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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당 殘酷史, 재현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12월13일 17시32분
  • 최종수정 2017년12월14일 11시07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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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간신배 안철수!” “간신배 박지원!”

제1회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서 나온 상호 비방 외침이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간신배(奸臣輩)는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사리사욕과 자기 영달만을 위해 국민을 현혹하고 당(黨)조직을 자기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하는 무리들일 것이다. 

간신배소동이 일부의 소리이기는 하지만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오늘의 국민당 모습을 적나라(赤裸裸)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당내분쟁의 시발은 물론 안철수 대표가 추진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작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제3당의 확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올인(All In)하는 모습니다. 안대표가 왜 이렇게 통합에 목을 매는가. 우리 정치사를 보면 제3당의 앞길은 누구라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87년 체제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치판에는 거대 양당 외에는 살아남지 못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소선구제가 이어지면서 선거는 보수 대 진보진영으로 표현되든지, 아니면 영호남(嶺湖南) 구도로 또는 동서(東西) 구도로 설명되든 거대 양당에게만 유리한 구도로 자리 잡았다. 이런 양당구도의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은 또 제3당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제3당은 결국은 양당제의 그늘 속으로 사라져 가곤했다.

 

정주영씨가 만들었던 국민당은 정주영후보가 대선에 패배하면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등 대부분 1-2년의 짧은 기간 반짝하다 사라졌다. 김종필씨가 만들었던 자민련은 충청을 기반으로 8년을 버티며 DJP연합으로 정권창출에도 기여했지만 JP의 퇴조(退潮)와 함께 결국은 사라져 버렸다.  

 

이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민당은 나름 고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선 승자 독식의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어서 다당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적 장치위에 제3세력으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기 위해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계획들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국회에서 과반이 안 되는 집권여당 민주당은 국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국민당이 바라는 ‘중대선거구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민주당의 진심은 어디에 있을지 민주당 자신도 모를 것이다. 민주당은 아예 국민당을 흡수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할지 아니면 차기 대선까지는 협력관계를 이어갈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결국 국민당이 민주당의 확실한 찬성을 얻기 위해서는 정치적 딜(deal)을 해야 한다. 

 

설혹 민주당이 국민당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도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럼 한국당은 찬성할 수 있을까? 양당제에서 호남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전략의 하나로 ‘중대선거구제’를 받을지 몰라도 자기들에게 득이 되는 게 없다면 수용할 수 있을까? 

다당제를 전제로 한 중대선거구제가 한국당에 과연 유리할지 한국당은 좀 더 계산을 할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를 놓고 극렬하게 반대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이 해결할 문제이다.  안철수 대표의 정치 수완 그리고 국민당의 정치력에 달려있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이 또 시도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외형상으로 보면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의 통합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의원들의 출신지역을 보아도 수도권이 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부산 2명 대구 한명 전북 한명이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국민당의 호남출신 의원들은 TK출신의 유승민 대표가 있는 바른정당은 통합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가 최근 호남을 방문해 통합의 진정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발 벗고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호남을 방문하는 곳곳에서 당원들 간에 파열음만 격해지고 있다.

 

호남에서의 국민당 지지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무슨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냐고 볼멘소리도 나온다. 호남민심을 잡는 게 급선무라는 말이다. 작금의 상황은 반(反)문재인 편에 섰던 호남표가 이제는 문재인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어느 지역보다도 월등히 높은 게 바로 호남지역이다. 적폐청산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정권에 대한 광팬(?)이 늘고 있는 형국이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당 호남의원들에게는 정말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 아닌가. 바른정당과 통합한다고 문재인 팬들이 국민당팬으로 돌아오겠느냐는 한탄이다.

 

이런 사정이니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소리를 냈다가는 지역구민들에게 찍힐 위험성이 있는데 선뜻 나서는 의원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민주당과 합당한다면 당장은 언론의 욕을 먹을지언정 다음 선거에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한국의 정당은 정당의 이념과 가치추구가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 과거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집권가능성이 있으면 명분과 대의는 만들어 붙이면 된다. 민주당의원들이 국민당으로 분당해 나갈 때는 안철수대표가 그래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국민당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딴 생각을 하고 있다. 안철수대표가 가능성이 있어서 민주당에서 나왔는데 호남출신 국민당의원들이 이제는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유추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과거 3당의 역사를 보아도 내건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는 그럴듯했지만 실은 당의 간판 리더를 중심으로 뭉친 것이다. 당의 간판 리더의 집권 가능성이 없어지면 소속 의원들은 또 제 살길을 찾아 떠난다. 그렇게 제 3당은 소멸되곤 했다.

 

지금 국민당은 기로에 서있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당의 확실한 간판 리더가  안 보인다.

안철수 대표를 세웠지만 안 대표를 미더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싫든 좋든 리더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서로 키 재보기 싸움을 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통합을 할 것인지 지금은 접어둘 것인지 의결기관을 통해 결정하면 될 일인데 국민들 눈치보며 쌈박질하고 있다. 이것을 하나로 묶어 통솔하지 못하는 측이나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측이나 국민들 보기에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로 보인다.

 

결국 집권 가능한 플랜이 나오지 않는 이상 국민당의 갈 길은 첩첩 산중인 것으로 보인다.지금 상황으로 보면 특출한 인물이 나와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에는 난망이다. 선거구제 개편얘기는 이미 나왔지만 확실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세를 불려보자는 시도도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선거구제 그리고 개헌을 통한 집권 가능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국민당도 속절없이 사라져간 제 3당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운 시점에 놓일 위험성이 농후해 보인다. 

이제 개헌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펼쳐질 시점에 이르고 있다. 연정이 가능한 구도의 개헌작업이 펼쳐질지, 이런 가운데 국민당이 기사회생할 찬스를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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