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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공동체 논의의 재음미 <Ⅱ> - 동북아 공동체 추진의 의의 -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12월26일 17시30분

작성자

  • 손병해
  •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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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동북아 공동체 논의는 과거보다 미래를 향한 준비과정이고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미래 비젼을 제시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나간 역사의 교훈도 새겨야하지만 지역 공동체를 통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정치, 경제적 의의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의의

동북아 공동체의 형성은 무엇보다 경제적인 면에서 먼저 추진될 수 있다. 역내 국가간 보완적 분업구조로 인해 호혜적 이익추구가 가능하며 지역통합의 장벽이 되고 있는 민족주의나 역사적 갈등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내에서 경제공동체로의 접근이 시도되고 상품 및 생산요소의 자유이동이 일어나면 역내 국가들은 우선 대시장의 경제적, 기술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부가가치 생산망의 상호 결합을 통해 생산의 시너지효과를 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생산력을 확대시키고 대외적으로는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을 연결하는 기술 중계국의 위치에 있는 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결합생산의 스펙트럼을 넓게 가질 수 있으므로 공동체 형성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 

 

  (정치경제학적 의의) 공동체 결성으로 인해 역내 생산력이 확대되고 대역외 경쟁력이 향상되면  동북아 전체의 경제력과 세계시장 지배력은 증가하게 되므로 세계적 부의 동북아 집중이 일어날 수 있다. 16세기 이후 앞선 기술력과 방대한 생산력을 가졌던 중국으로 세계적 부(당시는 결제대금으로서 銀의 유입)가 집중되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 21세기 동북아에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장기적으로는 동북아가 세계경제의 중심부로 자리를 잡게 되고 국제경제질서는 동북아 3국의 보편적 가치 기준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듯 동북아 공동체는 동북아 내의 국지적 현상이지만 그 파급 영향은 국제질서의 재편을 촉진할 만큼 세계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정치경제학적 함의는 큰 것이다. 

 

 (경제이론적 의의) 경제통합이론의 틀 속에서 볼 때에도 동북아는 무역구조적 특성상 타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통합의 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한ㆍ중ㆍ일 간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역내무역의 기능적 통합이 진행되어 왔다. 여기에 다시 FTA와 같은 제도적 통합조치가 추가되면 역내국 간의 높은 무역결합 구조 때문에 역외국에 대한 무역전환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후생 증대 효과를 가진 역내국 간의 무역창출효과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동북아 공동체는 역내뿐만 아니라 세계전체로서도 플러스섬 게임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둘째, 한ㆍ중ㆍ일의 경우처럼 분업구조가 상호 보완적이고 수직적 산업내 무역이 지배적인 경우에 경제공동체가 결성되면 회원국 간에 공정 분업의 기회는 더 확대될 수 있으므로 동일 산업 내에서의 구조조정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동북아의 경제공동체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통합의 비용은 줄어드는 반면 통합의 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정치적 의의

  다른 한편 정치적으로 볼 때 동북아 공동체의 형성은 패권 이양기에 나타나는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완화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의 지적대로 21세기의 동북아는 세계적 패권 이행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세계체제 내의 패권 이양은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 져 왔다. 그러나 21세기의 패권 이행은 유럽에서 동북아로 그 무대가 이전되고 있다.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새로운 패권에 도전하고 있으며, 정치, 군사적 강대국들이 모두 동북아의 국제질서 수립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패권이양의 중심지는 정치, 군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노출되어 왔다. 21세기 동북아 역시 그러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동북아는 패권이행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신구패권 간의 긴장을 조절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동북아 공동체는 패권 당사국이 포함된 다자간 협력체이므로 그러한 완충장치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정치적 의의가 있다.  

 

(문화인류학적 의의) 동북아 공동체가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의의는 동북아 유교문화권의 포용적 기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북아 3국은 생활 속의 기층문화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상층의 정신문화, 교육사상 등에서는 유교문화적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유교문화권의 사상적 특징은 仁과 恕로 설명되는 관용과 포용의 사상이다. 이러한 사상을 가진 한·중·일이 하나의 문화 공동체로 접근한다면 이 공동체는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문명권 간의 갈등을 흡수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세계체제의 중심부 기능과 함께 문화적 포용력을 가진 동북아에서 지역 공동체가 형성되면 2천년을 두고 대립해 온 이슬람권과 기독교권 간의 갈등을 흡수, 조정하는 문화적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교문화권의 동아시아가 21세기 세계통합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한 A. Toynbee의 예측은 현실적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남북한 통일기반 조성) 마지막으로 한국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동북아 공동체의 중요한 의의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 기반의 조성에서 찾을 수 있다. 20세기 후반 한반도는 미‧소 냉전의 희생물이 되어 민족분단의 역사적 고통까지 감수해야 했다. 21세기 들어 세계적 냉전은 종식 되었으나 한반도의 분단은 지속되고 있다. 20세기의 미‧소간 이념 대립이 21세기의 미‧중간 문명 대립으로 바뀌고 있을 뿐 조국산천을 갈라놓는 분단의 경계선은 그대로이다. 분단된 한반도의 민족간 대립은 다시 동북아의 안보 대립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동북아의 안보대립은 미‧중간 패권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단의 당사국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념 대립이든 패권 대립이든 대립의 최전선에서 격어야 하는 고통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대립의 주요 당사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동북아 공동체의 형성은 이러한 대립의 일선에서 야기되는 긴장을 줄이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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