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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50년, 그 빛과 그림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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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02일 21시02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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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내달 3일로 개청 50주년을 맞이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 것이다. 국세청이 생기기전에도 현재의 국세청의 기능을 하고 있던 재무부 사세국(司稅局)이 있긴 했다. 하지만 당시 재무부의 외청으로 독립적인 정부조직으로서의 국세청이 탄생한 시기가 1966년 3월3일이어서 이때부터 기산하면 올해 3월3일이 50돌이 되는 셈이다. 발족당시의 국세청은 4국 13과, 양조시험소, 지방국세청 4곳, 세무서 77곳, 지서 2곳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국세청의 설립은  해외원조에 의존하던 한국경제가 독자적인 재정수입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미국의 국세청(IRS)같은 기능을 가진 독자적인 징세기관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박정희 대통령이 받아들인 결과였다. 박대통령은 당시 대통령민원비서관이었던 이낙선씨를 초대 국세청장에 임명하고 첫해 세수목표를 700억으로 제시했다. 국세청이 개청되기 바로 직전해인 1965년도의 세수실적이 421억원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67.2%나 더 징수하여야 하는 무리한 목표였다. 지금이나 그때나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은 선거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녹녹치 않았던 상황이었을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청장은 700억원이라는 세수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동차 번호판을 “서울 관 1-700”으로 바꾸어 달고 다닐 만큼 열성을 보였고 결국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탈세가 범죄가 아니고 세상 살아가는 기술로 여기고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내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돌 정도였던 이시기에, 세율인상을 하지 않고도 징수기관의 노력만으로 세수를 증가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초기 국세청은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국세청의 설립이 우리나라의 조세환경에 미친 결정적인 변화는 합리적인 조세징수시스템이 도입되었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국세청은 국세의 안정적확보라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여 한국이 해외원조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립에 도달하게 하는데 지대한 기여를 하였으며, 세수로 인한 경제적 자립은 여러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하고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우는 한국형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결정적 원동력이 되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설립첫해인 1966년에 징수목표 700억원에 징수실적 704억원을 달성했던 국세청이 1980년 4.2조, 1990년 22.6조, 2000년 86.6조, 2010년 166조, 작년에는 208.1조의 징수실적을 시현함으로써 세수 200조 시대를 열었으며 2015년 기준으로 설립초기에 비해 징수액이 무려 2,971배 성장했다.

 

국세청은 개청 이래 1975년 종합소득세 도입, 1976년 부가가치세 도입, 1993년 금융실명제 조기정착지원, 1997년 IMF 구조조정지원, 1997년 국세통합시스템(TIS) 구축, 2002년 홈텍스 시스템 구축, 2005년 현금영수증제도 도입, 2006년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 구축, 2009년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 등을 통한 합리적이고 투명한 세정과 긴박한 경제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발빠른 횡보를 통하여 국가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합리적 조세징수 시스템도입으로 세수를 증대시키고, 결과적으로 해외원조의 의존경제에서 재정자립을 이룩하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지대한 공헌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성실납세를 독려하기 위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정치도구화 되어 권력에 밉보인 납세자가 그 대상이 되는 경우 국세청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지금까지 역대(초대~20대) 국세청장 19명 중 8명의 청장이 비리 등에 연루되어 유죄판결을 받거나, 불명예 퇴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최근 임환수 청장은 2016년 국세청 신년사에서 “세정 핵심가치인 ‘준법과 청렴’이 세정 전 분야에 확고히 뿌리 내려야 하고, 극소수의 일탈로 모든 성과가 일거에 무너지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한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준법과 청렴은 향후 국세청이 국민으로 하여금 신뢰를 받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이다.

 

 이제 50돌을 맞는 우리 국세청은 개청초기에 가졌던 뜨거운 열정으로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지원하고, 지하경제를 포함한 비정상적 탈세에는 총력을 기울여 엄단하는 기관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정부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세무조사라는 수단을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사용하고, 국세공무원 개개인이 청렴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존경받는 국가기관으로서 국세청의 위치는 한층 더 견고해 질 것이다. 이제 50돌 된 국세청의 향후 50년, 아니 100년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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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02일 21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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