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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는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8월29일 05시17분
  • 최종수정 2018년08월29일 09시47분

작성자

  • 조장옥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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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 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화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선언 하였다. 최근의 취업자 증가율의 급격한 감소와 소득분배의 악화라는 통계를 볼 때 생뚱맞은 선언처럼 들린다. 그가 열거한 올바른 방향의 근거는 ①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 근로자의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 등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되었다는 점, ②성장률이 지난 정부보다 나아졌다는 점, ③전반적인 가계소득이 높아졌다는 점, ④올 상반기 수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다음은 조선일보(최규민/이준우 기자)와 한국경제신문(이태훈/김일규/조재길 기자) 등 언론이 반박한 내용이다.  

 

1. 취업자 늘었다고?

인구가 늘고 성장하는 우리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취업자 수는 매년 20만~30만 명은 늘어야 정상이다. 정부도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당초 32만 명으로 잡았다. 그러다 달성이 불가능해지자 목표를 18만 명으로 대폭 줄였는데,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0만 명 안팎을 기록하다가 7월엔 5000명으로 급락했다. 1년 전 증가분(31만3000명)에 비하면 60분의 1 토막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거세던 2010년 1월에 1만 명 감소한 뒤 8년6개월 만의 최악 수준이다. 청와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이유로 들지만, 이를 감안해도 경제 성장 등을 고려하면 월 20만 명 이상은 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 고용률 늘었다고?

고용률이 증가했다는 발언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지난 7월 현재 67%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생산 가능 인구(15~64세)로 나눠서 구하는데, 분모인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취업자 수가 늘지 않아도 고용률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올 들어 고용률은 작년에 비해 계속 낮아지고 있다.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하락으로 돌아섰다. 7월에는 하락 폭이 0.3%포인트까지 커졌다.

 

3. 상용근로자 늘었다고?

문 대통령은 '상용 근로자'가 증가한 것을 현 정부의 성과인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상용 근로자 수와 비율은 2002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또한 상용 근로자에는 1년 이상 계약직도 포함돼 있어 '일자리의 질'이 정말 좋아지고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올 들어 월평균 23만개 사라졌다는 사실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일괄 전환 정책을 펴면서 특히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이 늘어난 영향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더구나 상용직 증가 폭은 연초 30만 명대에서 지난달에는 20만 명대로 확 줄었다.

 

4. 소득 늘었다고?

문 대통령은 가계소득이 증가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전반적인’ 가계소득은 늘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수준별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득 최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7.6% 줄었다. 지난 1분기 8% 감소한 데 이어 또 줄어든 것이다. 하위 20~40%(2분위) 역시 1분기에 4%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도 2.1% 감소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은 형편이 좋은 소득 4분위와 최상위 계층인 5분위의 소득이 각각 4.9%, 10.3% 늘면서 전체 소득 증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가구 종류별 소득 증감도 엇갈린다. 근로자 가구는 1~5분위 소득이 모두 늘었지만 실직자,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근로자 외 가구는 1~3분위 소득이 모두 감소했다.

 

5.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늘었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는 청와대가 그동안 고용의 질 개선의 증거로 줄곧 주장해온 것이다. 청와대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갖고 "최저임금 영향이 고용에 미치는 것은 없다는 증거"라고 강조한다. 이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없다. 그러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빠르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한다면 ‘종업원을 두지 않았던 자영업자가 고용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7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7만2000명 증가할 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0만2000명 감소했다. 6월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7만4000명 증가할 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9만 명 줄었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4월과 5월에 2000명, 7000명 각각 증가했지만 6월과 7월에는 1만5000명, 3만 명 각각 감소했다.

 

6. 지난 정부보다 성장 나아졌다고?

문 대통령은 "성장률도 지난 정부보다 나아졌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해 2016년(2.8%)보다 0.3%포인트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작년 5월 출범한 만큼 작년 성장률을 모두 현 정부 공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작년 3.1% 성장이 오롯이 현 정부 성과라고 해도 지난 정부 성장률보다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힘든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 5년 평균 성장률은 3.2%였다. 박근혜 정부 4년 평균 성장률은 2.95%였고, 2014년에는 3.3%였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9%로 낮췄고, 목표치가 달성되더라도 2년 평균 성장률은 3.0%가 된다.

 

7. 상반기 수출이 사상 최대라고?

상반기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수출의 ‘질’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한 2016년 이후부터 줄곧 증가하는 추세다. 상반기에도 수출액은 총 2967억9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증가율만 놓고 보면 작년 상반기(15.7%)는 물론 작년 전체(15.8%)와 비교해도 절반 이하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의존도가 심해진 것도 문제다.

 

이상은 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통계를 이용한 반박이다.  문 대통령의 뜻밖의 주장을 접하면서 몇 가지 불길한 상념을 지울 수 없다.

