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남북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전망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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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남북정상회담이 채택한 ‘9.19 평양 공동선언’은 교류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 분야에서 나름 풍성한 내용을 담아냈고, 핵문제에 있어서도 다소의 진전을 거두었다. 교류협력과 관련해서는 개성·금강산 재개 노력, 철도·도로 연결 착공,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개소, 문화·예술·체육 교류의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고,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파격적인 내용도 포함되었다.

 

남북 국방장관 사이에 서명된‘군사분야 이행 합의서’도 육상, 해상 그리고 공중에 완충지대를 설치하는 파격적인 내용들을 담아냈지만, 군사논리로만 따진다면 공자(攻擊)인 북한보다 방자(防者)인 한국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향후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비행금지구역은 한국군과 미군의 대북 정찰비행을 크게 제약하는 것이고, 등거리 등면적 원칙을 벗어난 서해 평화수역은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4도를 극히 취약하게 만들 소지를 안고 있으며, 북한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가 남한의 세배나 되고 서울에서 휴전선이 지척인 상황에서 남북이 동수로 감시초소를 해체한다는 것도 군사논리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핵심 의제라 할 수 있는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의미있는 진전도 포함되었지만 여전히 멀고 먼 북한 비핵화의 길을 상기시켜 주었다. 평양 공동선언에서 양 정상은‘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고, 북한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으면 영변 핵시설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육성 및 문서를 통해 북한의 핵시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폐기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의미가 적다고 할 수 없으며, 미북 핵대화 재개의 전망을 밝게 만든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트위트를 통해 김 위원장이 사찰을 받는다고 했다면서“흥미롭다(exciting)”라고 화답한 것이나 폼페오 국무장관이 즉각 미북간 실무회담을 제안한 것을 보더라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미북 핵대화 재개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평양 공동선언은 전체적으로 북핵문제 해결보다는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개선에 비중이 실린 합의서라 할 수 있다. 또한, 금년 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합의한 것은 그 전까지 종전선언을 서명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이 역시 문재인 정부의 과속(過速) 질주 의지를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멀고 먼 북한 비핵화의 길

 

 그럼에도 핵문제와 관련해서 평양 공동선언은 이제부터 낙관무드에 빠져도 좋을 만큼의 내용을 담아낸 것은 아니며, 아직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멀고 험난한 길을 가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제5조에서 언급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란 북한이 가진 핵무기를 의미하지만‘핵위협’이란 미국이 북한에게 가하고 있는 핵위협을 의미한다. 이는 북핵 포기에 앞서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전략무기 전개, 한미 연합훈련 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으로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공동 목표”라고 한 맥락과 동일하다. 즉, 북한이 여전히 “조미(朝美) 간 핵국 대 핵국의 입장에서의 핵군축 협상을 통해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종래의‘조선반도 비핵화’논리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현재핵’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즉, 북한의 수많은 핵관련 시설 중 하나인 미사일 엔진 시험장 및 발사대 폐기만 약속했을 뿐 보유 중인 핵무기, 핵물질, 투발수단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즉, 대륙간탄도탄(ICBM)을 쏠 수 있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해 미국이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미국을 향해 외교적 미끼를 던진 격이다.

 

셋째, 영변 핵시설 폐기에도‘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라는 조건이 달려 있어 미국이 종전선언 서명, 제재 완화, 미북관계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영변 핵시설도 폐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영변 이외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핵시설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없다. 이는 북한의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개될 미북 간 핵협상과 북한의 행동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실패시 위험부담 고려해야
 
 그렇다면, 정부는 평양 정상회담을‘성공’으로 단정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향후 핵정책과 대북정책의 속도와 방향을 가늠해야 한다. 되돌아 보건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고집스럽게 질주해왔고, 이번에도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청하면서 평양으로 달려간 셈이다. 물론,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이런 외길 행보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북핵폐기와 남북상생이라는‘대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지만, 북핵문제가‘낭패’로 귀결될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에 정부는 그 경우 맞닥뜨려야 할 위험부담도 계산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의 핵폐기가 끝내 무산되는 경우, 다시 말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듯 북한이 원하는 것이 핵 고수를 전제한 가운데 한국정부를 이용하여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얻어내고 그것을 발판으로 동맹 이탈, 연방제 통일, 주체통일 등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 감수해야 하는 첫 번째 위험부담은 한국정부가 북한의 계략에 이용당한 무능한 정부로 각인되어 국제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할 수 있음이다.

