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공동체 논의의 재음미 <Ⅲ> -공동체 추진의 장애요인과 촉진요인-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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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지역에는 공동체 형성을 지원하는 촉진요인과 저해하는 장애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논리적으로 어느 한쪽에 중점을 두고 그 전도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이들 장애요인과 촉진요인은 시대에 따라 또는 접근 방법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공동체의 실현 가능성이나 접근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반된 양 요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장애요인 

 

(근대사적 갈등) 동북아 3개국 간에는 19세기 서세동침 이후 서로 다른 근대화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그 이전에 공유했던 많은 사회 문화적 동질성이 파괴되어 왔다. 그리고 20세기 들어서는 지배, 침탈의 역사적 상처를 남기며 상호 불신의 장벽을 쌓아 오기도 하였다.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 청일전쟁과 남경학살, 대동아공영권의 위선 등이 그러한 상처의 한 장면이다. 그러한 역사적 상흔이 사과와 화해로 치유되지 못하고 상호간 불신으로 발전해 온 결과 오늘날의 지역통합을 어렵게 하는 정서적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국가민족주의) 한‧중‧일 3국은 국민과 국가 간에 강한 일체감을 가지고 있는 국가민족주의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국가민족주의는 국민감정과 국가외교 정책을 불리할 수 없고 정부정책은 국민감정의 볼모가 되기 쉬운 정치 풍토에서 조성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국민감정 속에 역사적 상처를 안고 있는 3국이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정부주도의 통합협정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Asian Barometer에 의거하여 한‧중‧일간 상호 신뢰도를 묻는 한 조사(2010)에 의하면 한‧중간에는 우호적이나 한‧중의 일본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며, 심지어 중‧일간에는 적대적 반응까지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상호 불신의 국민정서가 정부의 외교정책에 반영됨으로써 3국간의 지역통합은 이성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인식의 차이와 영토분쟁) 유럽의 경우에는 수많은 전쟁과 침략의 역사를 경험해 왔음에도 사과와 배상의 절차를 통해 미래 지향적 지역통합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동북아 3국간에는 동일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함으로써 용서와 화해의 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배,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일본 극우파의 역사 지우기 운동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고구려사의 중국편입 등이 그 예가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의 갈등, 조어도를 둘러싼 중‧일 간의 갈등도 당사국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어 지역 통합을 위한 정부간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동북아의 패권대립과 안보대립) 21세기의 동북아는 세계적 헤게모니 경쟁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 G2의 한 축인 중국의 도전과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의 공세적 대응이 동북아의 안보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북한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 될수록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미‧중간 대립은 첨예화 될 전망이다. 한반도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미‧일과 중‧러가 집단적 대립양상을 보이는 것도 미‧중간 대립 못지않게 동북아의 국제정세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패권적 대립과 지역안보를 둘러싼 대립 구도가 동북아 지역통합 논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   

 

 촉진요인   

다른 한편 현재 동북아에는 이러한 장애요인 못지않게 지역통합을 직간접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회, 경제적 촉진요인들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정적 장벽으로 여겼던 민족주의나 이념적 장벽 등은 주변 사회주의권의 개혁, 개방과 3국내의 산업화, 민주화, 국제화의 진전 등으로 크게 완화되고 있다. 또한 환경, 보건 안전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분야 및 비정부 기구의 국제간 협력 등에서는 지역차원의 새로운 협력요구가 생겨나고 있다. 

 

 (경제적 보완성) 동북아 통합을 촉진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내 국가 간의 경제적 보완성에 있다. 한‧중‧일 3국은 경제발전 단계가 다른 만큼 경제구조나 분업구조 상의 보완성도 큰 국가들이며 그로 인해 경제의 기능적 통합이 이루어져 온 지역이다. 동북아 경제의  기능적 통합 강도는 제도적 통합체인 EU나 NAFTA 수준에 근접해 있다. 여기서 다시 FTA와 같은 제도적 통합이 추진되면 역내 국가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크게 높이질 전망이다. 특히 경제의 기능적 통합은 상호간 시장의 필요성에 의해 유도되었던 만큼 제도적 통합이 새로 추진되더라도 상호간 경제적 마찰은 크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로인한 무역창출효과는 다른 지역 보다 더 크게 기대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보완성에 기초한 역내 분업의 상호의존 구조는 동북아 공동체 형성을 촉구하는 가장 큰 촉진요인이 되고 있다.  

 

(지리, 문화적 근접성) 동북아 3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문화적으로 공통분모가 많은 국가들이다. 지리적 인접성은 운수, 통신, 거래비용의 절감을 가져 오므로 경제통합의 자연적 조건으로 간주된다. 

문화적 근접성은 역내 국가간 문화적 공감대를 조성하고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시키는 요소이므로 공동체 형성의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한‧중‧일 간에는 역사적으로 유교문화, 한자, 대승불교와 같은 문화적 공통분모를 공유해 왔으며, 이를 통해 한때는 동아시아 문화권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위 문화 외에 일상의 기층문화 면에서도 공동체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전통놀이 바둑을 즐기고, 삼국지, 수호지를 3국에서 같이 읽고 있는 것도 그 한 예이다. 한류가 일본과 중국에서 먼저 빠르게 확산된 것도 문화적 공감대를 공유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문화적 공통성은 공동체가 요구하는 지역정체성의 기본 요소일 뿐만 아니라 문화관련 서비스산업의 교류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현대적 개념의 촉진요인) 이러한 전통에 유래된 촉진 요인 외에 최근 들어서는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서 새로운 통합 촉진요인이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산업화 성장 이후 한‧중‧일 3국에서는 형태는 다르지만 민주주의의 실현, 시민의식의 배양, 도시 중산층의 형성과 같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로인해 폐쇄적 민족주의만으로는 세계화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민족주의에 젖은 구세대가 가고 개인적 자유의사를 강조하는 전후의 신세대가 각국의 지도자로 부상하는 등 지역통합에 우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지역협력을 실천할 젊은 유학생의 교류, 지역적 공감대를 유발하는 문화교류의 확대도 동북아 공동체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지역협력에 대한 정치적 요구) 동북아에서는 시장기능에 의한 경제의 지역화(regionalization) 추세는 강하게 나타났으나 정치적 의지에 의한 지역주의(regionalism)는 실현되지 못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국제간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부터 지역협력에 대한 정치적 수요가 표출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정례화, 한‧중‧일 FTA 추진 등이 그 예이다. 최근 북한 핵문제와 동북아의 안보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지역협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도 지역 공동체에 대한 정치적 수요의 한 측면이다. 동북아의 안보 대립이나 패권 대립은 지역통합의 장벽일 수도 있으나 동시에 거기서 야기되는 불안정성을 사전에 완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협력 요구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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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09 17: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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