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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만 마이너스 고용을 걱정해야 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0월14일 18시11분
  • 최종수정 2018년10월14일 18시47분

작성자

  • 조준모
  •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메타정보

  • 28

본문

 

  일자리 성과는 고용충격으로 돌아서다가 7월 이후 고용참사에 이르렀다.전년 동월 대비 일자리 증가가 7월에는 5천명, 8월에는 3천명, 9월에는 4만5천명으로 약간 나아졌지만 작년의 31만 명에 비해서는 여전히 최악의 국면이다. 마이너스 고용이 안 된 원인은 업종별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3만 3천명), 농림어업(5만7천명)과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등, 공공부문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고 나머지 일자리에서는 줄줄이 급감해 가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의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경비·미화원의 3대 업종에서는 31만 명이나 감소하였다. 

 

추석이 9월 마지막 주여서 소비재 제조, 기타운송장비 투자, 상품판매 유통, 택배 등 추석직전의 반짝 효과와 함께 긴 폭염으로 지연됐던 건축 공사 재개가 9월 조사기간과 겹쳐서 마이너스 고용은 겨우 면했다. 그나마 정부정책과 무관한 정보통신업에서 7만3천명이 증가한 것은 1-8월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에 젊은 창업자들이 설립한 신설법인들이 전년대비 20% 중가한데서 기인한다.

 

  고용참사는 인구 및 노동시장 장기추세 요인에 더해 G2 무역전쟁 등 트럼프효과가 겹치고, 또 최저임금 등 단기노동정책 등의 요인들이 가세한 복합적 산물이지만, 특히 후자의 단기정책변수들이 부작용을 더욱 확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만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결코 원인이 아니라고 한다. 2010년 이래로, OECD 국가들 중 매년 인상률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인상한 국가들은 대부분 국민소득 1만 달러대의 동유럽 체제 전환국들이다. 

 반면 원조OECD 선진국 국가들은 국민소득이 오를수록 고용파괴를 우려하여 인상에 신중을 기해왔다. 국민소득 4만 달러이상 국가에서의 인상률은 대개 5%미만이었,고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도 많았다. 2010년 이후 선진국들 중 두 자릿수로 인상한 국가는 룩셈부르크(2016년, 매년 인상률 10%)가 있는데, 우리의 올해 인상률 16.4%와 내년 인상률 10.9%는 룩셈부르크를 밀어내고 1위와 2위를 기록하게 됐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노동정책에 노동시장에서는 이전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자동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법의 사각지대인 비공식 노동시장이 최근 들어 확대되고 있으며, 초단시간 근로자의 비중도 급증하여 급기야 8월에 근로자의 6.8%에 이르렀다.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인상압력을 못 견뎌 무급가족 종사자 및 최저임금 미만의 미등록 근로자 사용 등의 비중을 높이고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초단시간 근로를 늘리는 것은 이해되지만 그 속도가 전에 없던 급속한 페이스이다.

 

  고용참사의 정국에도 정부는 “일자리 양(量)의 성과는 좋지 않아도 일자리 질(質)은 개선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 반증으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증가한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에는 7월에 개정된 고용보험 시행령 개정에 기인한다. 이전의 고용보험 시행령은 “소정근로시간이 월 60시간미만(1주 15시간 미만자 포함)은 고용보험 가입에서 제외(exemption)되지만 생업을 목적으로 3개월 이상 계속근로를 하는 자와 일용근로자는 제외 한다”로 되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시행령 개정에서 “생업을 목적으로”가 삭제되어 단시간근로 고용보험 가입 “제외의 제외” (exemption of exemption)가 확대되어 고용보험 의무가입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동시에 일자리안정기금과 같은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는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고용보험 시행령 개정과 더불어 고용보험 가입 조건 보조금 일자리 확대의 쌍끌이 효과가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증가시켰고, 정부는 이를 ‘일자리 질 개선’ 성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서 만들어진 좋은 일자리가 아니며 일자리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불과하다. 

