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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의 완벽한 성실성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7월10일 17시47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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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일까? 납세자가 세금을 완벽히(?) 성실하게 납부하면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추징세액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세무조사를 하는 과세관청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일까? 비현실적인 가정이기는 하지만 모든 납세자가 완벽한 성실성을 가지고 세금을 납부하게 되면 세무조사는 이 세상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설정은 현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납세자에게 완벽한 성실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납세자에게 완벽한 성실성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이유는 사회심리학의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 될 수 있다. 사회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의 공헌은 태도가 행동을 바꾼다는 일반적 논리에 맞서 행동이 태도를 변화시킨다는 점을 발견하였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행동과 태도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있어서 만약 행동과 태도가 조화가 되지 않으면 조화로운 방향으로 그 태도를 변화시킨다. 인지부조화이론은 패스팅거(Festinger, 1957)에 의하여 주장된 이론으로서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와 반대되는 행동을 할 때 예를 들면, 건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음주를 즐기고,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 그 사람들은 부조화를 느끼지만 항상 행동에 맞추어 대상에 대한 태도를 변경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자기가 원해서 한 행동(행동에 대한 대가가 불충분한 경우)이고, 그 행동이 취소 불가능한 경우에는 사람들은 이미 저질러진 행동에 맞추어 태도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앞의 예에서 건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태도)에 맞는 행동은 건강에 나쁜 술을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술을 먹는 것(행동)은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와 부조화관계에 있다. 조화롭지 못한 행동을 한 애주가는 이러한 행동에 맞추어서 그 태도를 변화시킨다. 즉, 음주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 술이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태도를 변경함으로써 부조화를 줄인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의 예는 새벽시간 건널목에 보행자가 없어서 적신호를 무시하고 건널목을 통과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신호를 지키지 않은 행동에 대하여 보행자가 없는 새벽시간대에도 적색등을 일정시간 켜두어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법규의 비합리성을 문제 삼는 태도로 변경함으로써 부조화 상황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납세자의 경우 어떠한 인지부조화의 사례를 찾아 볼 수 있을까? 일반적인 납세자의 경우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행동을 함에 있어서 세금을 탈루하는 행동을 종종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세금을 성실하게 내려고 하는 태도와 부조화관계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태도 하에서 이루어진 행동은 어떤 논리로 합리화 하여 조화를 이루려고 할까? “아무리 성실한 납세를 하더라도 세무조사단계에서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경우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납세자가 있다면 완벽한 성실(?)보다는 세무조사했을 때 탈루세액이 조금 나와서 빈틈이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라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세금을 탈루하는 행동으로 나타나며 납세자에 있어서 행동이 태도를 변화시키는 인지부조화의 사례로 생각된다.

 

둘째는 세금의 납부와 징수는 전문적인 세법의 영역에 대한 판단과 해석에 의하기 때문에 납세자의 판단과 과세관청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조세불복사건 중 일부는 법문의 일반적인 해석기준에 따라 쉽게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세법에 정통한 전문가들도 그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경우는 납세자의 불성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이처럼 성실하게 납세하려는 태도를 가진 납세자의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완벽한 성실성은 기대하기는 힘들다. 앞에서 설명한 납세자의 인지부조화, 그리고 전문적인 판단의 영역에서 그 해석의 차이로 인한 세액의 차이, 단순한 실수로 인한 것 등이 결과적으로 불성실한 납세자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보기 드물겠지만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가 종료되고 나서도 성실한 납세자의 경우 추징세액이 없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도 세무조사요원의 전문성과 성실성이 의심되지 않는다면, 납세자가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려는 태도는 지금보다 더욱 고양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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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7월10일 17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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