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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확장국면 후반에 있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1월31일 17시26분
  • 최종수정 2018년02월02일 13시53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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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올해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 확장국면 지속 여부이다. 올해 어느 시점에서 경기 정점이 나타난다면, 이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2009년 7월부터 102개월 경기 확장국면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확장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 1월까지 경기 확장이 102개월 지속되고 있는 셈인데, 1945년 이후 11번의 경기순환 중 평균 확장 기간인 58개월(1854년 이후 33번의 순환에서는 38개월)을 훨씬 넘어섰다.(<그림 1> 참조) 

 

미국의 경기 확장국면이 이보다 긴 경우는 경기순환 역사상 두 번 있었다. 1961년 2월에서 1969년 12월까지 106개월 동안 확장국면이 지속되었는데, 당시 베트남 전쟁에 따른 수요 증가가 경기 확장을 지속시킨 주 요인 중 하나였다. 그 다음에 정보통신혁명 영향으로 120개월(1991.3~2001.3) 미국 경기가 확장국면을 보였다.

 

현재 미국의 소비, 투자,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앞으로도 몇 개월 확장국면이 더 지속되어, 이번 확장국면이 베트남 전쟁 때의 106개월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기 확장국면의 동인이 점차 약화되면서 120개월을 초과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수요 증가

미국 경제가 이처럼 오랫동안 회복세를 이어가는 것은 우선 정책 당국의 과감한 재정과 통화정책 운용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부실해진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미국 경제는 2008~2009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침체 상태에 빠졌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적자 재정을 편성했다. 2009년 미국의 재정적자가 GDP대비 9.8%였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런 재정정책이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했으나, 그 과정에서 정부가 부실해졌다. 연방정부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2분기 68%에서 2016년 4분기에는 106%(2017년 3분기 104%)까지 급등했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 정책과 더불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금융위기 전 5.00~5.25%에서 0~0.25%로 인하했고, 이도 모자라 세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다. 이에 따라 2007년 말 8,372억 달러였던 본원통화가 양적 완화를 종료한 2014년 10월에는 4조 15억 달러로 4.8배나 늘었다.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에 666까지 떨어졌던 주가(S&P500)가 지난해 말에는 2674까지 4배나 상승했다. 또한 집값(20대 도시 기준)도 2012년 4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10월까지 49% 상승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이 기간 동안 80%나 급등했다. 이러한 자산가격의 상승은 부의 효과를 통해 소비 증가에 상당히 기여했다.

 

유가 하락도 경기 확장에 기여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의 총수요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경제성장률이 올라갔다. 이와 더불어 공급 측면에서 유가 하락이 생산비용을 낮춰, 미국의 총공급 곡선을 역시 오른 쪽으로 이동시켰고, 이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물가안정을 초래했다.

 

2008년에 배럴당 105달러(연평균)였던 유가가 2009년에는 62달러로 41%나 폭락했다. 그 이후에도 유가 안정추세가 지속되었고, 2016년에는 43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유가 하락이 시차를 두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가(WTI) 변동률,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3변수로 구성된 벡터자기회귀모형(VAR model)을 구성하고 충격반응함수를 구해보면, 유가는 경제성장과 물가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10% 하락했을 때, 그 해와 다음 해 경제성장률이 각각 0.05% 포인트, 0.16% 포인트씩 올라가는 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유가가 하락한 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4% 포인트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도 확장국면을 연장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수요를 부양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고, 그 공약을 부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개인의 소득세율 구간을 7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 하고, 최고 소득세율을 39.6%에서 37%(선거공약에서는 33%)로 인하했다. 가처분 소득 증가를 통해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를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정책이 법인세율 인하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때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해 미 상하원에서 그보다 높은 21%로 통과되었지만,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이익 증가와 더불어 투자 여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또한 법인세 인하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이는 부의 효과로 소비 증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

그러나 앞서 살펴본 세 가지 경기확장 요인이 이제 약화되고 있다. 우선 정부 부채가 GDP의 100%가 넘을 정도로 정부가 부실해졌기 때문에 재정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 미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고 양적 축소를 단행하는 등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다. 그 동안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에 금리를 천천히 인상하는 등 정상화 속도가 느렸다. 

 

물가가 불안해지면 금리 인상은 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미 연준이 3조 달러가 넘는 돈을 찍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GDP가 잠재 수준보다 낮아 초과공급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제 GDP가 잠재 GDP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제 미국경제에 초과 수요가 존재하고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진 것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의 목표는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다. 고용은 이미 충분히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는 2년 동안 비농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870만개 사라졌으나, 2010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일자리가 1765만개나 생겼다. 2009년에 10%까지 올라갔던 실업률도 최근에는 거의 완전고용 수준인 4.1%로 떨어졌다. 올해 미국 경제가 2.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실제 GDP가 잠재 GDP를 1% 이상 초과하고 물가가 오를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면 연준은 금리를 더 빠르게 인상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유가 상승도 경기에 부정적 영향

2009년 이후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이 미국 경제의 총공급 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켜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유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유가(WTI)가 배럴당 58달러로 2016년(43달러)보다 18% 상승했다. 만약 올해 유가가 현 수준(63달러)을 유지한다면, 2017년 평균보다 24%나 오르게 된다. 

 

그 동안 유가가 하락으로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은 낮아졌다. 그러나 이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반대로 시차를 두고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올라갈 것이다. 특히 물가의 유가 반응 속도는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유가와 물가의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물가는 유가에 1분기 후행(1990년 1분기~2017년 3분기 통계로 분석해보면 상관계수는 0.59였다)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 GDP가 잠재 GDP를 넘어서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났는데, 이제 공급 측면서도 물가 상승 요인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 경기 둔화 예고

미국의 경기 확장국면이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은 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이가 미래의 경기를 내다보는데 하나의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 10년과 2년 국채수익률 차이가 경기 전망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통계를 대상으로 분석해보면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제성장률에 8분기 정도 선행(상관계수 0.46)했다. (산업생산 증가율에도 28개월 선행했다) 2013년 12월을 정점(2.56% 포인트)으로 장단기 금리차이가 하락세로 전환했고, 지난 해 12월에는 이 차이가 0.56% 포인트로 더 떨어졌다. 

 

2006년 하반기에서 2007년 상반기 사이에 장단기 금리차이가 마이너스(-)로 추락했고, 2008년 미국 경제에 위기가 왔다. 현재 장단기 금리차이가 축소되고 있지만, 마이너스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미국 경제가 경기 확장국면 후반에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을 서서히 대비할 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과 통화 정책이라는 무기를 다 써버렸다. 당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 경제가 9% 넘는 고성장을 하면서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제 중국도 투자 중심의 고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한번은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미국 경기 확장국면이 끝나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2008년 위기 때보다 더 큰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림 1> 과거 경기순환으로 본 미국 경기확장국면 지속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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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NBER

 

<그림 2> 장단기 금리차이 축소는 경기 둔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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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Bloomberg, F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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