 

  근로자 1인당 인건비에서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조금엥겔지수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지수는 현 정부 들어 일자리안정기금, 지방자치단체 경상비 보조 일자리사업 등 각종 보조금 사업으로 높아져 갔다. 이 지수가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소기업들은 좀비화 되고 급기야는 폐업에 이르게 된다. 연쇄작용으로 폐업한 자영업 종사자들이 고령층 알바, 지자체 노인일자리 등 고령층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설상가상으로 마이너스 고용을 막기 위해 단기공공알바를 공공기관에 할당하는 쥐어짜기 식 일자리 통계행정에 몰입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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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고용참사 와중에 선진국들의 고용상황은 어떠한가? 일본은 거의 완전고용상태이고 미국의 계절조정 실업률은 우리나라보다도 낮아 고용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의 주요국의 고용은 고공비행을 하는데 유독 우리만 마이너스 고용을 걱정해야 할까? 

 대답은 자명하다. 바로 흑묘백묘(黑猫白猫)의 실용적인 경제정책을 짜기보다 반(反)기업 정서와 관념에 치우친 시각으로 만들어진 경제정책들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은 바로 규제완화와 민간기업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제고(提高)에서 출발한다. 

 

  그림에서와 같이 현 정부 들어 각종 보조금 지급으로 일자리의 양(量)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정책들 때문에 노동시장의 노동력 배분 기능이 왜곡되고 있다.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과 생산성의 갭을 보조금이 메꾸어 주어 근로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거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종으로 전직하여 일자리 창출 여력을 높이는 노동시장 기능을 일자리 보조금들이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 정부 들어 규제엥겔지수 또한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규제엥겔지수란 매출가운데 기업들이 규제에 대응하는 비용의 비중을 의미한다. 법률 전문가들과 자문계약을 맺어 대응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촘촘한 산업 및 노동규제 그리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감독공무원 증원 등은 기업들로 하여금 규제 대응비용을 높이고 법원 송사에 민간의 역량을 소진케 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규제 그리고 이러한 규제를 잘 지키는지 기업들을 감시감독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을 먼저 증원하고, 감독목표를 2만 건에서 10만 건으로 증가시켰다. 노동사건에 기업이 연관되면 형사처벌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져서 기업들이 지불해야하는 대응비용은 높아져만 간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복잡한 규제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건강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네거티브화하고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는 산업과 채용의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벤처-중소-중견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효자루트가 되도록 체계적인 규제혁파로 일자리 창출의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과제는 역시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유연성 확보이다. 당장의 새로운 입법이 어렵다면 다양한 예외규정을 두어 노동법의 경직성을 해소해 가야 한다. 근로시간 관련 일별, 주별 규제 등 너무나도 촘촘한 규제를 주 단위 규제로 통일하되 탄력근로, 재량근로 등의 근로시간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유연화 해야 한다.

 

 우리만의 ‘저녁 있는 삶’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글로벌 생산가치사슬에서 제도가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도 일자리도 보장할 수 있다. 신규사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 및 노동법의 적용제외를 두어 유연화 해야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바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일본 입법부 역시 노동법 외에 노동계약법제를 따로 두어 노동제도 유연성의 퇴로를 개방해 준 것이다. 전근대적인 공장법적 보호와 이데올로기 관념에 매몰되어 새로운 직군의 일자리 활성화를 가로막는 노동법상 규정들은 산업4.0시대에 맞게 하루 빨리 개혁해야 함에도 우리 정부 내에서 “노동개혁”은 아직도 금기어(禁忌語)로 되어있다.

 

 고용참사의 정국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4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기업의 활동을 촉진하고, 애로를 해결해 주는 도우미가 돼야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이런 발언에 이르기까지 국민경제 1년 반의 시간이 희생된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선진국 경제는 그 기간 동안 전진할 때, 우리는 후진기어(R) 넣고 전진하려 했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일자리 창출의 기본이 지켜지길 바란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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