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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지원 졸업과 이후의 과제 <상> 유럽 정치·경제 안정을 위한 사전 포석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9월09일 17시57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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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유럽 채무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가 지난 8월 20일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졸업하였다.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졸업을 위한 그리스와 유로그룹의 합의에는 EU가 약속했던 추가 부채부담경감 조치도 포함되어 2030년대 전반까지 지원금액의 이자지급 면제 및 원금의 상환 부담이 유예된다. 또한 그리스는 향후 2년여의 예비적 재정자금도 확보하고 있어, 당장은 재정자금의 부족에 빠질 우려도 없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리스는 부채의 상환부담을 뒤로 미뤄 놓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리스의 경제여건이 지속적으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부채의 지속 가능성이 의심되면서 국가채무에서 비롯된 재정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높다. 또한 이번 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을 계기로 그리스의 정치정세가 유동화 될 여지도 있어 주목된다.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과 영국의 EU탈퇴 등 복잡한 유럽 정치사정 고려

 

지난 6월 22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는 2015년 여름에 시작된 제3차 그리스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최종 검토의 완료에 필요한 사전조치를 그리스 정부가 모두 마친 것으로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유로그룹은 최종 금융지원의 실행과 금융지원 프로그램 완료시 약속했던 추가 부채부담의 경감조치를 결정하였다. 2010년 여름에 EU와 IMF의 금융지원 아래 들어간 그리스는 약 8년에 걸친 엄격한 재정긴축과 구조개혁의 고통을 견뎌내고  지난 8월 20일자로 국제금융지원 프로그램에서 졸업한다. 앞으로 그리스는 필요한 재정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하면서 크게 늘어난 국가채무상환을 계속하게 된다.

 

이번 그리스 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의 배경에는 우선,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과 영국의 EU탈퇴 등의 복잡한 정치사정 가운데, 그리스 문제가 재연되는 경우 유럽의 정치적 불안정을 부추겨 결국 유럽경제를 혼란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음이 고려되었다. 또한 그동안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에 대처해 온 EU측의 융커 EU집행위원장과 드라기 ECB총재가 2019년 가을에 퇴임하는 것도 이번 유로그룹의 합의를 이끄는 요인이 되었다.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의 대응을 견인해 온 EU지도자들의 입장에서도 임기 중에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정치적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2016년 5월의 합의에 따라 2017년에 실행된 채무부담의 경감조치 이외에, 중기적인 채무부담 경감대책이 마련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2012년 채무 교환시에 발행된 국채에서 약속한 이자지급의 단계적인 인상을 폐지하며, ②ECB가 증권시장프로그램(SMP)을 통해 구입한 그리스 국채의 만기 보유에서 얻을 수 있는 초과수익과 동일한 금액을 그리스 정부에 반환하고, ③유럽금융안정기금(EFSF)에 근거한 그리스 지원 대출이자와 원금의 상환유예를 2032년까지 추가로 10년 연장한다. 그리고 EFSF의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32년에 채무의 지속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고 합의한 GFN의 목표수치 달성에 필요한 경우, 추가적으로 부채의 부담경감조치를 검토할 것을 확인하였다. 이외에도 의외의 사태(경기악화 및 금융시장의 긴장 등)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2016년 5월 합의한 유사시 추가적인 채무의 부담경감 조치를 실행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하였다(아래 <표 1> 참조).

<1> 유로그룹의 그리스 구제금융졸업관련 합의내용

 

세 부 내 용

3차 금융지원 실행

860억 유로 가운데 최종 150억 유로 융자지원, 250억 유로 규모는 미사용(금융기관 재투자 등으로 활용)

2차 금융지원의

채무부담경감

EFSF에서 제공된 969억 유로 채무상당액의 대출상환 및 이자지급의 10년 추가 유예. 채권발행 시 금리상승분 금년 철폐

유럽중앙은행(ECB)의 이익환원

ECB 및 각국 중앙은행이 구입한 그리스 국채에서 생긴 이익은 20226월까지 그리스 정부에 환원

추가적 채권부담 경감 검토

2032년에 추가적인 채무부담 경감대책을 검토하여 시행, 경기 악화로 재정재건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여 추가지원대책도 검토

3차 금융지원이후

감시기능 강화 지속

EU집행위, ECB, IMF, ESM이 매분기마다 그리스 경제동향, 구조개혁 진척상황 등을 감시하여 심사


자료: EU집행위원회 

 

