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자만(自慢)의 결과는 아닌가?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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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는 요즈음이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대구 삼척 등 일부지역에서는 최고기온이 사람체온보다 높아 기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급진전을 기대했던 북 비핵화는 혼돈상태이고, 엊그제는 전에 없었던 러시아전폭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이 하루에 네 차례나 있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국을 시험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습게 보는 것인가? 그런 와중에 전 정부의 기부사령부에서 작성한 계엄령관련 문건 때문에 군 조직에도 한바탕 회오리가 일 전망이다.

 

정말 짜증나는 요즈음이다.
일자리 위기는 벌써 다섯 달째 이어지고 있고, 수출증가세도 현저히 줄어드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3%에서 2%대로 하향조정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영애로는 이만저만이 아닌데도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 요즈음의 산업현장이다.
 “폭삭 망해봐야 정신 차리려나?”
선거에 완패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자유한국당을 향한 국민들의 비아냥만은 아니다. 세계경제는 잘 나가는데 우리경제만 뒷걸음질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와중에 지금도 최고수준의 임금을 받는 대기업노조들이 임금을 더 받아내겠다고 파업투쟁으로 더욱 열기를 올리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입에서 그런 탄식이 터져 나올 수밖에.

 

참으로 정말 짜증나는 어제 오늘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4일 새벽 내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했다.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의무지급 되는 주휴(週休)수당까지 합하면 최저임금은 1만30원에 이른다고 한다. 더구나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470월이었던 최저임금이 내년에 8350원으로 29.1%나 오르게 된 것은 상당히 가파른 인상률이 아닌가 싶다.
물론 최저임금을 올려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주는 정책에 대해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기계적인 목표일 수는 없으며 정부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그런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을 우리경제가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은 문 대통령이 수보회의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업 형편이나 정부의 정책방향으로 보아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형국이 아닌가 싶다.

 

이번 내년도 최저임금인상은 몇 가지 면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크다.

 

우선 첫째로는 높은 인상률이다. 지난해 16.4% 인상에 이어 올해도 10.9%로 두 자릿수로 올렸다. 그 근거가 뭔지 그럴듯한 설명도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한 2020년 시급 1만원시대를 달성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행보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발 더 나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제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공약을 못 지키게 된데 대한 사과는 문 대통령의 선택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로 인해 우리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현 정부 경제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이 하반기 경제 운용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을까.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금년 일부 연령층, 업종 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하는 조짐이 보이고, 혁신경제 등을 위한 경제 심리 촉진 측면에서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과정이다. 이번 위원회의 결정은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공익위원 9명과 근로자 위원5명 등 14명이 참석해 의결한 것이다. 사용자위원 전원이 불참한 채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지난 1991년 이후 27년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영세상공인들의 절박한 사정이 있었던 결과다.
 ‘나를 잡아가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최저임금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법을 어기겠다는 것이 숙박, 음식업, 도소매업 등 영세사업자들의 절규였지만 공익위원과 노동자위원은 이를 외면하고 의결을 강행했다. 이러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을 두고 소상공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뒤집힌 운동장‘이라고 표현한다. 일전에 표결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 안건에서 공익위원들이 예외 없이 노동자 편만 들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률로 청년고용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다. 이미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 특히 청년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정부통계가 이미 입증한 바 있다. 거기에 더해 내년에 두 자리 수를 더 인상했으니 이제는 ‘편의점주와 알바생, 즉 ’을(乙)과 을(乙)의 생존게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주력언론들의 걱정이다. 이 게임은 국가적으로 필패를 초래할 뿐이다. 사용자가 지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알바생이 지면 직장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될 게 아닌가?

 

물론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이 최종결정은 아니다. 최저임금법은 8조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장관은 위원회가 심의하여 제출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인정되면 20일 이내에 그 이유를 밝혀 위원회에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나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는 고시된 최저임금안에 대해 고시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 이의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앞서 문대통령의 사과만 보더라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타격받고 고용이 감소하지 않도록 일자리 안정자금뿐 아니라 상가 임대차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조속한 후속 보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근로장려세제 대폭 확대 등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주는 보완 대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당과 정부가 곧 머리를 맞댈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묘안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최저임금인상으로 타격받을 중소영세기업들에게 금융자금이나 재정자금을 지원하거나 조세감면을 하는 등의 지원이 고작일 것이다.

 

최저임금결정과 관련해서 그런 지원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본다.  결정방식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사업자위원들의 전면 보이콧도 업종별 차등화 요구를 거절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지역별, 연령별 차등도 검토해 볼만하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생계비도 크게 다르고 일자리수도 크게 다른데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사용자대표들의 불참 속에 과감하게 두 자릿수로 인상한 것도 그렇고, 기고만장한 여당 원내대표의 삼성전자 관련  발언하며, 영세사업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일방통행 식으로 결정하는 최저임금을 포함한 많은 정책결정들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방선거에서 대승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아닌가 생각해서다. 그렇다면 국민들만 피곤해질 터이니까.

정부여당은 다음 질문에 답해주기 바란다.


“벌써 자만해진 것은 아닌가?”


어찌됐든 짜증은 날이 갈수록 더 할 것 같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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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16 19:09:28 최종수정 2018-07-17 09: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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