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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화 되어 표류하고 있는 망중립성 논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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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12월27일 17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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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얼마 남지 않은 12일14일, 미국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망중립성 규칙을 폐기해버렸다.  전임 오바마대통령이 수립해 놓은  망중립성 제도가 후임 트럼프대통령이 추진하는 오바마지우기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제  통신 사업자들이 인터넷 서비스 이용료를  제멋대로 책정해 “인터넷사용료가 올라 갈 것이다”라고 인터넷 업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반면 통신 사업자들은 비교적 자유로이 이용요금제를 책정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반기는 입장이다.  이번 FCC의 결정이 어떤 내용인지,  논란의 핵심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향후 전개될 방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FCC는 무엇을 결정했나.

 

망중립성의 주요내용은  ISP들이 트래픽을 중립적으로 처리하고 특정 응용서비스 제공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통신 사업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임의로 ‘ 차단 하지 못하고’,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며’,  또 ‘특별요금을 받는 우선처리를  금하는’ 내용의 규칙을 만들었다.  더불어, 이러한 규제를 가능하게 하기위해 통신 사업자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전 규제 영역으로 정하였다.  이렇듯, 망중립성 규칙은 규제 내용과 수단의 두가지 주요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FCC의 결정에서 주로 논란이 되었던 것은 망중립성의 규제내용의 맞고 그름의 논란보다는 이를 보존하기위한 제도적 수단의 선택이었다. 망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맞다 “ 또는 “시장에 맡기자”는 두 가지 대비된 주장의 충돌이었다. 이번 FCC의 결정은 통신 사업자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전 규제 영역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망중립성 규제를 일반 공정경쟁위원회(FTC)에  맡기겠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망중립성의 규제내용과 수준을 일단 시장에 맡겨보고 판단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위하여  ISP 사업을 통신사업(telecom service)에서 정보사업(information service)으로 재 분류 하였다.  좀 더 부연 설명하면, 정부의 규제를 받는 사업에서 자유경쟁 사업으로,  사전(ex ante)규제 영역에서 사후규제(ex post) 영역으로 재분류 한 것이다.

 

‘망중립성은 죽었다.’라는 격한 표현들이 매스컴에 등장 하지만 , 정확하게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직 모른다.  FCC의 성문화된 규칙에 정의 됐던 망중립성이  FTC의  판단에  맡겨졌을 뿐이다.  따라서 향후 FTC가 공정경쟁법 차원에서 망중립성을  어떤 시각으로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오바마대통령이 법제화한 망중립성 규칙 이전에도 FCC는 행정지도를 통해 망중립성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전문 부서인 FCC가 가지고 있는  시각은 일반 공정 경쟁제도 차원의 규제 내용과 수준에 계속 반영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합리성보다는 정치적 힘겨루기?

 

망중립성을 이해하기위해서는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들 간의 수직경쟁 상황을 이해 하여야 한다. 통신 사업자의 네트워크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의 필수 요소이다. 인터넷 사업자들은 네트워크를 피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인터넷 사업자들은 통신 사업자들의 공급채널 장악력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보다 엄격하고 확실한 사전규제적 틀을 확보하여 통신 사업자들의 공급채널 개입을 차단하고 싶어 한다.  반면 통신 사업자들은 네트워크를 통하여 서비스제공에 관여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 한다.  이렇 듯 망중립성 갈등의  근원은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 간의 비지네스적 대립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장하고 또 논리를 생성하고 있다.  

 

FCC는 양 업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 논리에 근거하여 공정경쟁환경을 조정하여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FCC의 정책결정이 2년만에 폐기된 것을 보면 공감하는 합리적 근거에 의해 만들어 졌다기보다는 힘에 의해 좌우되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 버린 듯하다. FCC의 이번 결정은 망중립성을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라면, 적어도 현 통신 사업시장이 망중립성을 유지 할 수 있을 만큼의 경쟁 수준은 된다는 서로가 공감하는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상황판단에 이론이 많다. 미국의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신청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사업자들이 많지 않고 대부분이 독점 또는 과점 상태라는 것이다.  이렇듯 경쟁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시장상황에서는 망중립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시장경쟁의 상황판단에 미진한 점이 있다면 정책의 확실한 성공을  약속하기 위한 정책이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통신 사업의 경쟁활성화 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FCC의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11개월만에 급히 추진되어, 정책결정의 근거와 과정이 대립된 업계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하지는 않아 보인다.

 

논란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다.

 

망중립성 논란은 인터넷업계가 통신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공정경쟁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로 시작되었다.  양측은 수직적 경쟁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통신 사업자가 인터넷 트래픽을 조절하기 시작하면 인터넷서비스는 네트워크에 의해 종속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시작된 공정경쟁환경의 요구였다. 그러나 이번 FCC의 결정은 트럼프의 오바마지우기 또는 공화당정부의 민주당 흔적 지우기의 일환인 정치적 과정으로 불려지고 있다.   오바마도 망중립성 규칙을 제정할 때 대통령 후보시절의 공약 지키기 차원에서 대통령 선언(President’s statement)라는 형식을 빌어 FCC의 정책 결정을  이끌어 냈었다.  이렇듯 정치적인 힘이 동원되어 망중립성 정책이  수립되는 것이 관행이라면,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다면 또 바뀔 가능성이 있다.

 

‘정권바라보기’식 정책결정은 FCC의 의사결정 구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FCC의 이사회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2명은 공화당, 2명은 민주당,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위원들은 모두 정치적 배경으로 지명된다.  대통령이 바뀌면 3:2의 구조로 여당쪽으로 의사결정 축이 기울어진다. 따라서 여당은 어떤 정책이라도 3:2의  투표결과로 통과 시킬 수 있다. 오바마의 망중립성 규칙도 3:2로 통과 되었고, 이번 트럼프의 오바마지우기도 3:2로 통과 된 것이다. 이렇게 망중립성 논란은 정치화 되어 있다.

 

망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의 외연이 확대된 것도, 추후 갈등의 재 발화를 전망하게 하고 있다.  시민 단체들도 망중립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은  망중립성을 인권과 연관지어 주장하고 있다.  인권이라는 절대적 기준으로  다른 가치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또 국민 모두의 평등한 이용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하여,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다루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의 망중립성 규칙은 이러한 시민단체의 요구사항을 많이 반영하다 보니 내용과 수준이 조금 과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망중립성과 관련하여 정치적 개입과 논란이 계속 되어 불씨로 남는다면, 이번 FCC의 결정으로 갈등이 해소 됬다기 보다는 더욱 증폭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결정이 망중립성 ‘논의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미국 정치 지형도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망중립성의 정치적 갈지자 행보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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