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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공동체 논의의 재음미 <Ⅳ> -동북아 공동체의 추진 방향과 한국의 역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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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1월16일 17시00분

작성자

  • 손병해
  •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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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공동체 추진의 우호적 환경

   동북아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지역 공동체 추진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한‧중‧일 3국간에 협조적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그것은 동북아 역내질서뿐만 아니라 세계질서의 창출에까지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북아 전체의 입장에서는 국제분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지역의 평화질서, 환경관리와 같은 국제공공재의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세계질서 창출 과정에서는 동양의 인간중심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고 문명권간의 종교적 갈등을 조정하는 데에도 일역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동북아 3국간에는 역사적 갈등구조 등으로 인해 공동체로의 접근 통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냉전 종식과 중국의 시장화 개혁 이후 동북아의 전통적 통합장벽은 많이 완화되고 있다. 우선 냉전시대의 이념장벽이 크게 완화되었고 민주화,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폐쇄적 민족주의도 절대적 장벽은 되지 못하게 되었다. 한류 확산을 계기로 동북아의 문화적 공감대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도시 중산층의 형성, 민주주의의 실현, 전후세대로의 세대교체와 같은 국제통합에 우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동북아  공동체 논의가 더 이상 비관적인 것만은 아닌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문제는 어떤 형태, 어떠한 방법으로 접근하는가에 있다. 방법과 형태여하에 따라 그 가능성과 기대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단계에서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통합 방법과 형태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공동체로의 접근 방법

<민간 주도의 상향식 접근>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에는 경제통합과 같이 정부간 협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접근하든가 아니면 민간 교류의 확대를 통해 기능적 공동체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 전개되어 온 동북아 경제의 기능적 통합은 정부간 협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간의 경제교류 확대에 의한 결과였다. 이러한 민간으로부터의 교류가 경제 외에도 사회, 문화, 교육, 환경 등으로 확대되어 간다면 각국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제통합에 대한 민간 수요가 증대하고 제도의 공급자로서 정부가 이에 반응한다면 동북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접근하는 요건을 갖추어 가게 될 것이다. 

 

<통합 주체의 다양화> 민간에 의한 통합이라 하더라도 통합 주체를 국제 무역이나 국제투자처럼 민간 기업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국제간 협력은 사안에 따라 정부나 기업 외에도 시민단체나 비정부기구(NGO)도 국제협력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통신망의 다양화로 개인에 의한 국제간 소통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대 동북아 외교정책에 대한 민족주의적 간여가 큰 한‧중‧일 3국의 경우 이러한 민간 교류의 확대 및 협력주체의 다양화는 정부에 의한 공식적 접근의 한계점을 보완해 주고 아래로부터의 통합을 선도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다원적, 포괄적 접근> 동북아 공동체는 특정분야에서 특정형태만의 지역 통합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화, 문화 등의 제면에서 관련 국가가 긴밀한 상호의존 관계를 유지해 가는 공존의 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동체의 추진은 어느 한 영역에 국한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접근하기보다 실현가능한 여러 분야에서 다원적, 포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 환경공동체, 안보공동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한국의 역할 

<한국주도의 동북아 공동체>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가장 큰 수혜국은 한국이다. 동북아의 이념대립이 한반도의 분단으로 이어져 왔던 만큼 동북아의 지역통합으로 인한 혜택도 한반도에 집중될 수 있다. 동북아 공동체는 외교, 안보상의 이해가 상충된 중국과 일본을 하나의 협력권으로 포섭하는 다자간 협력체계이므로 한국의 입장에서는 공동체가 가지는 사회, 경제적 이점 외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통일 환경을 조성한다는 특수 목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동북아 공동체 논의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하고 지역통합의 논리 또한 한국이 주체적으로 개발해 갈 필요가 있다. 

 

<독자적 외교 공간 확보> 한국은 지금까지 주변 강대국 중심의 외교적 틀에 구속되어 스스로의 외교 역량을 구사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10대 무역국으로서의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고 OECD와 G20 구룹의 주요 멤버로서의 외교적 역량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4강 중심의 외교적 굴레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한국 주도의 외교적 공간을 넓혀갈 때가 된 것이다. 한반도 안정과 통일 문제도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이에 필요한 외교적 수단도 우리의 노력으로 확보할 때가 되었다. 동북아 공동체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위한 수단으로 추진되어야한다.  

 

<정치 지도자의 통합철학과 미래 비젼> 중국과 일본 간의 패권경쟁과 역사적 갈등 구도로 볼 때 중국과 일본에 의한 지역통합의 구상은 상대방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동북아의 번영과 평화질서의 구축을 위한 공동체의 비젼은  중간자적 위치에 있으면서 분단의 피해국이자 통합의 수혜국일 수 있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에 의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통합의 실현에는 강대국의 리더쉽이 필요할지 모르나 통합철학이나 미래비전은 역내 소국이 오히려 객관적 입장에서 공존의 사상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 한반도 분단은 동북아의 분단이고 동북아의 분단은 미‧중대립으로 대변되는 세계적 분단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 지도자가 제시해야할 동북아 통합의 미래 비젼에는 한국만의 입장이 아니라 동북아 공동의 가치 더 나아가서는 세계전체의 보편적 가치를 융화시킬 수 있는 미래 비젼이 담겨져야 한다. 분단국의 피해를 해소할 수도 있어야하나 제3국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명분도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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