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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오고 있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0월07일 17시33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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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란 매우 드문 일들이 겹쳐서 일어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케이스라는 기상전문가가 ① 더워진 대기 ② 반대방향에서 불어 온 차가운 고기압 공기 ③ 허리케인 그레이스(1991년 10월 발생한 2급 태풍)의 막대한 양의 습기가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 강력한 무명의 태풍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설명했고, 세비스천 융거라는 미국의 작가가 1997년 퍼펙트 스톰이라는 이름의 책을 발간하면서 유명한 단어가 되었다. 지금은 기상상황 뿐만 아니라 정치 혹은 경제에 있어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 겹쳐서 일어나면서 전에 찾아보기 어려운 큰 혼란에 빠져드는 현상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말한다. 지금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다는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첫째로 수출과 경상수지가 불안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5개월 연속 수출이 5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고 자부하지만 수출증가율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어서 지난 3분기 수출증가율은 1.7%에 불과했다.(아래 [그림.1] 참조) 지난 2017년 벽두부터 1년 반 동안 원화가 지속적으로 일본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을 보면 앞으로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수출 역전의 스톰이 온다. 그렇게 되면 2012년 3월부터 78개월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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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국제 금리의 상승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2015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한 번, 그리고 2017년에는 세 번, 그리고 2018년에 세 번 합해서 여덟 번을 올렸다. 그리고 금년에 한번, 그리고 내년에 서너 번을 더 올릴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같은 기간 동안 한 번(2016년 6월) 내렸다가 2017년 7월 한 번 올렸으니 그동안 퉁 친 것이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는 0.75% 역전된 상태에 놓여있다. 가계부채나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0.75% 혹은 그 이상 벌어진 한미금리역전을 되돌려 놓기가 매우 어렵다. 설혹 결단을 내려서 한국금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내년 내내 미국도 올릴 것이므로 한미 금리역전을 뒤집으려면 적어도 2년 이상 걸릴 것이다. 지금이야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따라서 원화환율이 강세기조를 유지하니까 그나마 금리역전으로 인한 자금유출걱정이 적지만 수출이 적자로 돌아서고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위축되면 원화환율 약세우려로 촉발되는 자본유출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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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실제로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2018년 7월 증권투자수지는 2014년 6월 이래로 4년 1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8월과 9월 증권투자 수지도 적자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난다는 얘기다. 9월 첫 주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금액도 1조2446억 원이었고 10월 들어 최근 4거래일 동안 1조원 이상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닥 시장 매도 2천억을 포함하면 두 시장에서의 순매도 금액은 1조2500억 원이 넘는다. 금년에 이미 여러 나라에서 미국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자본유출로 홍역을 치른 바가 있다. 6~8월 중의 러시아와 아르헨티나와 터키 금융시장이 불안했고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가 특히 불안하다. 

 

관건은 원화환율이 얼마나 안정적일 것이냐에 달려있다. 원화가 안정적이려면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유지되든지, 국내금리가 오르든지 외국자본이 계속 들어와야 한다. 그 어느 한 고리라도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 아래 [그림3]에서 보듯이 10월 들어서서 원화 환율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원화 환율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외환보유고가 4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지만 즉각 동원될 수 있는 유동성자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하루 외환시장 거래규모를 6백억 달러로 잡더라도 일주일이면 다 소진될 정도로 빈약하다. 민간부문이나 금융부문의 외자동원에 기댈 수도 있겠지만 금융위기 발생 시 이들 기관들이 얼마나 협조적일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이 위에다가 취업자 증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3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진다면 퍼펙트 스톰에 빠진 한국경제는 무엇으로 버티겠는가?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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