도 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개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못 왔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넘어갔다.

​"개인 사정"이라 했지만 "과도한 남측의 반응을 우려했기 때문"

 한국의 모든 언론이 현재 가장 맹활약하고 있는 북한의 대표적 대남통인 김성혜가 오느냐 안 오느냐에 관심을 쏟고 있을 때 이들의 관심을 간단한 발언 한 마디로 가라앉혀 버린 것이다. 이는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사회가 바로 남한사회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이런 리종혁의 방남을 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

일각에서는 김성혜의 방남 불발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김성혜가 지난달 몽골에서 일본 정보당국의 수장격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 정보관과 접촉하려다 취소된 일을 상기시키며 지난번에 불발된 모임을 지난 9일 울란바토르에서 다시 만나는 극비회담을 성사시킨 일 때문에 못 온 것이 아닌가라는 해석이 그것이다. 하지만 김성혜가 방남하지 않은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가 옴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과도한 남측의 반응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김성혜를 대남 소프트 외교의 전문통으로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숙성시켜 온 인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다음은 리종혁 부위원장의 주요 약력 겸 그의 활동내역이다. 이번 김정은의 연내 남한 답방에 앞서 우리 사회의 모든 여론을 정탐하러 온 그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이유는 매우 크고도 또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리종혁,충남 아산 출신의 월북작가 리기영의 둘째아들로 영어·불어에 능통


리종혁은 1994년부터 아태위 부위원장을 맡아 대남활동을 펼쳐왔다. 1936년생으로 김정일과 같은 남산고등중학교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했다. 영어, 불어에 능통하고 독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일어도 구사한다고 알려졌다.

부친은 소설가 고(故) 리기영(1895~1984)이다. 충남 아산 출신인 리기영은 일제강점기 사회주의계열 문학단체인 카프(KAPF) 회원이었다. 그의 소설 ‘고향(1936)’은 천안을 배경으로 삼았다. 천안시민들은 최근 리기영의 추모제를 열기도 했다. 북한 문예총위원장을 지낸 월북작가 리기영은 리종혁 부위원장과 그의 형인 리평을 슬하에 뒀다.

리평의 첫 번째 부인은 비운의 여자로 알려진 성혜림이다. 그러다 김정일의 눈에 띄어 강제로 결혼 생활이 중지됐다. (장성민 저,「전쟁과 평화」중에서)

리종혁의 형수이기도 했던 성혜림을 김정일이 '자기 여자'로 만들어​

알려진 바에 의하면 김정남의 생모인 성혜림은 본래 아버지를 따라 월북한 남한 출신으로 같은 월북 작가였던 리기영(李箕永)의 맏아들로 김정일과 학교 동창이었던 리평(李平)의 아내였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일은 친구와의 사이에 이미 딸까지 두고 있는 성혜림을 뺏어서 자신의 여자로 만들었다. 이 과정을 잠깐 소개하면, 「땅」이란 소설로 유명하고 당시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위원장었던 아버지 리기영은 예술계 최고 간부니까 맏며느리도 제일 유명한 여자를 얻었는데, 그게 바로 당시 북한 최고의 여배우였던 성혜림이었다.

 리종혁의 형수이기도 한 성혜림은 그때 유부녀로 딸도 낳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리종혁 집에 형 리평의 학교 동창인 김정일이 자주 들락거렸는데, 그 목적이 바로 그의 형수를 보기 위해서였다. 김정일은 성혜림을 보고 반해서 계속 들락거리던 끝에 조직지도부에 들어가 권력을 가지자 성혜림을 강제 이혼시키고 자기가 숨겨놓고 데리고 살았다. 그리고 그와의 사이에 1971년 김정남이 태어났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됐다.

결국, 김정일이 빼앗은 성혜림의 본 남편인 리평의 동생이자 지금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대남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리종혁은 조카딸까지 둔 자신의 형수를 힘으로 뺏어다가 자기의 여자로 삼은 김정일과 그 아들 김정은을 위하여 지금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이다. 리종혁의 이번 방남 활동이 그의 35년 대남사업의 총결산이자 중차대한 마지막 의무이행이 아닐까 생각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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