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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의 언론사와 네이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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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1월15일 16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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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모바일 시대에 언론사들과 포털의 관계가 미묘하다. 특히 언론과 국내 포털의 대표기업인 네이버와의 관계가 그렇다. 

사회의 의제설정이라는 ‘권력’을 갖고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던 언론사들은 인터넷 시대의 뉴스 플랫폼을 선점한 포털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끌려 다니고 있다. 그래서인가, 언론사들에게 포털, 특히 네이버의 동향은 최고의 관심사다. 네이버는 때로는 협조를 받아 방문자 수를 늘려야하는 ‘우군’이, 때로는 광고를 빼앗아가 재정적 어려움을 초래한 ‘적’이 된다.

 

#네이버가 지난해 말 ‘요약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빠서 언론사들의 뉴스를 끝까지 읽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요약 서비스다. 자동 추출 기술로 뉴스를 3줄 정도로 정리해 보여주는데, 문장의 순서를 바꾸거나 리라이팅(재생산)하지는 않는다.

네이버의 아래와 같은 서비스 안내를 보면 그 성격을 알 수 있다. 

“자동 추출 기술로 요약된 내용입니다. 요약 기술의 특성상 본문의 주요 내용이 제외될 수 있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 전체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약봇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독자들, 다시 말해 네이버 고객의 편의를 위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당연한 서비스일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저렴하게’ 제공하는 콘텐트를 네티즌의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요리’해 내놓는 네이버의 움직임이 불안하다. 이러다 기사 유통 플랫폼에서 영영 포털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그동안 네이버에 대해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국정감사 등 기회가 되면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 ‘인터넷 생태계의 포식자’라며 네이버 비판에 적극 나서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네이버와의 제휴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1년 여 전부터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겨레, 중앙일보 등이 네이버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JOB&’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플랫폼을 갖고 있는 네이버와 제휴해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시도이지만, 사실 수익구조 위기에 빠져 있는 언론사 입장에서 이것이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해봐야지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네이버에 ‘의존’하는 모델의 한계이다. 

 

#지금으로서는 언론사들에게 뚜렷한 탈출구,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 해결의 단초라도 얻기 위해서는 ‘네이버처럼 생각하기’가 필요하다. 언론사들이 단기적인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생존과 성장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큰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업종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는다. 2014년 오픈마켓인 ‘샵엔’을 출범시켰지만, 중소 온라인몰 시장을 붕괴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접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 이커머스 분야의 ‘강자’로 올라섰다. 머지않아 ‘패자’(霸者)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네이버는 이커머스 자체가 아니라, 이커머스라는 ‘업(業)을 관통하는 핵심’을 공략했다. ‘결제 시스템’이다. 2015년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 수단을 만들어 스토어팜에 연결시켰다. 스토어팜은 ‘샵엔’을 접은 후 내놓은 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온라인판매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판매자에게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네이버페이 수수료 2%만 받는다. 그 결과 홍보효과 등 종합적으로 볼 때 굳이 다른 쇼핑몰에 입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판매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자연스럽게 ‘강자’로 부상했다. 

 

#네이버는 ‘업(業)을 관통하는 핵심’을 통해 이커머스라는 분야에 접근했다. 그렇다면 언론과 미디어 분야를 네이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언론사들에게 필요하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네이버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네이버가 나서지 않더라도 언론사들이 인터넷 시대에 생존의 탈출구를 찾아보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사실 언론 분야에 관한 네이버의 현재 입장은 공격은 아니다. 수익과 영향력을 둘러싼 언론사와의 갈등 구조에서 빠지는 ‘현상유지’가 네이버의 공식 입장이다. 뉴스 시장의 '참여자'가 아니라 '플랫폼이자 후원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현재로서는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컨셉이기도 하다. '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온라인판매 플랫폼', 스토어팜이 떠오른다. 네이버가 언젠가 이커머스 시장처럼, ‘미디어라는 업을 관통하는 핵심‘을 공략하며 뉴스 분야에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언론이라는 분야의 ‘업(業)을 관통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우선 ’기자 개인‘과 ’결제 시스템‘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내가 네이버라면, 그리고 언론 분야를 ’관리‘해보기로 결정했다면, 우선 기자 개개인을 그가 속해 있는 언론사 밖으로 서서히 끄집어낼 것 같다. 콘텐츠 생산자들을 브랜딩해주면서 언론사와 소속 기자의 관계를 조금씩 느슨하게 만들겠다. 그리고 밑단에서 생산자와 구독자, 광고주가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언론사라는 울타리가 없어도 기자와 전문가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해 유통시킬 수 있는 편리한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적합한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이다. 이 기술은 콘텐츠 유통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시빌‘이라는 ’블록체인 미디어‘가 등장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분산적인(decentralized) 뉴스 플랫폼 구축‘. 언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목해야하는 현 시점의 화두다. 기존 언론사들이 시도할 수 있지만, 네이버도 할 수도 있고, 카카오 같은 다른 포털이나 제3의 스타트업이 할 수도 있다. 

3,4년 뒤, 언론사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은 시대흐름에 안테나를 세우는 것, 한 분야의 업을 관통하는 핵심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 핵심을 통해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작게라도 시작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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