지금까지 EU 등 국제채권단에 의한 그리스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개요는 아래의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다. EU는 지난 6월까지 유로그룹에서 3차에 걸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2,416억 유로를 그리스에 공여하여 왔다. 여기에 IMF가 2차 금융지원까지 321억 유로를 공여하여, 그리스는 모두 2,737억 유로를 지원받았다. IMF는 그리스의 3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IMF는 지난 2015년 7월 13일자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에 대한 향후 30년간 상환유예기간을 두거나 대규모 부채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유로존 국가들의 양보가 없는 한 3차 지원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IMF는 내부규정상 공공부채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 않고, 금융시장복귀를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경우와 구제금융지원규모가 GDP의 15%를 상회하여 채권회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판단(3차 구제금융에 참여시 동 비중이 100% 상회)하는 경우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는다.

 

 

<2> 그리스 금융지원프로그램 개요

 

1차 금융지원

2차 금융지원

3차 금융지원2)

합 계

개시

20105

20123

20158

 

종료

20123

20156

20188

 

지원금액(억 유로)

800

1,447

860

 

실행금액(억 유로)

529

1,418

469

2,4161)

실행주체

EU 각국

EFSF

ESM

 

채무반환잔존기간

32.5

공적채무에서 차지하는

EU로부터의 차입비융

53%

채무의 평균금리

0.999%

1): IMF가 제공한 1차 및 2차 지원액 321억 유로를 합하면 총실행액은 2,737억 유로임.

2): 3차 금융지원실행액은 2018621일까지, 채무평균잔존기간은 20183월까지임.

자료: EU집행위, ESM(유럽안정메커니즘)

  

 

재정건전화를 위한 구조개혁 지속을 향후 채무부담 경감조치에 연동

 

그리스 정부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이후에도 건전한 재정운용을 계속하여 금융시장과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스가 앞으로 헤쳐 나갈 길이 결코 평탄치 않다. 

 

우선 그리스는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지속해야 한다. 2017년에 이자지급비용을 제외한 기초재정수지(프라이머리 밸런스)가 4.2%의 흑자를 달성하였는데, 2022년까지 3.5%의 흑자를 지속하고 2023년부터 2060년까지 평균 2.2%의 흑자목표를 시현해야 한다. 채무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총재정자금의 필요조달액(gross financing needs: GFN)의 대GDP 비율은 당분간 15% 이하를 밑돌고, 그 이후부터는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EU집행위는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그리스 채무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로그룹은 그리스의 이러한 경제·재정 운영목표를 현실적이고 신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그리스는 구제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 이후에도 유로그룹에 의한 지속적인 재정구조의 개혁 모니터링(감시)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지원 프로그램에 의해서 설정된 중요한 구조개혁을 의무적으로 지속해야 되며, 이러한 정책적인 노력은 앞에서 논의한 채무부담경감 조치의 지속적인 실행과 연동된다. 유로그룹은 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이후 그리스 정부와 협의하여 "확장된 감독(모니터링) 절차(enhanced surveillance procedure)"를 발동한다. 이 모니터링 절차에 따라 유로그룹은 지원프로그램 졸업이후의 그리스 경제·재정·금융상황을 점검한다. 분기별 보고를 통해 앞에서 설명한 채무부담 경감조치의 ①항과 ②항의 실행에 대한 지속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졸업 이후에도 유로그룹에 의한 지속적인 재정구조의 개혁 모니터링 받아야

 

3차 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을 위한 최종조치는 다음과 같이 추진된다. 유로그룹 내 각국의 국내절차를 거쳐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이 총 150억 유로의 제3차 지원 프로그램의 마지막 지원을 실행한다. 이 중 55억 유로는 기존의 정부부채의 상환에 충당하기 위해 다른 계정에서 관리되고 나머지 95억 유로는 비상시에 대비한 재정의 여유자금(현금버퍼, cash buffer)을 쌓기 위해 적립된다. 그리고 860억 유로 가운데 250억 유로는 미사용 된다. 그리스 정부가 지금까지 쌓아온 자금과 함께 현금버퍼 총액은 241억 유로에 달한다. 이는 그리스가 8월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졸업한 뒤 22개월 동안 필요 조달액에 해당한다. 금융시장의 긴장 등으로 금융조달환경이 악화되는 경우에도 즉시 재정자금이 고갈될 우려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채무의 지속가능성과 필요한 채무부담 경감조치를 둘러싸고 유로그룹과 의견대립을 보여 온 IMF도 이번 3차 지원프로그램의 완료와 채무부담 경감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IMF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졸업 이후 감시의 틀 속에서 관계를 지속할 계획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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