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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 - 완전 비핵화 보다는 남북 화해에 초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5월01일 09시39분
  • 최종수정 2018년05월03일 08시59분

작성자

  • 국중호
  •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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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한 관계 발전 등을 담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사안의 중대성이 워낙 컸던 지라 일본의 모든 중앙 일간지(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산케이, 닛케이) 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지에서도 그 다음 날인 28일자로 정상회담 관련 기사와 함께 사설을 내 보냈다. 이들 일간지 사설에 나타난 논조를 중심으로, 남북정상회담 또는 그 결과물로 나온 ‘판문점 선언’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은 어떠하였는지를 보기로 하자. (아래의 인용문에는 필자의 편집이 많이 들어가 있다.)

 

아사히:우발사고 방지에 "긍정적", 마이니치: "일본 역할 재차 검토해야"

 

우선, 아사히(朝日) 신문은 남북정상회담을 “평화와 안정의 정착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가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계속 밀고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동 신문은 문 대통령의 2018년 가을 평양 방문에 대해 “남북 정상 간 의사소통은 바람직하고 우발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긍정적인 평가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합의 내용은 “2007년에 나온 남북공동선언으로부터 큰 진전은 없었고, 비핵화도 평화구축의 문제도 남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도 부각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가장 큰 과제였던 핵·미사일 문제보다도 남북 융화(화해)를 우선시킨 인상은 지울 수 없다. 그렇더라도 마침내 싹이 튼 비핵화의 흐름을 결코 멈추어서는 안된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 사회와의 연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이 들어있지 않았던 것은 유감”이라는 지적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재차 검토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를 향해 주문을 던지고 있다.

 

 요미우리:북한 압박 유지가 중요, 산케이:'실질적 진전' 평가는 잘못

 

셋째로, 우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요미우리(読売) 신문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에서 비핵화의 줄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핵 병기를 온존한 채 대화 공세로 제재 압력을 누그러뜨리려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압박 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판문점 선언에 “남북한 간의 철도 연결 등 경제 협력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국제 사회의 북한 포위망에 한국이 구멍을 뚫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한국에 대해 주문을 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에 의한 제재 강화의 효과가 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제는 중국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논의가 나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며 중국경계론을 펴고 있다.

 

넷째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폄하할 때가 많은 산케이(産経) 신문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두 사람(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걷는 등 융화의 연출은 충분히 발휘되었지만, 그것으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던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큰 잘못이다. 만면의 웃음을 띠고 두 사람이 마주하는 모습에는 위화감을 느꼈다.”며 성과를 깎아 내리고 있다. 동 신문은 이에 더해 “한국전쟁의 종전은 한반도의 안전보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므로 일본의 안전보장을 좌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이 국외(局外)에 놓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간섭하면서 일본 역할론을 내비치고 있다.

 

 닛케이: ‘완전한 비핵화’ 명기는 "긍정 평가", 실제행동 수반돼야

 

다섯째로, 닛케이(日経) 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융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가 들어간 것은 일정의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닛케이와 산케이 모두 경제신문이지만, 긍정적 논조의 언급이 없는 산케이 신문과는 달리 닛케이 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 한편 닛케이는 “북한이 남북 융화에 매진하는 배경에는 한국을 돌파구로 국제적인 압력을 완화하려는 속셈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 일간지가 바라보는 남북정상회담의 논조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광역자치단체로서 47 개의 도도부현(都道府県)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이들 모든 지방지가 보도한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지방지가 사설로서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정상 회담을 보도한 모든 지방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임의적 대표성을 고려하여 세 개의 지방지를 택하기로 한다. 대상으로 삼은 세 지방지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東京) 지역의 도쿄 신문,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北海道)의 홋카이도 신문, 가장 남쪽에 위치한 오키나와현(沖縄県)의 류큐(琉球) 신문이다. 이들 세 신문 모두 4.27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사설을 싣고 있다.

먼저 도쿄 신문을 보면 “북한을 대화로 이끈 문 대통령의 노력은 높게 평가하나 ‘핵 포기’ 표현이 없는 판문점 선언은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음으로 홋카이도 신문은 “’완전한 비핵화’를 명기한 의의는 크지만 말(言)만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 주문하고 있다. 한편 류큐 신문은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의 항구 평화 정착을 향한 열의를 느끼게 하였다”고 하면서, 미군(UN군) 기지 주둔이 큰 부담이 되어왔던 오키나와 지역의 입장을 고려한 논조를 펼치고 있다. 한국전쟁의 종결은 UN군과의 전쟁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동 신문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반도가 안정되면 오키나와 주둔 미군기지는 UN군 기지가 아니게 되므로 주둔 가치도 저하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향후 전개를 희망 섞인 논조로 보도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는 긍정,그러나  구체성이 부족

 남북화해에 "일본이 문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상으로부터 일본 각 일간지의 성향이나 색깔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이나 ‘판문점 선언’을 보는 각도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한국에서 일본의 반응을 전할 때 어느 매체를 들어 보도하느냐에 따라 한국으로 전해지는 일본의 반응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산케이 신문의 논조를 전한다면 남북정상회담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것이다. 여기서는 그러한 치우침을 피하기 위해 다섯 종류의 중앙 일간지와 도쿄, 홋카이도, 오키나와 지역의 지방지를 선정하여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을 살펴보았다. 

서로간의 입장이 다른 것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공통성이 짙겠다 싶은 요소를 추출하여 일본의 시각을 전하면 다음과 같다. 즉,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은,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되었다고는 하나 구체성이 부족하였고 남북 융화(화해)가 강조되었다. 일본이 문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시각은 한국 칭찬에 인색한 일본인들의 심리와 함께 일본이 한반도 정세 변화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배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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