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에 ‘신속하고 단호한 규제’가 올바른 길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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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수저’ 탈출 노린 투기장이라면 더욱 큰 문제, 지금이 결단의 시점 

 

 

지금 세계 도처에서 IT 기술인들, 금융 경제 학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일반인들까지 모두 나서서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그 논란의 한 가운데에 공교롭게도 ‘동방의 조용한 나라’ 한국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규제’ 방침을 발표하자 마자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는 주무 부처가 ‘규제’ 방침을 내놓고 나서 곧바로 다른 부처가 ‘아직 결정된 게 아니다’ 라고 부인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일고 있으니,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좀처럼 종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이없게도 이렇게 중차대한 정책안을 사전에 관련 부처들 간에 상호 의견 조정도 하지 않고 불쑥 발표했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지경이다. 

 

비공식 보도이나, 얼마 전 까지 중국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던 중국이 작년에 가상화폐 거래를 거의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풍선 효과로, 행(幸)인지 불행(不幸)인지, 어느새 우리나라가 가상화폐와 관련한 글로벌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우리 정부가 자칫 섣부르게 대응하기라도 하면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파탄의 진원지라는 오명과 지탄을 면키 어려울 상황이 될지도 모를 절박한 형편이 되어버렸다. 

 

■ 버블 형성의 본질은 “테마(theme)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우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다른 나라들이 자국 경제에 내연하던 ‘버블’을 방치한 탓에 ‘위기(crisis)’가 발생하고, 급기야 글로벌 규모로 확산되어 엄청난 상처를 안겨준 악몽을 몇 차례나 겪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IMF 위기라고 불리는 ‘아시아 금융위기’ 때 그랬고, 美 서브프라임發 ‘글로벌 경제 위기’ 때도 그랬다. 

 

어느 경제학자는 한 경제 내에 ‘버블’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 중에, 투자 대상 자산의 ‘테마(theme)’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든다. 이에 아주 적합한 예가 2000년대 중반 ‘American Dreamer’들 간에 만연했던 주택 구입 광풍을 타고 일어난 주택 호황을 배경으로 생성된 ‘버블’이 붕괴하면서 벌어진 서브프라임發 위기다. 

 

당시,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신용이 저열(低劣)한 차주들에게 ‘묻지 마’ 식으로 융자해 준 대출채권을 기초로 ABS니, CDO니, MBS니 하는 당시에는 귀에 생소한 이름의 구조화 금융 상품을 만들어 전세계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것이 위기의 토양을 조성했던 것이다. 뒤늦게 많은 금융 전문자들조차 이들 구조화 상품들에 내재된 리스크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어처구니 없는 고백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소위 전문가라는 유식자들 중에도 사람마다 견해가 양 극단으로 갈리기도 하고, 각종 이설(異說)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얼마 전 가상화폐 거래용 플랫폼을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세계 최대 투자은행 Goldman Sachs가 최근 가상화폐 버블을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이 은행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상화폐 버블이 17세기 ‘튤립 버블(Tulip Mania)’이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dot.com bubble)’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 ‘비트코인’과 ‘블록체인(Blockchain)’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수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이라고?』 일반인들에게는 도무지 헷갈리는 질문이다. 우선, 가상화폐라는 개념은 사실 온라인 상의 판타지(fantasy) 게임에서는 오래 전부터 운용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없는 안전한 ‘디지털 화폐’에 관심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이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비트코인 고안자는 ‘화폐’가 가진 핵심 문제인 ‘위조 방지’와 다른 디지털 화폐가 가졌던 특징적 장애 문제인 보유자들의 이중(二重) 사용을 방지하는 방안도 찾아냈다. 

 