 

첫째, 대통령이 통계치를 들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옳지 않고 때로는 위험하다. 대통령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면 되고 통계치를 포함한 나머지 차후 구체적인 사안은 참모나 각료들이 설명해야 한다. 위에서 보듯이 혹시라도 왜곡되었거나 잘못된 통계가 있을 때 그 책임이 대통령에게 직접 돌아가는데 그런 위험을 대통령에게 지우는 것은 참모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렇게 통계까지 들어가며 “우리는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선언한 이상 앞으로 모든 경제적 실정이 결국 오롯이 대통령 책임이 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그 보다 큰 존재이어야만 한다.

 

둘째, 대통령의 위 선언은 앞으로 자기 지지기반만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지금 학계, 업계, 관료 등 전문가 가운데 소위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리라고 보는 인사가 청와대 근처 그리고 청와대가 임명한 국책연구기관의 수장들 이외에 몇이나 되나? 이런 불통이 없다. 미워하면서 닮는다더니 박근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통령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만의 국가원수가 아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함께 해줄 것을 앙청하는 지극히 힘든 자리가 대통령이라는 것을 벌써 잊은 듯하다. 탁현민은 어디로 갔는가? 벌써 국민을 대하는 겸손마저 잊어가는 듯해 씁쓸하다. 아직 3년 8개월 이상이 남아 있지 않은가?

 

셋째, 인사를 무분별하게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의 캠프인사 박기는 차치하더라도 통계청장을 이런 식으로 교체하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신호다. 이제 자기들의 억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통계는 통계청장이 조작했다고 보는 것인가? 그것도 적폐인가? 김형준 교수가 언급했듯이 통계의 조작은 국기문란이다. 국가의 가는 방향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사안이다. 온갖 수사를 동원하면서 임명한 청장을 교체하면서, 그 난리가 난 통계조작을 해서 바친 인사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은 오만의 극치이다. 더욱이 그는 통계를 제대로 다루어 본 경험도 없는 인사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문 대통령의 선언을 보충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라는 것을 하면서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사람이 한 발언은 더욱 가관이다. “만약,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방향으로 회귀하자는 말인가"라고 했다는데 이 무슨 구상유치인가? 그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라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과거보다 나은 무엇을 하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3개의 정책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로 가계의 소득을 높이고, 둘째로 가계의 생계비를 줄여 가처분소득을 높이며, 셋째로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해 실질적인 소득증대효과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정책방향에 대하여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먼저 이와 같은 정책들은 성장을 유인하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정책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만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위의 정책들은 분배정책인데 선진국에 진입할수록 추구해야만 할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독일이나 프랑스의 예에서 보듯이 경제가 잘 굴러가게 한 다음 추구하는 것이 그에 따른 비용이나 고통이 적다는 것을 피력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인상을 소위 소득주도성장의 하나로 추구하였다고 하는데 지나친 인상 때문에 고용과 분배에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나? 결과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추구하는 이러한 정책은 폭력에 다름 아닌 것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로 규제, 노동, 교육개혁을 추구하고 동시 혹은 후순위로 위의 정책들을 추구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무슨 고용과 분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과대 선전하는 것은 지나치다. 혁신성장,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무엇이 다른가? 확 뒤집어엎을 것처럼 말하는데, 김대중 정부로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과거에 그와 같은 시도가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싶다. 특히 공정경제, 좌파가 재벌을 지배하기 위한 속임수라고까지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왜 지나침으로써 경쟁력을 깎아내리고 있나? 고용, 분배 절벽 다음은 경쟁력 절벽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다섯째, 작년보다 대폭 증가한 내년 예산이 발표되었다. 일자리예산을 크게 증가시켰다고 하는데, 그리고 이를 소득주도성장의 일부라고 하는데, 이는 소득주도성장이 아무 내용도 없다는 것을 실증하는 것이다. 정부지출이 팽창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은 경제를 이해하는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에서 재정지출승수가 얼마쯤 되리라고 보는가? 우리의 경제발전 정도를 감안하면 1보다 훨씬 작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기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가 생산가능곡선 가까이에 있다. 따라서 수요관리정책으로 경제를 팽창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공황기 미국의 뉴딜정책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심도 있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더욱 씁쓸한 것은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재정으로 메우려는 것 같다는 의심이다. 정책실패는 그 자체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순리다. 재정으로 때우려 하면, 그것이 버릇이 되고 장기화하면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짝이 난다. 대한민국은 그와 같은 나라가 아니다. 그와 같은 사태가 오기 전에 우리 국민은 스스로 할 일을 너무나 잘 안다.

 

문재인 정부가 제발 성공한 정권이 되어 국민의 칭송을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 같다는 걱정에 밤이 길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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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8년08월29일 09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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