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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의 무게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자질과 지적수준은 세계적이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직을 하게 되며, 대학 캠퍼스도 이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웬만한 대학교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학생지원비 형식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무원들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점점 더 오르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공무원들이 담당해야 할 업무 역시 점차 복잡해져가고 있다.

 

공무원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 이유는 가장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일의 복잡성, 그리고 정책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 때문이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수범자가 특정되지 않고 일반 국민 전체에게 미치는 보편적 정책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기본행정계획의 수립과 구체적인 관리계획의 수립은 전체 국민들의 모든 행위 – 진입행위, 영업행위 등 – 를 제한한다. 따라서 공무원 개인의 판단은 기준점 효과를 가지게 되고 국민 일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영향만큼이나 공무원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신중해야 하며, 특히 재량적 판단에 있어서는 관련되는 이익 간 크기와 중요성을 고려하여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행위의 원칙으로서 균형과 오류에 대한 대응

 

공무원들의 행정행위에서 오류를 통제하기 위한 노력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학문의 주요관심사였으며, 추상적으로 ‘이익의 균형’이라는 것을 통해 이를 통제하려고 하였다. 즉, 공익과 사익 간의 균형, 공익과 또 다른 공익과의 균형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의무와 재량사이에 '파레토 최적'을 찾는 일은 애초부터 쉽지 않는 일이었으며 여전히 지금까지 공무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긍정적․부정적 영향들이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이 판단하고, '처분'이라는 형태로 내려지는 특정 개인에 대한 행위는 원칙적으로는 제한적 범위 내에서 영향력만을 가지나, 공무원이 한번 내린 결정은 - 비록 하자가 있더라도 - 행정심판에 따른 재결이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교정되지 않는 한 상당기간 동안 일반화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즉, 일단 공무원이 특정 개인에 대하여 잘못된 기준에 의해 처분을 할 경우, 그리고 그 처분이 몇 차례 유사한 사례에 적용될 경우 이는 행정상 관행으로 정립될 가능성이 높으며, 자기구속의 원리에 의해 공무원은 잘못된 행위를 계속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현실 속에서는 법원에 의한 사법적 심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바뀌기 쉽지 않다.

 

공무원이 행하는 오류에 대한 대응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국가배상이다. 그러나 국가배상은 각 개인의 이익을 위법한 공권력의 집행에 의해 이익이 침해된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적용대상 범위가 광범위한 정책적 판단의 오류가 있는 경우이며 그 자체가 법적판단의 대상으로 위법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판단오류 자체가 중과실이 아닌 한 위·적법의 문제는 아니다.

 

행정오류와 재량

 

행정청이 행하는 행위에는 기속적인 것과 재량적인 것이 공존한다. 전통적인 행정의 영역에서는 기속적인 행정행위가 많으나, 기술의 발전과 복잡한 위험구조는 재량의 범위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입법이 모든 기능을 정해주면 좋으나, 기술적 한계도 있으며, 사실 국회가 그다지 성실한 입법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여전히 행정입법의 영역과 현장에서의 재량판단의 영역은 넓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의 정확한 판단과 합리적 범위 안에서의 의사결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이에 실패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더 이상 개별적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여기에 더 나아가 이를 둘러싼 사회적 순환구조 자체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재량권의 행사에서는 두 가지 갈등구조가 있다. 하나는 적극행정이며, 또 다른 하나는 복지부동이다. 이 양자의 중간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적극행정을 하는데 오류가 있다면 그 결과는 매우 치명적이며, 복지부동 역시 변해가는 상황에서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정지'가 아니라 '퇴보'를 의미한다. 따라서 감사원에서는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운영하고, 정부 내부적으로 복지부동을 단속하지만 어렵기는 매 한가지이다.