이러한 여러 난관들을 돌파한 IT 기술이 바로 온 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분권화된 ‘분산 기장(distributed ledgers)’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이다. 즉,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거래 당사자들이 익명으로, 각자 보유하는 단말기에, 같은 거래 내역을, 분산 기록하고 유지하는 ‘공공적 장부(public ledger)’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관점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가 ‘이심 동체’여서 가상화폐를 억제하면 과연 블록체인 기술이 소멸될 것이냐, 하는 주장의 타당성 여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화폐와는 전혀 무관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발전시키려는 노력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는 분야가 역설적이게도 은행들을 포함한 금융 분야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세계 100여개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자금 거래를 추적할 ‘분산 원장’ 시스템으로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R3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협동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통, 농산품 이력 관리, 제조업 생산 · 재고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방안을 연구 중이고, 일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지난 10년 동안 해커들이 주요 가상화폐 시장에서 약 12억 달러 상당을 절취했다고 전한다. 해당 시장의 약 14%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게다가, 가상화폐가 분화(fork)되는 과정에서 다른 기술 형태로 변형되고, 각자 고유의 결함을 갖게 되어 해커들의 공격을 당하면 가히 파멸적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블록체인 생태계가 ‘보안(security)’ 측면에서 다른 소프트웨어보다 월등히 수월하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아, ‘초(超) 안전(super-secure)’ 기술은 못된다는 의구심도 든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금 백열(白熱)처럼 달아오르는 가상화폐 시장 투자자들은 이렇게 높은 기술적 위험성을 감안하거나 적절한 보호 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질주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반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둘을 일체화해서 볼 필요도 없고,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보다 광범한 영역에 범용적으로 응용할 기술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즉,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만 작동한다고 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반사회적 폐해 잠재성이 체화(體化)되어 있고 내재적 가치도 불명한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실질적 근거가 희박해질 수도 있다. 

 

■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고 ‘화폐’가 될 수도 없다 

가상화폐의 시조(始祖)격인 ‘비트코인’이 세상에 출현한 것이 2006년 중 어느 때라고 하니 그 탄생의 역사는 금년 들어 1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 후, 가상화폐의 정체 및 본질적 가치에 대한 설왕설래가 분분하나, 아직까지 일치된 정의(定義)가 도출되거나 확실한 정체가 드러난 것이 거의 없이 많은 것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거나 불확실한 상태 그대로다. 

 

그런 중에,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정부, 중앙은행, 은행 등의 개입을 배제한 ‘가상화폐’가, 현존하는 각국 고유의 화폐를 대체하여 글로벌 단일 통화로써 위치가 정립된다는 것이다.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과 분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포퓰리즘 현상 같이도 느껴진다. 

 

그러나, ‘화폐(currency)’란 우리들이 일상에 너무나 흔히 사용하다 보니 그 정체를 알아 볼 여유도 없이 통용하고 있으나, 그게 어느 개인이나 일국의 정부가 간단히 고안해내고, 만들어서 전파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경제 발전 역사와 함께 꾸준히 진화되어 온 산물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화폐 자체에 대한 신뢰성, 가치의 안정성 등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들이 대단히 많다. 

 

한편, 가상화폐 옹호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에 두 가지 핵심적 특징을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중개 기관들의 개입 없이 P2P(Peer-to-Peer)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중앙은행들의 무절제한 화폐 남발(濫發)을 방지한다는 등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실은, 이 두가지 특징은 모두 ‘물리적 현금’과 유사한 것이다. 그러나, 크게 다른 점은 ‘현금’은 정부의 채무(liability)인 데 비해 비토코인은 누구의 채무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점이 치명적 단점이다. 즉, 가치가 제로(0)로 떨어지는 것을 억지할 주체가 없다. 

 

우선, 익명성 거래 측면을 보면 각국 정부는 탈세, 자금 세탁, 불법 자금 유출 등 불법 행위 등을 찾기 위해 부단히 금융 거래를 추적하고 있으나, 이에 반하는 점이 비트코인이 가지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또한, 중앙은행이 아닌 개인이 발행하는 화폐라는 측면을 보면, 세상에 어느 정부도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그들이 향유하는 ‘통화발행익(Seignorage)을 민간 주체에 넘겨주는 데 선뜻 동의할 리가 만무하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일국의 경제 운용을 책임진 정부가 자국 고유의 화폐를 통한 ‘통화정책’ 수단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다. 

 

이에 더해, 가상화폐가 ‘화폐’로 수용되는 게 불가능한 이유로 가장 핵심적인 것이 ‘가치의 급격한 변동성’ 혹은 ‘안정성 결핍’이다. 천하에 어떤 담대한 주체가 자기 자산의 장래의 경제 가치를 감안한다면, 한 순간에 수 십 %씩 가치가 변동하기도 하는 ‘화폐’를 표시통화로 삼아 안심하고 교환 계약을 맺을 수가 있을 것인가? 

 

결국, 우리가 지금 논란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가상화폐들 중 어느 것도 아직은 화폐의 기본 조건을 충족시킬 요건들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부정적인 폐해들만 잇따라 드러나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즉, 가상화폐란 본질적으로 ‘도박(gamble)’ 원리와 유사한 ‘게임 머니’일 뿐,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화폐’라는 본질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역설적인(paradoxical)’ 상황만 연출되고 있다. 

