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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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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2월18일 01시26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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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2월 17일자 청와대 공식 사이트의 <청와대뉴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오후 청와대에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기업인, 정부 등 관계자들과 수출 회복 및 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무역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자 2013년 5월 1일 다시 부활한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이번 정부 들어서서 여태껏 아홉 번 열렸으니 매년 세 번 정도 열린 꼴이다. 그러나 그날 회의 내용 어디에서도, 또 담당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의 후속 자료 어디에서도 손에 잡히는 새롭고 생생한 수출회복방안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수출회복 방안뿐만 아니라 심각한 수출 부진에 대한 위기감조차도 읽을 수가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로 수출부진이 심각한 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니 대책 또한 텅 빈 것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출 위기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첫째로, 청와대나 현 정부의 정책철학의 방향은 수출 보다는 내수활성화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 <청와대뉴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내수활성화를 통해 수출이 부진할 때도 견딜 수 있는 경제 체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발전 여지가 큰 스포츠산업, 공유경제, 교육서비스 수출 등 서비스 산업과 농림, 어업 분야를 활용해서 고용과 성장, 수출로 연결해 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 문장을 들여다 보면 수출이 부진할 때 내수활성화로 풀어나가자는 얘기이다. 현 정부의 내수(서비스 산업)중심 경제운용 철학은 이미 오래전에 드러났었다. 2014년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경제혁신3개년 계획의 구상을 밝힌 적이 있는데 그날 발표된 3대 추진계획 중에 하나가 내수활성화였었다.(다른 둘은 비정상의 정상화와 창조경제였음) 물론  “내수활성화를 통해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이루겠다.“라고 하긴 했지만 수출주도형인 한국경제에서 ‘수출과 내수를 균형’하자고 하면 아무리 곰곰 읽어봐도 수출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수에 방점이 찍힌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 울산의 수출은 21.1%가 감소했고, 전라남도도 22.0%가 감소했으며, 경상북도나 대구도 각각 15.5%와 9.2%가 감소했다. 금년에도 현재(2월10일)까지 국가전체 수출도 20.6%나 감소했다. 경제성장의 동력이던 수출이 이젠 한국경제 저성장의 중력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내수활성화를 통해 견딜 수 있는 경제 체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는 말은 수출부진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확실한 증거이다.  

 

재탕, 삼탕의 단골메뉴로는 관심도 끌지 못한다.
둘째로, 아홉 번이나 개최된 무역투자진흥회의의 내용 중에서 대부분의 무역(수출)진흥대책은 재탕 혹은 삼탕으로 새로울 것이 거의 없는 내용이다.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지원’도 2015년의 8차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고,  입지·환경 등 사전 진입규제를 네거티브 방식(금지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미 2013년 2차 회의 때 나왔던 대책이다. 동일한 내용의 반복은 무역투자진흥회의 뿐만 아니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도 이미 드러났던 일이다. 2014년과 2015년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및 국민소득 4만 달러),유라시아 철도, 농업과 문화의 융합, 친환경 에너지타운, 규제개혁과 같은 단골 메뉴의 반복임을 알 수 있다.
 
무역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의 요지는 다섯 가지다 ; 
① 주력수출 품목의 품목·시장 다변화 (수출 감소 최소화),
② 수출유망품목 발굴 (5대 유망소비재(화장품, 의약품, 농수산품, 패션의류, 생활유아),
③ 중소·중견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3천개에서 5천개로 목표 상향),
④ 온라인 수출확대,
⑤ 수출애로 현장해결 ‘수출 카라반(Caravan’실시' 등이다.
 
반도체, 전자, 철강, 조선 등 주력 제조업 고도화 정책이 정답
어디서 본 듯한 데자부(deja-vu)대책들이라 전혀 새로울 것이 없기도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과거에 나온 대책(특히 규제개혁)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도 없고 보다
부족한 점을 보완 ․ 개선하기 위한 후속대책도 없으며, 그동안의 상황변동에 따른 구체적이고 진지한 개선책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수출 부진은 전 세계적 현상’ 이고 또 중국 등 세계 경제 둔화와 유가급락 등 경기적 요인이 작용하므로 수출이 단시일 내 반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정부로써는 뚜렷한 대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생각인지 모르겠다.
 
산업자원부의 평가대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①<기존 주력 제조업 수출
산업의 고도화> 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및 전기전자의  ICT 산업, 철강, 조선,
자동차 및 부품 등 한국경제를 견인해 오던 산업의 경쟁력 상실요인이 무엇인지 파
악하고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산업은 서비스
가 아니라 제조업이다. 수출산업의 고도화는 제조업의 고도화이고, 제조업의 고도화
가 바로 수출산업의 고도화와 같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이미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제조업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 않은가.  제조업 혁신은
사람과 설비의 고도화가 핵심이다. 몇 조 혹은 몇 십 조의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와 함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기업 육성도 중요하다. 그러고 나서 장기적으로 ②민간 신산업 투자 촉진을 통한 새로운 대체 수출 품목 창출이다. 이 모든 것은 제조업혁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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