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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 모두 워치독(WATCHDOG)이 되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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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2월06일 16시38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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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술(戊戌)년은 60년 만에 맞는 황금개띠의 해다. 새해마다 역술가들은 12간지 속 동물들의 성질과 이미지를 대입해 한해를 점치는데 올해는 특히 황금개가 상징하는 풍요와 번영의 시간이 될거라는 거다. 개는 영리함과 충성심 친화력으로 인간과 역사를 같이해온 가장 가까운 가축이다. 그래서 일까, 개는 권력과 연계된 비속의 의미로도 빠지지 않는다. 권력의 개(走拘),권력의 앞잡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정치권력들의 진흙탕싸움(泥田鬪拘),권력으로부터 버려지기(兎死拘烹) 등 익숙한 사자성어 속에도 개(拘)를 만난다. 앞선 정권에서 우리는 이 불행의 상징어들을 목격했다.

 

이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새해 우리는 모두가 워치독, 권력의 감시견이 돼야한다. 흔히 말하듯 언론에만 부여된 의무가 아니다. SNS의 시대, 언중을 넘어 시민모두가 언론이 되는 세상이다. 권력에 대한 경계만이 아니다. 3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비상한 상황, 한반도 정세가 가장 위험해질 수도 있는 환경에 눈을 부릅떠야한다.

 

평창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엄동설한 인가 했는데 남북한은 해빙 중이다. 김정은의 최측근 현송월이 왔다가고 여자하키 남북단일팀이 성사됐다. 스포츠는 정치임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평양올림픽이냐’의 논란이 크지만 16일간의 열전 속에 우리는 젊은 영웅들이 만들어 내는 인간승리와 감동의 드라마에 환호할 것이다. 정치를 뛰어넘는 높은 가치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성취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고귀한 향연이 대한민국에서 펼쳐졌음에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문제는 평창 이후다. 올림픽 개막 전날 북한이 수만 명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벌이고, 미국이 군사옵션에 대비한 전진배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불길한 전조들이다. 트럼프 정부 첫 주한대사로 아그레망까지 받은 빅터차 내정자가 군사적 해법을 우선하자는 백악관의 강경파에 밀려 올림픽 직전 임명이 취소된 것은 ‘미국은 정녕 전쟁을 하자는 건가’의 불안감을 더 해 준다.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고 이후도 남북대화를 이어가서 이를 북미대화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문재인 플랜은 결국 북한 김정은의 향후 전략과 추가 도발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전 세계는 평창보다 그 이후를 주시하고 있다.

 

올림픽이후 국내는 지방선거 모드로 급속히 선회할 것이다. 지방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다. 집권당은 평창효과의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고, 자유한국당은 ‘평양올림픽 프레임’으로 차단벽을 칠 것이다. 이 싸움에서 주목되는 표심은 2030들이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정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최저치로 끌어내린 젊은이들이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호주 오픈 4강에 오른 20대 청년 정현 선수에 열광한 이들은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감시하는 새로운 워치독으로  등장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그 반사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는 또 다른 관점이다. 홍준표 체제를 굳힌 제1야당은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의 야성을 되찾아 지방선거와 개헌에 임하자는 결기를 다지지만 우선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위험신호만을 남발하는 양치기소년을 넘어서는 일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도를 내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움직임은 향후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중대변수가 될 수 있다.영호남의 결합,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만남이 국민적 기대수준에 이른다면 이를 환영할 중간층이 많다고 본다. 

 현 정권의 노선과 정책혼선들에 실망한 무당파와 진정 갈 곳을 찾는 보수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중도통합이 찻잔속의 태풍이 아니라 무시 못 할 동력으로 나비효과를 낼 수도 있다. 문제는 통합논의가 상당히 진척된 지금까지도 왜 통합을 하려는 지, 어떤 통합인지, 안철수 유승민대표는 어떤 역할을 하려는 것인지 , 국민들에게 진정성과 미더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정계개편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개헌문제야 말로 올해의 핵심어가 될 것이다. 30년을 이어온 87년체제와 국민의 삶을 바꿀 대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 강화와 국민주권 확대와 함께 권력구도 개편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길이다. 권력독점으로 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불행한 역사, 앞뒤 권력이 충돌하고 국민이 갈등하는 소모적 정치사를 끝내야한다는 국민적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개헌은 국민이 직접 참여해 나라의 틀을 바꾸는 일이다. 정권이, 정치권이 유불리를 앞세워 내몰기를 하거나 머뭇거린다면 국민을 크게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고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한 나라는 워치독의 기능과 역할을 최고수준으로 가동해야할 부분이다. 촛불혁명이후에도 우리는 이게 안전한 나라냐를 묻고 있다. 인천,포항,제천,이대목동,밀양..전국 곳곳에서 이어지는 사고들은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고가 나고 사후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그럼에도 똑같은 문제로 사고가 재발하고….

 뼈아픈 교훈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늘 그곳에 멈춰있다는 절망적 자조만을 가질 뿐이다. 입법화에 손을 놓고 있다가 불난 집에 가서도 네 탓 공방만을 하는 정치권을 보면 이게 올림픽을 개회하는 나라수준인가, 국민들은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안전은 ‘내 탓이요’를 외칠 때 만 담보될 수 있다. 국민 개개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공공선(公共善),공동체 연대를 위한 시민의식이 앞서야 한다. 소방도로를 점거한 불법주차를 나부터 하지 말고, 생명의 길을 터주는 착한 사마리안이 많아져야 이 나라는 안전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2년차에 접어들었다. 중요한 변곡점이다. 이 단계를 조심해야할 이유는 역대정권들이 웅변해주고 있다. 허니문이 끝나고 정권에 대한 평가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최근 들어 견고했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이제 다른 시선으로 다른 기준으로 정권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들은 이제 영수증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국가경영을 잘 해달라고 시민들이 청구한대로 국정을 집행하고 있나를 검증하고 평가할 것이다. 새해 국가경제와 집안 살림이 나아지기를 국민들은 소망한다. 사람중심경제,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재벌개혁,성 장율….모든 항목에서 ‘스튜핏(stupid)!’소리를 들으면 모든 걸 잃는 것이다. 경제에서 ‘그레잇(great)!’점수를 받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걱정하는 소리가 더 크다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집권 2년차는 유혹의 계절이다. 무엇보다 기생(奇生)권력들의 속삭임을 집권세력 스스로가 경계해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이상으로 권력을 키우고, 권력을 사유화하고 농단한 세력들이 박근혜 정권 2년차부터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결국 대통령 탄핵과 정권붕괴로 이어졌음을 목격했다. 권력의 누수와 감시의 사각지대, 인의장막에 대해 우리 모두가 파수꾼이 돼야한다. 이것이 국가의 불행을 막는 일이다. 

2018년 새해 국민은 행복해야 한다. 헌법상 국민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실현할 책임이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국민은 올해 더 안전해야 하고 더 잘 살아야 한다. 황금개의 해 올해는 대한민국의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만만찮은 위기들을 극복해 기회로 만들면 말이다. 이를 위해 권력의 무릎위에 올라타 귀여움 떠는 랩독(lapdog), 도둑이 나타났는데도 눈을 감는 슬리핑독(sleepingdog)들을 밀어내야 한다. 우리 모두 워치독(watchdog)이 되자.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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