 

두 번째 위험부담은 한미관계에 끼칠 악영향과 그로 인한 동맹 신뢰의 손상 가능성이다. 미국은 지난 8월 폼페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할 때부터 한국정부에게 남북관계에 있어 과속을 경계하는 경고를 보내왔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강행했고 유엔제재 위배 의심을 사면서까지 대북경협을 서두르는 인상을 주었으며, 결국 제5차 정상회담까지 서둘렀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 진정성 확인과 북한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 한미 정부 간의 간극은 커질 것이며 미국 국민의 뇌리에서 동맹국으로서의 한국의 입지는 희미해질 것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와 재선 준비를 위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 또 한번의‘쇼’를 원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럴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정부와 함께 북한의‘조용한 핵보유’전략을 묵인하고 외교적 성과를 과대 포장하면서 자축할 수 있지만, 이는 한국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뒷감당이 힘든 과제를 남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미국을 이끌어온 주류 여론과 전문가들의 따가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아울러, 트럼프 행적에 대한 언론의 폭로, 언론과의 전쟁, 중국과의 무역전쟁,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과 그로 인한 불화 등 좌충우돌식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국내로 일자리들을 가지고 들어와 ‘구인난’시대를 연 트럼프에 대한 기저층 미국 국민의 지지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이‘봉’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쾌감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이런 기저층의 지지기반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며, 미국의 역대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중간선거에서의 패배를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 비핵화가 무산되는 경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외교적 성과’에만 연연할 것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으며, 전쟁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을 더욱 강하게 몰아부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코리아 패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이 또한 한국정부가 감안해야 하는 위험부담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려야 할 세 번째 위험부담은 안보와 관련한 것이다. 현재 국정원의 대공(對共) 기능과 기무사의 군내 용공(容共) 활동 감시 기능은 약화되었으며, 축소지향형·수세형 군사력을 지향하겠다는 「국방개혁 2.0」도 발표된 상태이다. 군대에서‘주적’표현은 사라지고 있고, 북한군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시키는 안보교육도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교과서에서 ‘건국’은‘정부수립’이라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이런 조치들은 정치논리로는‘북한의 핵폐기와 변화를 선도하는 호의’가 될 수 있으나, 안보논리에는 부합하지 않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즉, 경제에 있어서는‘먼저 주고 나중에 받기’와‘더 주고 덜 받기’가 가능할지 모르나 안보에 있어서는 그렇지가 않다. 물이나 쌀은 떨어지면 가게에서 사오면 되지만 군사력이란 공급탄력성이 없는 것이어서 미래 준비해두지 않으면 필요시 사용할 수 없다.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부풀려진 기대감 속에서 북핵 문제가 낭패로 귀결된다면 안보분야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뒷감당이 쉽지 않은 부메랑으로 돌아 올 것이며, 판문점 선언의 비준, 종전선언 체결 등이 서둘러 이루어진 후라면 더욱 그렇다.

 

 속도·방향의 조절이 필요하다

 

 70년동안 적대해온 남북한의 정상이 한해에만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의 의미는 가볍지 않으며, 실제로도 미북 핵대화 재개를 견인하는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평양 공동선언은 여전히 ‘멀고 먼 북한 비핵화의 길’을 재확인시켜 주었으며, 현재로서는 북핵의 미래를 예단하기 어렵우며, 이런 가운데 한국 국민은 어떤 경위로든 미북 핵대화 재개, 북핵 폐기, 대북제재 해제, 남북경협 활성화 및 상생시대 개막 등 ‘대박’으로 이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 때문에 정부에게는 일단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보기보다는 당분간 냉정하게 후속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고 지금까지의 남북관계 개선과 안보역량 축소와 관련한 정책들에 대해 조용히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북핵 문제가‘낭패’로 귀결되는 경우에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대북접근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좀 더 국제사회 및 동맹국과 보조를 맞추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앞질러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선제적으로 스스로의 안보역량을 축소하거나 안보태세를 이완시키는 조치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분야에 있어서는 북핵 해결 뿐 아니라 북한의 변화 여부까지를 확인하면서 등가성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북한과 협상하는 기조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남북상생과 북한 비핵화도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지난 9월 14일 한국 최초의 중형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서 문 대통령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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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20 19:16:50 최종수정 2018-09-20 22: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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