 

커뮤니케이션과 오류 가능성의 저하

 

행정에서 오류를 줄이면서도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피규제자와의 협력 및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즉 특히 전문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영역 - 핀테크, AI, IoT, 자율주행자동차 등- 에서는 규제의 주요한 이유인 위험의 특정 및 위험의 방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과거에는 국가가 압도적이고 독점적 정보력을 바탕으로 정책결정에서 강점을 가졌지만, 지금은 민간이 가지고 있는 정보력 역시 매우 우수한 것이거나, 오히려 특정 기술분야에서는 정부의 역량이 오히려 제한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는 민간과 국가간 횡적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 오류가능성을 줄여나가는데 있어서 처음으로 만나는 문제가 바로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정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오류가 아님을 주장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오류를 주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당국자는 통계상 해석을 유리하게 보려는 입장을 취하게 되며, 또 상대편은 상황을 정치적 국면으로 이용하려는 동기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동기는 향후 당사자 간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행정이 정치화 될 경우 사실 어느 쪽도 합리적 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규제는 행정작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규제의 가장 큰 이유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존립이유이자 목적이기도 하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방의 정책적 판단을 견제하는 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오류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에 대한 대화이다. 즉 위험의 실체와 크기, 그리고 해당 위험이 야기하는 소위 위험의 질적 수준을 어떻게 보는가이다. 위험의 빈도가 높지만 질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경우와 위험의 빈도는 낮지만 질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 대응방식이 달라짐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과 대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국민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행정오류의 근본적 원인으로서 부실한 입법

 

행정오류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이 입법상 불비인 경우도 많다. 오늘날을 입법만능의 시대혹은 과잉입법의 시대라고 한다. 법이 그 가치를 상실하고, 정치적 의사와 정책적 결정의 수단으로 전락한지는 오래이며, 정의와 평등 그리고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합의라는 정신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특별법이 남발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원인 중 하나는 법을 만들기가 쉬어졌다는 점이다. 정부발의 법안의 경우에는 규제영향평가, 자구심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의원입법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간소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의원입법에 의한 입법활동이 부쩍 증가하였다. 정치적 수사로 규제를 없애자고 주장하지만 의원입법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법안의 내용 및 자구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민이 준수해야 할 구체적 기준을 고민하여 정하는 것보다는 추상적 용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입법기술적으로 불가피하게 불확정개념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법률은 결국 과도한 행정입법으로 이어지고, 대통령령까지는 나름의 통제가 이루어지지만 그 이하의 행정입법에서는 행정청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할 우려 또한 존재한다.

 

책임의 귀결과 대안의 모색

 

행정과 입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점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 행정의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 법령에서 정하는 것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되지만, 이는 앞서 국가배상의 경우와 같이 개별·구체적인 것에 한정된다. 오히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정책적 실패이다. 정책적 실패는 공무원 책임 법령상의 사항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 책임에 해당 되는 영역이다. 행정부의 정책상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책임이 거론되며, 종국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던 국민의 책임이기도 하다. 입법의 경우에는 곧바로 지역구 주민들의 책임이다. 성실한 대표자를 선출하지 못한 책임이다.

 

이러한 어정쩡한 책임의 구조라면 결국에는 한번 뽑아놓고 일정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지금의 구조가 그다지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국민에 의한 통제수단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국회의원들이 필요한 법안을 발의하지 않을 때는 국민발의를 해야 하며, 잘못된 정책판단에 대해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공론화 채널 역시 제도적으로 확보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적 범위가 작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도적 보완은 훨씬 더 용이하다.

 

행정오류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의 물음에 대해, 개별·구체적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이 주 대상이 아니라면, 사실 그 책임은 물을 곳이 매우 모호한 것이 현실이며, 결국 정치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정치'라는 매우 부정형적인 실체를 '책임'이라는 매우 정형적인 개념과 대치시키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행정오류의 책임은 오류 이전에 그 통제의 문제와 평가와 피드백의 문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으며, 최근 유럽연합이 공공거버넌스에서 ‘실시-평가-피드백-실시’라는 구도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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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02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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