 

■ ‘현금 없는(Cash-less) 사회’ vs ‘화폐 없는(Money-less) 사회’ 

한 가지 흔히 혼동하기 쉬운 관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통용하는 ‘현금’과 대부분의 지급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폐’와는 잘 구분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금(Cash) 없는’ 사회는 ‘화폐(Currency) 없는’ 사회라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지금도 우리 경제 내에 유통되는 ‘화폐’는 은행 예금 등 ‘보이지 않는(cashless)’ 화폐(구매력)가 절대적인 대종을 차지한다. 따라서, 현대 경제에서 교환의 매개 역할을 하는 ‘화폐’가 배제된 사회는 원천적으로 성립될 수가 없고, 혹시 원시 물물교환 시대로 돌아간다면 겨우 상상할 수가 있을 뿐이다. 

 

지금 벌어지는 비트코인 버블 논쟁은 한 가지 흥미로운 화제를 촉발하고 있다. 즉, 정부가 고유의 가상화폐를 발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논의와는 상관없이,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는 ‘현금 없는(cashless)’ 사회가 부단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현금 없는 사회’가 정부가 지원하는 가상화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블록체인 등 가상화폐 기반 기술들이 많은 잠재적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물리적 현금(physical cash)’를 대체하는 것이 적용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모든 복잡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현금’ 사용은 점점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이미 많은 상점들이 현금을 받지 않고 있고, 많은 개발도상국들도 모바일 폰에서 구좌 이체 방식으로 지급 결제하는 것이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혁신적 ‘전자 화폐’ 거래에 ‘디지털 화폐’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또한 정부가 보증하는 가상화폐도 필요가 없다. 각국 경제는 이미 그런 것들 없이도 지극히 순조롭게 ‘현금 없는 사회’로 진보되고 있는 것이다. 

 

■ Jeffery Sachs “성급한 富에 대한 탐욕이 원인, 파멸에 이를 것” 

근자에 내로라하는 세계적 금융기업 경영자들,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 노벨상 수상자들을 포함한 많은 저명한 금융 경제 학자들이 나서서 가상화폐의 본질적 허구성을 경고하며,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위험성’을 일깨우고 있다. 자산시장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Yale 대학 쉴러(Robert Shiller)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가상화폐는 흔히 비교되는 17세기 화란에서 발생한 위기의 주역인 ‘Tulip’ 구근(球根)보다도 가치가 없다고 정의하며 언젠가는 ‘버블’이 붕괴할 것이라고 명언한다.  

 

최근에 이러한 가상화폐의 위험 경고 대열에 합류한 경제학자가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삭스(Jeffery Sachs) 교수다. 그도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결국 추락하고 말 ‘버블’일 뿐, 그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는 설명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다른 사람들이 재화 및 서비스의 대가로 받을 것이라는, 美 달러화가 가진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한편, 그 역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상당한 유용성이 존재한다고 인정한다. 비트코인의 기반 플랫폼이 되는 ‘분산 원장(decentralized ledger)’ 형식의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금융 거래, 투표, 계약 체결 등 많은 분야에서 혁신적인 역할을 할 잠재성이 있어, 향후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블록체인 기술이 성공하기 위해 비트코인이 의존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받은 것도 아니어서, 누구나 블록체인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데에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 및 연관성에 개의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삭스 교수는, 향후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추락할 것이고, 시점을 점치기는 어려우나, 종국에는 ‘붕괴(collapse)’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은 속성상 불법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크고, 정부 규제에 절대적으로 취약해서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인간들의 조급하고 안이한 부(富)에 대한 탐욕(deep human desire for quick and easy wealth)’에 기인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급하고 손쉽게 부(富)를 추구하는 버블은 대개 급격하고 손쉽게 ‘파멸(despair)’에 이를 뿐이라고 경고한다.

 

■ 젊은이들이 ‘흙 수저’ 탈출 수단으로 삼는다면 그게 더 큰 문제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의 약 20%가 우리나라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 직장인의 약 30%가 평균 300만원 안팎을 투자하고 있다고도 한다. 여기에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밀어 넣기도 하고, 가정주부들도 은행 대출을 내서 이런 저런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최근 필자는 한 지인이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 우리나라 많은 젊은이들이 가상화폐 열광에 몰입되어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빠져들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기회가 있었다. 실은, 그가 최근에 알고 보니, 대학을 휴학하고 방위병으로 근무 중인 아들이 오래 전부터 저축해 모은 작은 금액을 우연히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지금은 그 가치가 무려 억 대가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고 한다.  

