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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을 고용주도성장으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2월11일 16시06분
  • 최종수정 2018년02월13일 12시24분

작성자

  • 김원식
  •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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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기준 청년실업율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인 8.6%이고, 체감실업률은 21.4%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이고 있고,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고용주들이 직접 맡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더 열악해지고 있다.  

 

일본은 작년 실업율이 1994년 이후 최저인 2.8%로 거의 완전고용상태이다. 그리고 인력구하기가 힘들어서 정규직 고용이 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실업률은 17년만에 최저인 4.1%인데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경제 상황은 글로벌 경제와 완전히 역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일 수밖에 없지만,  2015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55세에서 60세로의 정년 연장이 작년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되면서 기업들은 청년들을 더 고용할 자리가 없다. 분기별로 볼 때 작년의 전년대비 취업자 수는 55세이상 59세는 모두 증가, 25세이상 29세는 모두 감소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적어도 향후 3-4년간 지속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실업의 함정”에 빠져있다. 

 

이러한 현상에 불을 붙인 것은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이나 생산성 증가율의 반영 없이 16.4%를 벼락 인상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계속 인상하겠다는 흔들리지 않는 대선 공약이다. 

 

잘 나가는 ICT 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이미 거의 모든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었을 터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의 부담은 영세자영업자나 고전 중인 중소 전통산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개인 간 뿐 아니라 기업 간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저임 근로자들에게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구실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동화나 무인화를 통하여 자본집약도만 높일 것이다. 산업용 로봇의 도입 실적을 나타내는 종업원 1만명 당 로봇 대수를 나타내는 로봇밀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531대로 세계 최고이고 2위인 싱가포르(398대) 3위인 일본(305대)과도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의 대상이 되지 않고 살아남은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협상력만 강화시킬 것이다. 우선 대폭적 임금인상 요구의 명분이 된다. 해고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그들은 적어도 최저임금 인상분 만큼 임금인상을 더 요구할 것이다. 자신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의  고용 감소도 그들에게는 호재다. 고용이 감소하면 임금총액을 더 적은 정규직 근로자가 나눌 수 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니 굳이 강력한 임금투쟁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돌아올 것도 많게 된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하여 어느 나라에서도 도입하지 않은 중소기업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의 예산을 편성하였다. 그러나 이를 받기 위해서는 30인 이하 기업이어야 하고 사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등 억지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참여율은 1월말 현재 1.5%로 공무원들이 직접 신청을 독려하려 시장에 돌아다녀야 하는 상태이다.  

영세기업들이 자선사업체도 아니고 경기가 시장경제가 최악이어서 매출도 없는데 사실상 고용을 강요하는 것은 억지춘향이고 또 다른 규제이다. 공무원인력의 낭비이고 또 다른 형태의 예산 낭비이기도 하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기업에게 단순히 임금인상의 부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한 5대 사회보험료 부담도 늘어나고, 퇴직연금 부담도 더 늘어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부제도가 부과하는 준조세의 부담을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근로자들 역시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시장물가가 상승되면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사실상 얻을 것이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시장의 최후 보루인 고용보험의 위기다. 실업자가 이미 큰 폭으로 증가해서 대량 실업급여 수급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 초부터 고용보험의 소득대체율을 50%에서 60%로 기간은 3-8개월에서 4-9개월로 1개월 연장했다. 이는 당장 실업급여의 지출을 더 크게 늘일 뿐 아니라 실업급여의 수급을 위한 위장 비자발적 실업을 더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업급여는 어떤 사회보험 보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제도의 하나다. 일정기간 수급자격을 유지하고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는다. 경기가 나쁠수록 이러한 수급자는 더 늘어난다.  또 다른 문제는 장기실업자가 더 늘어나서 실업의 질까지 떨어지게 된다.  

 

실업급여 보험료율도 1.3%에서 1.6%로 0.3%포인트 높였다. 이는 실제로 보험료율을 약 25%나 인상하는 것이다. 기업들에게 최저임금 상승률 이상의 부담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근로자들도 부담하는 것이어서 재직 근로자들이 실업자를 보조하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고용을 늘이려 해도 효과가 상반된 제도들의 엉뚱한 결합으로 인하여 고용은 늘어날 수 없다. 

이제 정부는 완전히 꼬여진 노동시장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우선, 지난 정부의 미완인 60세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하여 성과급을 더 적극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고령근로자들의 파이를 청년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하면서 고용이 늘어난다. 우리 능력있는 청년들의 성과를 대기업 정규직 고령근로자들이 착취해서는 안 된다.  

 

둘째, 최저임금의 거시적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 이는 당장 고용을 늘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업들에게 정부의 노동시장 간섭을 최소화시키는 시그널을 준다. 이는 글로벌 호황이 지속되는 현재 상황에서 고용과 투자의 증대를 한 번 더 생각하고 실행하게 할 것이다.

 

셋째,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생산성에 비아혀 임금이 낮은 근로자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최저임금의 실질 가치는 거의 물가상승으로 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소득 근로자의 보호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EITC의 강화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연방은행의 금융정책은 시장금리가 아니라 실업률이 대표적 지표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을 역대 최저수준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언급된 일본이나 영국 등 세계 각국의 공통된 현상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민간부문의 고용주도성장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 이 글은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한 이유들”,이라는 주제로  지난 1월19일자 매일경제에 실린 필자의 글을 토대로 보완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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