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혼란을 자초한 낙태수술 처벌 강화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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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언급이 될 정도로 오래된 사회적 문제이고 유사 이래 계속 논란이 되는 난제 중의 하나이다. “낙태를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로 많은 국가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유럽에서도 카톨릭의 세력이 가장 강한 국가 중의 하나인 폴란드에서도 2016년에 규제가 심한 기존의 낙태법을 더 강화하려는 법안이 발의 된바 있었으나 “검은 시위(Czarny Protest, Black Protest) 또는 검은 월요일(Czarny Poniedziałek)로 불리는 낙태죄 폐지를 위한 폴란드시민의 시위가 계속되어 결국 무산이 된 바가 있다. 또한 전 국민의 84% 가 카톨릭 신자인 아일랜드에서도 올해 5월 낙태금지 헌법조항 폐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66.4% 대 33.6% 로 통과시켜  낙태가 폭 넓게 허용 되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많은 안타까운 낙태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여전히 대부분의 낙태를 '범죄'로 취급하여 낙태한 여성에게는 '징역 또는 200만원의 벌금', 의료인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규정이 되어 있으며, 사회적으로 낙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8월 17일 보건복지부가 낙태수술을 비도적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시행령을 공포하여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1973년 형법에서 금지한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만들었고 베이비붐 시대에서는 인구조절을 위한 산아제한의 방법으로 이용되어 보건소 등 국가기관에서 중절수술을 권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한 시대적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형법은 사문화 된 법으로 인식이 되었고,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과 함께 임신중절수술은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사회적 인정 속에서 지내 왔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도 않고 보건복지부에서는 모자보건법상의 5가지 합법적 낙태수술을 제외한 모든 임신중절수술에 대해서는 '비도덕적'이라는 낙인을 찍고, 낙태를 시술한 의사에게 1개월 면허정지의 중형을 처하겠다는 시행령을 발표하여, 의사 단체에서는 합법적 낙태수술을 제외한 모든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의사 단체에서도 낙태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현재의 모자보건법의 의학적 문제점을 지적해 왔으며, 사회적 합의로 현실에 맞는 법을 개정하고 또한 그 법을 지키겠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현재의 모자보건법은 1973년에 일본의 우생법을 모태로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계엄 하에서 국민적 합의 절차 없이 제정이 되었으며, 일본은 1996년 우생 조항을 모두 삭제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나치즘 시대로 이어진 우생학적 법을 지금까지 존치해온 것이다. 4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우리 사회가 그 동안 낙태에 대해 어떠한 치열한 논의와 합의도 거치지 않고 이런 반 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모자보건법을 방치하여 국민 모두가 불법 낙태의 혼란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현행의 모자보건법 제 14조는 다음과 같다.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나 후견인이 없을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

 

모자보건법에서 낙태가 허용된 사유조차도 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제1항. 유전이 되는 정신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 부모의 자녀를 중절수술을 하도록 규정하여 수많은 정신 장애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반드시 삭제가 필요하다. 또한 부모가 유전 질환이 있어도 그 자식에게 반드시 유전 질환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부모 질환을 이유로 자식을 낙태 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무뇌아처럼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의 문제가 있을 때는 현행법에서는 중절수술을 할 수가 없다,

 

제2항. 임신 중에 아기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감염성 질환에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감염되는 태아는 일부이다. 감염된 임신 시기에 따라 태아 감염의 위험도는 크게 다르며 설사 태아가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발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임산부가 감염성 질환에 걸리면 치료의 대상이지 낙태의 대상이 아니다.

 

제3항 및 제4항. 강간 또는 준 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와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는 낙태의 의학적 사유가 아닌 사회적 사유이다. 이에 해당되는지는 환자가 알려주는 사항으로 의사는 진찰을 통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한 강간과 근친상간 등 임신 당시 사유가 명백한 경우는 되도록 임신 초기에 낙태하여 시술로 인한 여성의 합병증 위험을 줄여야 하는데, 법적인 또는 사회적인 확인절차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어 안전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제5항의 1. 의학적으로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없는 시기에는 낙태를 하게 되고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는 미숙아 분만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의 법은 매우 모호한 표현인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도 포함하며 우려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명시가 없다.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제5항의 2. 1973년 모자보건법 제정 당시 낙태 허용 주수는 임신 28주일 이내였지만 2009년 시행령 개정으로 임신 24주일 이내로 축소되었다. 당시에는 임신 24주 이하의 생존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지만 현재에는 신생아 집중 치료 의학의 발전으로 훨씬 일찍 태어난 미숙아들도 계속적으로 생존 보고가 되고 있다. 낙태 허용 주수는 신중하게 다시 결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낙태를 산부인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다시 의사 처벌만 강화하여 낙태를 막겠다고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것은 안일한 오판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음성화를 조장하여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낙태를 금지한 국가에서의 중절수술로 인한 모성사망이 많다는 자료는 WHO에서도 심각하게 보고되고 있다. 임신한 10대 청소년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불가피할 수 있으며, 실제로 국내에서 최근 미성년자의 영유아 유기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있다.

또한 낙태가 합법화된 국가에서 불법인 국가보다 오히려 낙태율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은 해당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만 책임을 져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반드시 해결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외면 해 온 우리 사회가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생명 및 생명의 진정한 행복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단을 선택할 여성의 권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준 높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요망된다.

비도덕적이라고 규정하고 처벌을 하겠다고 하여 사회적으로 혼란을 야기한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 건강과 의료 선진화를 위해 조속히 결자해지 하기를 바란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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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1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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