 

경악할 일은 그 다음 얘기다. 매일같이 밤을 지새우다 보니, 신체는 피폐되고 정신도 몽롱해진 나머지 행동마저 이상해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며 한 걱정이다. 하기야 20대 젊은 나이에 억대 거금을 거머쥐었으니, 정말 세상에 눈에 뵈는 게 없을 만도 하다. 지금 가상화폐 광풍이 이렇게 멀쩡한 젊은이들을 속절없이 무절제와 파탄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 부호 서열 3위에 기록된 워런 버핏(Warren Buffet) Berkshire Hathaway 회장은 항상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버핏은 가상화폐에 대해 아주 신랄한 비판을 하는 대표적인 반대론자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 어느 누구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측정할 수가 없다. 그것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버블’일 뿐이다”고 경고한 바가 있다. 

 

최근 한 언론이 소개했지만, 그는 아직도 2010년형 삼성 폴더 폰을 사용하며, 100조원 넘는 자산가임에도 Nebraska주 조그만 도시 Omaha시 외곽에 7억원 남짓한 2층 주택에 60년째 살고 있다. 서울 강남에 웬만한 전세 아파트 한 채도 얻기 어려운 금액이다. 우리 청년들이 장래에 어떤 삶을 지향하면서 ‘흙 수저’ 탈출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교훈적인 산 증인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천박한 자산가들의 추악한 ‘갑(甲) 질’에 분노하고, 헬(Hell) 조선을 외치고, 이번이 ‘흙 수저’를 탈출할 마지막 기회라고 믿고 가상화폐로 뛰어들고 있다면, 이는 필시 그들이 그토록 저주하는 무리들과 별반 다름없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마찬가지의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할 것임은 자명하다. 

 

■ 가상화폐 ‘규제’에 누가, 왜, 무슨 시비를 하는가? 

이번에 박상기 법무장관이 밝힌 ‘가상 증표(證票)’ 거래에 대한 인식 자세 및 규제 입법 방침은 대체로 올바른 방향이고 시급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정책 실행 결의를 표명하는 모습에는 결연한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이어서, 최근 금융위원회는 현장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일차적인 조치로 거래소에 대한 거래자 실명 확인 의무 부과 및 자금 거래 감시 강화 방침을 밝혔다. 만시지탄이나 그나마 다행이라는 조그만 응원이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만일, 옹호자들의 주장대로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들을 몰아내고 글로벌 화폐 시장을 평정할 ‘화폐’라면, 지금 벌어지는 시장 상황을 규제하기를 회피하는 것은 국가 금융 체계 및 정책 구조가 침식, 훼손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되고, ‘화폐’도 아니고 본질을 알 수도 없는 대상에 국민들이 삼밭처럼 몰려들어 투기판을 벌이는 것이라면 이런 도박에 유사한 사회 질서 문란 행위를 묵인, 방조하는 꼴이 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가상화폐 ‘규제’ 방침 발표가 나가자 마자 청와대 청원 페이지에 이에 반대하는 글들이 수 십만 건이나 폭주(輻輳)하고 있고, 거의 모든 청원 글들이 젊은 연령층이 올리는 것들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는 것은, 이들 가운데 상당 수가 이미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거나, 모종의 이익을 위한 연관이나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 민주 사회의 기본원리이지만, 정부의 모든 정책 권한은 나라 주인인 국민들이 부여한 공공적 소명(召命)이고,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이러한 국민들로부터 위임된 권한의 행사일 뿐이다. “시장을 규제하고 개입하는 것은 자유 시장 경제에서도 필요하고, 사회주의 경제에도 경쟁은 필요한 것이다.” 중국 개혁 · 개방의 선구적 전도사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 초기에 설파했던 유명한 말이다. 

 

일반 경제 주체들에게 정부라는 주체는 정책 시행에 관한 한, 제한(constraints)이고 환경일 뿐이며, 이러한 제한된 테두리 안에서 경제 행위를 영위해 가는 것이 바로 시장 경제 체제의 원리이다. 따라서, 정부가 경제 안정과 사회 공서양속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투기’ 행위를 사회 공익적 차원에서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러한 시장에서 경쟁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자기의 의사결정 결과로 비롯된 손익은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이고 원칙이다.

