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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정계개편 서막?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2월19일 17시30분
  • 최종수정 2018년02월21일 10시22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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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바른미래당이 출범(出帆)했다.

바른미래당은 자유민주주와 공정한 시장경제 그리고 굳건한 안보체계위에서 평화통일을 지향(指向)한다고 밝히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합리적인 중도세력임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중도세력을 규합하는 광장(廣場)이 되고자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출현은 해방이후 시작된 우리 정당정치사에 203번째 등장하는 정당이라고 한다.

많은 정당이 나왔다 사라지곤 했다. 바른미래당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지 아직은 미래가 불확실 하다. 밝은 미래가 보일지 아니면 소리 없이 사라지는 또 하나의 정당이 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바른미래당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바른미래당 출범으로 우리정치판에서 지역구도의 고질적(痼疾的)인 병폐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릴지 주목된다. 바른미래 창당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아직도 우리정치는 지역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많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시도하자 국민의당 내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많은 호남인들이 통합 움직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개심마저 드러내놓곤 했다. 

통합을 찬성하는 의원을 향해서는 다음번에는 표를 안주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표출하곤 했다. 

 

이런 반발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간단하게 말한다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한 뒤 결국 자유한국당과 손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실은 그렇게 확신하는 사람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바른정당은 TK출신의 유승민 대표가 만든 정당이라는 것이고 보수인데 결국은 자유한국당으로 뭉치게 될 것 아니냐는 생각일 게다.

 

이 같은 생각의 저변에는 우리정치의 틀이 지역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뒤돌아보면 우리정치판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동서(東西)로 확연히 구분되어 동(東)은 보수 서(西)는 진보로 확실한 구획정리가 되어버리곤 했다. 우리정치에서는 정치이념(政治理念)마저 지역으로 갈라졌다는 한탄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지역 구도를 깨보자는 변화의 시도는, 비록 음습(陰濕)한 계획이었는지 몰라도, 이미 있었다. 노태우 정권당시 정권실세였던 박철언씨는 여소야대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같은 영남세력인 YS보다는 호남세력인 DJ와의 연합을 더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J와 손을 잡는 것은 진정한 영호남(嶺湖南) 화합으로 치장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리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DJ는 호남이 용납지 않을 것임을 알고 거부했고 여소야대를 벗어나기 위해 노태우정권은 YS, JP와  3당 합당을 이루었다.

 

결과적으로 호남을 고립시켰던 이 3당합당도 이제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호남세력과 영남세력 특히 TK세력과의 대결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국민의당 일부 인사들만 우리정치가 지역구도에서 탈피하자며 통합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호남이 이제는 호남에서 벗어나자, 왜 고립을 자초하느냐며 더 큰 물로 가자고 목소리를 냈지만 더 이상 세(勢)가 확산되지는 못했다. 

 

부산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은 진보성향이고 더구나 정권출범이후 호남에 대한 소외감을 지워주고 있어 호남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TK중심의 보수세력에 대해서는 호남이 아직은 미더워하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이같은 호남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펴고 호남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가  지역과 이념을 통합하는 진정한 통합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 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출현은 또 이것이 본격적인 정계개편의 서막이라는 점에서도 관심거리다. 

 

바른미래당 창당과 함께 국민의당에서 통합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민주평화당을 창당한다.

우선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올 지방선거에 제3, 제4당으로 참여한다 할지라도 과연 언제까지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으로 존속될지 알 수가 없다. 

 

바른미래나 민주평화당 어느 당이든 비록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할지라도 정치적 상황은 정계개편의 급물살로 뒤덮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 선거는 총선과 대권이 걸린 선거판이 예정돼 있다. 우리 정치에서 선거는 1등만 알아줄 뿐 2등은 의미가 없다.

 

이렇다 보니 다당제는 우리정치판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당제가 되려면 우선 선거구제가 바뀌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등 여러 당이 함께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바른미래당 등이 다당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해도 제1당과 제2당이 받아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는 내편 아니면 적인데 내편도 아니고 적도 아닌 이런 구도를 만들 장치를 선뜻 받아줄 리가 없을 것이다. 1, 2당은 자기 세력 확산에 더 공을 들일 것이다.

 

정계개편의 물꼬는 민주평화당이 트지 않을까 싶다. 지금 민주평화당의 형국의 예전의 자민련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자민련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과거 자민련은 JP중심의 충청세력이 결집했다. 지금은 민주평화당에 JP같이 결집력을 발휘할 인물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지금 호남은 문재인 정권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평화당은  결국은 민주당과 손을 잡을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먼저 나온다.

문재인이 싫다고 나왔지만 결국 갈 곳은 민주당의 품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바른미래당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바른미래당은 다당제를 우리정치에 구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다당제를 구축하려면 먼저 선거구제가 바꾸어져야할 것이다. 1등만 뽑는 소선거구제로는 다당제 실현이 어렵다. 더구나 지역정서로 선거에 임하는 우리정치 현실에서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지 않으면 다당제는 불가능 하다. 바른미래당이 다당제를 구현하려면 선거구제 개편이 필수이고 이 같은 작업은 결국 바른미래당의 정치적 수완에 달렸다.

 

설혹 바른미래당이 수완을 발휘해 다당제 구도를 만든다 할지라도 내각제로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다당제 구도는 다음 대선 이전에 또 다시 무너지고 말 것이다.대권을 앞두고는 우리 정치판은 결국 합종연횡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합종연횡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세력에 흡수당하는 모양이 될지 관심거리이고 바른비래당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는 바른미래당의 능력에 달려있다. 

 

정계 개편의 움직임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심의 흐름이 표로 확인한 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심의 모이는 곳으로 정치세력이 재편되는 흐름을 탈 것은 불문가지다. 시간과 속도의 문제일 뿐 정계개편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여 진다.

 

우리정치의 현실은 이념과 내거는 Catch Phrase는 겉치장에 불과하다. 어떻게 하면 권력을 잡을 수 있을까가 정치권의 속내이고 보면 분명한 것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정치권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큰 그림의 정계개편의 물줄기가 우리정치판에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의 출범이 이 같은 정계개편의 서막을 연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 등 거대 정당을 허물어버릴지 아니면 흡수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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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8년02월21일 10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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