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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 굴기를 보면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1월17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진형
  • KAIST 명예교수, 전 인공지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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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간이 알파고를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알파고는 인간의 기보를 학습하기도 하고, 자기복제와의 경쟁을 통하여 실력을 쌓기도 한다. 인류가 수 천년 동안 쌓아 왔던 바둑 지식을 몇 시간 만에 섭렵한다. 인간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전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의 인공지능에 전율을 느끼지 않는가? 

 

더욱 두려운 것은 인공지능의 이러한 능력이 바둑이나 게임에 그치지 않고, 다른 어려운 문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단백질을 분석하고, 신소재를 탐색하며, 에너지 효율화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제 인공지능의 사용이 일상화되고, 인간이 기계로부터 배우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어느 영역에서 어떤 업무를 하던지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황한 기대도 문제이지만 기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한 기회 상실은 더 큰 문제이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인공지능의 능력을 이해하고 준비하고 있는지 걱정 된다.

 

세계 어느 나라 보다도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대응을 보면 1960년대 한국의 모습이 보인다.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의 모든 역량을 중화학공업 육성에 집중하던 당시의 모습이다. 지금 중국은 국가의 모든 역량을 인공지능 능력의 신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을 오래 전부터 준비는 했다. 이미 20년전부터 컴퓨팅,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간파하여 엄청난 숫자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육성했다. 이런 소프트웨어 인력을 바탕으로 2015년에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세워서 2025년까지 세계 제일의 스마트 제조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인터넷과 전통산업을 융합하여 핀테크, O2O등을 육성하겠다는 인터넷+ 전략을 발표했다. 강력한 제조업과 인터넷 산업을 바탕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7억5천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BAT로 대표되는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구글, 아마존에 버금간다. 천인계획 등으로 선진국에서 활동하던 많은 과학기술자들을 중국으로 모셔왔다. 그 결과 딥러닝 논문 수에서 이미 미국을 앞섰다. 세계 인공지능 학술대회는 중국인으로 넘친다. “전 세계 최대 인공지능 기업들은 모두 미국 기업이지만, 그 기업들을 움직이는 것은 중국인이다”라는 주장도 어색하지 않다.

 

인공지능에 관하여는 2016년 3월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1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투자 규모가 커서 듣는 이의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러더니 드디어 2017년새로운 엔진으로 인지하고 인공지능 육성을 국가 전략의 위치에 배치한다고 선언한다. 

 

2030년까지 인공지능 연관 산업규모가 1650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이론과 응용기술을 개발하여 인공지능 중심국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인공지능을 스마트 제조, 스마트 의료, 스마트시티, 스마트 농업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겠단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잘 정리되어 있다. 알고리즘과 통계학 연구를 강화자연과학과사회과학과의경계를넘는융합연구를추진한다. 이를 위하여 개방협동형 혁신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하기 위하여 인공지능 학과 및신설하고, 모든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에서 인공지능을 더욱 깊이 있게 활용한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에도 기초 인공지능의 내용을 넣는다. 천인계획과 같은 

 

이 계획에는 인공지능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군민융합을 강화하여 쌍방간의 인공지능 응용을 촉진시키며, 혁신자원을 공동으로 건설하고 공유하겠다고 한다. 과학기술부 산하에 추진사무국을 설립하고, 전략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중국의 인공지능 굴기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창업생태계다.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을 위한 선순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젊은이들이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창업에 뛰어 들고 있다. 년 400만개 이상의 창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공정한 무대에서 혁신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 벨리의 열기를 능가한다. 인공지능 기업 수, 투자규모, 특허출원 등에서 미국을 앞서거나 버금가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전자전에서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핵심 주제는 인공지능이었고, 참여 회사의 반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창업기업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규제 무시 정책이라고 할까? 중국의 인터넷 기업의 성장세는 무섭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전자상걸래, O2O, 공유경제에서 앞장서서 달리고 있다. 경쟁국에서 불공정 경쟁 이슈, 인권, 환경 문제 등으로 머뭇거리는 순간 중국은 규제 없이 질주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종착되려는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중국의 계획을 보면서 미국이 두려워한다. 중요한 기술을 경쟁국인 중국이 앞서 가는 것이 불안한 것이다. 지난 몇 달 사이에 미국 언론에는 중국의 인공지능에 관한 기사가 넘쳐났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IT 언론에서도 그 내용을 옮겼다. 그러한 기사의 발원은 MIT에서 발간되는 기술 리뷰 (MIT Technology Review) 다. 그 보고서에서는 한자로 “中國 人工知能 屈起”라고 굵고 검은 글자로 제목을 달았다. 중국의 인공지능 투자와 발전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내용에서는 경쟁국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속내도 읽을 수 있었다

 

많은 투자를 하면 사람이 모이고, 학문과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새로운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즉 데이터다. 인공지능 발전의 동력은 바로 데이터 수집 능력이다. 중국은 7억3천만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있다. 중국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열성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한다. 온라인애서 전자상거래를 하고, 적극적으로 O2O와 공유 경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활동을 통하여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누가 어디에 가고, 어디서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즐기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용이한 중국에서의 인공지능 드라이브를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의 계획에도 개방과 공유의 정신을 이어 받아 오픈 리소스 형태의 공유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있는 것이 다행이다. 인공지능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공개된 인공지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선두에 선 다면 중국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서구의 연구자들처럼 개방적일까? 사드 사태 등 중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면 불안과 함께 서글픔이 다가온다. 

 

인공지능 기술이 서구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 그 반대편에서 완성되어 가고 있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인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일본은 센서와 로봇, 그리고 노인요양애 인공지능 전략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국정을 담당하는 분들이 경쟁국 계획을 꼼꼼히 읽어보고 인공지능의 능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 이글은 지난 2017년 11월28일자 아시아경제 IT컬럼에 게재 되었던 내용을 보완 수정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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