 

■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공동 규제 방안을 모색할 움직임 

미국 정부는 여태까지 비교적 담담한 자세로 가상통화 시장 동향을 주시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CME Group Inc., CBOE 등이 비트코인 선물(先物) 상품 거래를 개시하자 우리나라 일부 언론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미국 정부도 이제 가상화폐 거래를 ‘공식화 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 마디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닐 뿐 아니라, 美 달러화의 발행 및 금융 정책을 독점적으로 관장하는 연준(FRB)의 방침과도 전혀 무관한 것이다. 이는 단지 상품 거래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 기업인 CME Group 등이, 그들이 취급하는 상장 품목을 하나 더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 CME Group 등과는 존립 근거와 역할 및 목적이 전혀 다른 주체일 뿐이다. 

 

얼마 전 美 므뉘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Economic Club 포럼에서, 가상 화폐들이 익명성을 보장하는 스위스 은행 구좌처럼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나쁜 사람들이 나쁜 행위를 위해 가상화폐들을 사용하게 놔둘 수 없다” 며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비트코인 지갑을 개설하는 기업은 은행들이 고객들 신원을 파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래자들의 신원을 파악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G20 국가들과 긴밀히 협조해서 이런 거래들이 스위스 은행 구좌처럼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므뉘신(Mnuchin) 장관이 가상화폐와 관련하여 우려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가상화폐의 가장 큰 특징인 ‘익명성(匿名性)’에 대한 우려로, 과거 경험에 비춰보아 이 익명성 뒤에 숨어서 각종 불법 행위를 조장할 개연성이 있는 점이다. 둘째는, 가상화폐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엄청나게 크고,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투자 의사결정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엄청난 폐해를 볼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공정 사회 유지를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의 우려와 개별 투자자들의 이익 보호 차원에서의 정부의 책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어서, 이번에는 유럽의 양대 중추 국가인 獨 · 佛 재무장관들도 금년의 의장국인 아르헨티나에서 곧 열릴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가상화폐 이슈를 정식 의제로 제기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 회의에서의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선진 주요국들이 보조를 맞춰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공동 규제에 나설 것도 기대되고 있다.       

 

■ 정부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로 결단을 내릴 시점 

이런 가운데, 드디어 우리 정부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감독 당국은 물론, 수사기관까지 총동원하다시피 하며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대한 규제 및 단속에 돌입했다. 그런데, 시장은 거래소 폐쇄 가능성이라는 극약 처방에 가까운 규제 방침까지 발표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풍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규제가 본격화하고 시장이 요동치게 되면 투자 자금을 날려 보내는 경우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이는 스스로 노력해서 벌충하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최근, 외국의 한 중앙은행 책임자는 정부가 그토록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을 향해 ‘재산을 몽땅 날릴 각오를 하라’고 극단적인 경고를 하기도 했다. 누구나 꼭 명심할 것은 시장은 언제나 ‘非情한(ruthless)’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편, 일반의 우려와는 달리,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시장 붕괴가 글로벌 경제 및 금융 시스템 안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대체로 동조하는 경향이다. 최근 비트코인 시장 시가 총액이 무려 2,4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기는 했으나, 전세계 증시(證市) 시가 총액 80조 달러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할 뿐이다. 더구나, 가상화폐 시장은 실물 경제와는 거의 격리된 ‘투기’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경제에 주는 충격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야 말로 정부는 관련 각 부처 간에 긴밀한 조정을 가지면서 균형있고, 주도면밀한 정책을 세우고, 불퇴전의 용기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결단으로, 신속하고 단호하게 펼쳐갈 시점이라고 본다. 한 마디 첨언하자면, 잔뜩 부풀어 오른 풍선을 일거에 타격하기보다는, 작은 구멍을 차례로 뚫어서 ​‘바람(투기 세력)’이 ​질서 있게 시장을 빠져 나갈 수 있는 퇴로를 열어 주게 되면 충격적 폭발은 피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무엇보다 우선해서 확고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향해 체계적인 절차를 획정하는 의사결정은 신중하게, 그러나 정책의 실행은 물 샐 겨를 없이 민첩하게 행동으로 옮겨가자는 제언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도 구제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면, 전체를 살리기 위해 어차피 취사(取捨) 선택의 고뇌는 불가피한 일이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엄청난 정책 과제를 짊어진 정부 당국자들에게 깨어 있는 대중의 많은 성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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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29 17:35:00 최종수정 2018-01-30 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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